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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백혈병과 싸워 이겨낸 11살 동원이의 희망보고서

2003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새싹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수희 기자】

“맘껏 축구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웬만큼 인생을 살았다하는 이에게도 1년, 2년 아니 한달, 두달… 삶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는 간절함이다. 하물며 5살난 어린 아이에게 있어 삶의 끈을 놓아버리라는 그 가혹함에 대해서는 과연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천사가 되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이를 부여잡고, 끝까지 마지막 끈을 놓지 않고 아이에게 묶어준 이동원군 엄마 김영옥씨. 어린 아들의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지켜보면서 어느새 가슴이 다 헐어버렸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귀여운 웃음을 갖고 있는 동원이. 기자가 동원이네 집을 찾은 날은 마침 봄방학 기간이라 동원이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조금은 수줍음을 타면서 인사를 건네는 동원이는 올해로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다. 오전 내내 집에만 있었던 탓에 온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곧 누나와 놀러나간다며 뛰어나가는 동원이를 차마 붙잡지 못하고 엄마와 자리를 마주했다.

“아이가 전혀 그늘이 없어요! 저렇게 뛰어다녀도 괜찮냐.”는 기자의 걱정스런 질문에 “학교 수업이 끝나면 축구 두게임 정도는 가볍게 뛰고 들어온다.”며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웃음 짓는다.

목의 몽우리가 질병신호탄

5년마다 한 번씩 접종해야 하는 간염 예방주사를 맞히기 위해 98년 11월 동원이와 함께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혈액검사를 신청해 놓고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저녁 마침, 간호사를 하던 친구가 놀러왔다. 그런데 동원이를 보더니 목에 뭔가 불룩 튀어나온 것 같다며 목 주변을 만져보라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조그만 몽우리 같은 게 만져졌다. 동원이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간염예방주사를 맞고 돌아온 이튿날 저녁부터 아이의 목이 붓기 시작했고 목에만 있었던 몽우리가 겨드랑이 쪽에서도 만져졌다.

덜컥 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재혈액검사 결과 정상인은 5,000-10,000인 백혈구 수치가 동원이는 25,000으로 나왔다. “수치가 이 정도면 임파 종양일 수도 있고 백혈병일 수도 있습니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심장이 방망이질해대듯 가빠오며 현기증이 일어났다. ’아무 일 없을거야’ 수없이 같은 생각을 곱씹으며 S대 병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5살아이에게 내려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며칠 후 아이를 빨리 응급실로 데리고 오라는 다급한 전화가 왔다. 1차 검사와 2차 검사를 받는 2주 동안 백혈구 수치가 무려 220,000으로 뛴 것이었다.

응급실에 들어서자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척추에서 물을 빼내고 머리에 방사선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의사는 영화나 소설에서 익히 들었던, 그러나 한번도 자신이 그 말을 듣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 말을 꺼냈다. “급성 림프 구성 백혈병입니다.”

더욱이 동원이는 백혈구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에 속했고 또한 예후도 좋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주치의는 골수검사도 필요 없고 곧바로 항암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당장 맞지 않으면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고 의사는 단언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가족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늘나라가면 아프지 않지? 천사가 될래

입원과 동시에 금식을 시작한 동원이는 거의 두 달동안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다. 한 고비, 한 고비 위험한 순간들이 자꾸만 동원이를 덮쳐왔고, 구토와 설사가 계속되고 있는 중에서도 항암치료가 계속되었다.

지칠대로 지친 다섯 살 동원이는 항암치료가 고통스러웠던지 어느날 갑자기 천국에 대해서 물어왔다.

“엄마 하늘나라 가면 아프지도 않고 하나님도 만나지? 거기 가면 주사 안 맞아도 되지?” 가슴이 갈갈이 찢겨져 오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아이가 자기가 죽는 날을 아는가 싶었다.

그렇게 동원이는 하루에 18시간씩 죽은 듯 잠만 잤고 스스로는 뒤척이지도 못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진정 하나님이 동원이를 데려가시겠다면 제발 고통없이 데려가 달라고 체념한 상태였다.”며 김영옥 씨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

항암 치료 거부하고 한방치료 선택

항암제의 처방전은 계속 높아져만 갔고,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는 동원이를 보고 있자니 이러다가는 정말 애를 죽이겠다 싶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날로 처방전을 가방에 쑤셔넣고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지요. 아마? 애 아빠와 한달 가까이 싸웠을 거예요. 그래도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지 어디로 갈거냐 그러면서요.”

99년 4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K한방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 입원할 당시 동원이는 맥이 전혀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살아있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힘으로도 현대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비워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점차 마음도 편해졌구요.”

더 이상의 항암 치료에 아무런 미련도 없던 김영옥 씨는 대신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키며 병원의 지시를 따랐다.

“그저 가기 전에 맛있는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고 싶었어요. 단 며칠만이라도 제 힘으로 일어나 앉아 편안히 숨쉬다 갈 수 있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일어나 자리에 앉고 혼자서 밥을 먹고 걸어다니고 웃기 시작했다.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기쁘고, 감격의 순간들이었는데 오히려 눈물이 나서…”

‘단 며칠만’이라던 그 소원은 지금 5년을 넘어 온전한 건강함으로 이루어졌다. 얼마전 검사한 혈액검사에서도 현재 동원이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다.

철저한 유기농 식품으로 면역력 강화에 노력

동원이의 아침은 늘 생식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가끔 버섯균사체를 타서 같이 먹이기도 하는데 면역력강화에 더없이 좋은 효과가 있다고 동원 엄마는 살짝 귀띔한다.

“동원이의 경우에는 철저한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했어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인스턴트 등의 식품은 절대사절이었죠.”

하지만 간혹, 아파트 입구에 있는 빵 가게나 치킨 집 앞에서 풍겨오는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에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길에서 떼를 쓸 때도 있다. 하지만 “이거 먹고 병원치료 받을래?”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앞서 걸어나간다.

동원이네는 야채, 과일, 산양유 그리고 우리 밀로 만든 라면까지 모두가 유기농 제품만을 철저하게 섭취하고 있다.

“동원이가 콩을 안 먹으려고 해서 콩과 함께 다시마, 멸치가루, 홍화씨를 환으로 만들어 먹여요. 또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는 감잎차와 항암효과와 위장에 좋은 느릅나무차도 항시 준비해서 마시게 하죠.” 이렇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엄마 김영옥 씨의 손길과 정성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은 사치, 질병 공부 해야

암을 이겨낸 사람들끼리 자체적으로 만든 ’대한 암 환우협회’의 모임이 있는 날이면 동원이 아빠 이한식 씨는 마치’곗돈’을 타러 가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과의 축복된 만남의 자리이니 오죽할까?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와 그 부모의 심정,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동원이와 같은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동원이 부모.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고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슬픔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죠.”

“보호자는 슬픔에 빠지는 것조차 사치”라는 동원이 엄마는 “최소한 의사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한다. “아이의 생명 끈을 절대 놓지 마세요. 그리고 희망을 가지면 길이 보인다는 것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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