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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희망가] 만성골수백혈병 이겨낸 이종경 씨 체험고백

2007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36p

【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절 살렸어요”

▲ 백혈병을 이겨낸 이종경 씨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백혈병’하면 사실 우린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한 여주인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간절한 사랑의 슬픈 매개체였던 백혈병.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병이 결코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법이다. 현재 보건학 석사이자 수의학 박사인 이종경 씨(52).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의 병 앞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를 찾아가봤다.

갑자기 찾아온 어두운 그림자

청년시절 잔병치레 한 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이종경 씨. 그러던 어느 날, 코피가 흐르더니 쉽게 멈추지 않았다. 멍이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았고 피곤한 날들이 계속 됐지만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별일 있겠나 싶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오히려 체중이 주는데 그제야 이상하게 생각되더군요. 배 밑 부분에 뭔가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성기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더라구요. 크기도 굉장히 커지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비뇨기 질환인줄만 알았죠.”

그때가 그의 나이 만 35세. 병원을 찾은 그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만성골수백혈병으로 앞으로 3년 정도 살 수 있다는 선고였다. 그 당시 백혈병은 절대 나을 수 없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백혈병 치료에 으뜸이라는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는 같았다. 그의 백혈구 수는 정상인의 5,000~ 10,000개보다 훨씬 많은 456,000개였고 입원해서 골수이식을 받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셋째 남동생의 골수가 저와 맞더군요. 진단을 받은 지 5개월만에 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그에게 다시 한 번 시련을 안겨줬다. 딱 6개월만에 병이 재발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백혈병이 재발을 하면 치료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결국, 마지막 희망으로 당시 미국에서 임상실험 중이던 ‘골수공여자 T세포 주입법’(동생의 혈액 중 건강한 백혈구만을 뽑아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방법)을 국내 최초로 받기로 결심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 검증되지 않은 수술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건강은 다시 찾아오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성공 케이스는 우리나라 최초였으며, 그는 백혈병 재발 환자로는 최장기간 생명을 잇고 있는 사람으로 기록되고 있다. “치료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 했습니다. 후유증으로 가끔 입이 마비되기도 하고 팔을 못 쓰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이상 없이 건강합니다.”

백혈병은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보는데, 자신은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되었다며 호탕하게 웃는 이종경 씨. 술, 담배는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끊어졌다면서 투병을 하는 동안 바뀐 식습관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옆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답니다. 특히 아내는 건강에 좋은 이것 저것을 알아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주었습니다.” 이종경 씨가 매일 거르지 않고 먹는 것이 바로 현미와 생즙이다. 투병 중에는 현미밥과 매실엑기스, 생즙을 꼬박꼬박 섭취했다. 매실엑기스는 피곤함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었고 생즙은 신선초를 주로 갈아먹었다.

생즙의 경우 한 가지보다는 뿌리채소와 잎채소를 골고루 섞어서 갈아먹는 것이 좋다고. 현재는 간이 좀 약해진 거 같아서 엽록소가 강한 밀순을 자주 갈아서 먹는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가 건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성보다 식물성으로 식사를 하시구요.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하세요.”

그는 평안한 마음으로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임을 당부한다.

믿음과 의지가 중요

‘혈액형이 바뀐 사람’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종경 씨. 원래 그의 혈액형은 O형이었다. 그런데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는 골수가 동생 것으로 바뀌면서 혈액형도 B형으로 바뀌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골수를 방사선과 항암제로 완전히 죽이고 건강한 동생의 골수가 몸에 들어오면서 동생의 혈액형인 B형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 골수 이식의 경우 골수를 기증한 사람의 혈액형으로 바뀌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 이종경 씨는 아내 고명선 씨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백혈병에 대해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성인백혈병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는 가장이 병에 걸리게 되면 사회문제까지 심각해지기 때문에, 소아백혈병만큼 성인백혈병에도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는 헌혈, 골수 기증에 대해서 입을 떼었다. 골수 이식은 형제, 자매 이외에는 할 수 없다. 부모도 사촌도 안 되기 때문에 형제, 자매가 많지 않은 이상 골수 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골수 이식에 대해 마음을 열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식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그의 마지막 한마디!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절대 놓지 마세요! 저 역시 매일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가족들을 위해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라며 죽는 순간까지 신념과 의지를 놓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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