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혜란 교수】
더운 여름에는 기운도 떨어지고,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치기 쉽다. 입맛도 떨어지며 운동하기도 싫어진다. 딱 면역력이 떨어지기 좋은 조건이다. 이때 특히 조심해야 할 병이 있다. 바로 통증으로 악명 높은 대상포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에 의하면 더운 계절 특히 8월에 대상포진 발생 환자가 20% 이상 늘었다. 대상포진은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대상포진 후유증 즉, 대상포진 신경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닌 대상포진, 대상포진 후 대처법을 알아보자.
면역력 약해진 틈타고 오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어릴 때 감염된 수두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척수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고 스트레스, 피로, 다른 질병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활성화되어 신경을 공격하는 병이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혜란 교수는 “대상포진은 고령,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 악성종양 환자, 외상이나 수술 후 회복기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잘 생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강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건강한 사람도 요즘처럼 더운 날씨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의 주증상은 통증과 띠처럼 한 줄로 생기는 피부 발진이다. 발진이 나타나기 4~5일 전부터 따갑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생긴다. 감기몸살에 걸린 듯한 증상이 같이 오기도 한다. 피부 발진은 주로 몸통(가슴과 등) 부분에 생기지만 신경이 있는 곳이면 우리 몸의 어디든지 생길 수 있다.
발진이 생기면 하루 안에 물집이 잡힌다. 2~3일 뒤에는 농이 생기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앉는다. 물집이 터지는 과정에서 2차 세균감염이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딱지가 생긴 후 다 아무는 데까지는 2주 정도 걸린다.
수포 형태일 때는 바이러스의 활성
(공격성)이 높다. 따라서 피부 발진이 생기면 72시간 내로 바이러스 억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 기간의 대상포진 환자는 수두 환자보다는 전염력이 약하지만(1/4 정도) 수두 전염을 시킬 수 있다. 수두에 걸린 적 없는 영아나 면역억제 환자와는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딱지가 앉으면 바이러스의 활성이 떨어진다.
나아도 낫는 게 아니야~신경통 주의!
대상포진 자체 통증도 악명 높지만 대상포진 후 생기는 후유증인 신경통 역시 괴롭기로 유명하다. 최혜란 교수는 “대상포진은 활성화된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치료하면 피부 발진과 통증이 가라앉고 증상이 낫는데 일부 환자는 바이러스가 공격한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신경후유증이 남는다.”며 “이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설명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서 신경에 상처가 나고 그것이 낫는 과정에서 흉터가 남아서 생기는 후유증이다.
면역력과 회복력이 떨어진다면 후유증이 생길 확률도 더 높다. 40대까지는 후유증 없이 대상포진 단계에서 깨끗이 낫는 경우가 많지만 50~60대 이후부터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는 경우가 나이에 비례해서 점점 늘어난다. 또한 처음에 대상포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거나, 대상포진이 뇌신경(얼굴)에 발생한 경우 후유증이 잘 생긴다.
최혜란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의 절반 정도는 3~6개월 내 좋아지지만 통증이 1년 이상 가는 경우도 20~30% 이상 된다.”고 말한다. 젊다면 후유증이 오더라도 약한 통증인 경우가 많고 잘 낫는 편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면 통증의 강도도 세고 기간도 길어서 더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그 후…?면역력 높이는 게 급선무
대상포진 치료가 끝났다면 후유증이 오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회복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대상포진을 회복하려면 수술 회복처럼 양질의 에너지원, 여러 가지 생체 효소 작용에 필요한 미량 원소(주로 비타민, 미네랄) 등이 소모되므로 잘 먹어야 한다. 이 밖에도 아래의 7가지 수칙대로 생활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1. 다양한 채소·과일·단백질 음식을 섭취한다.
2. 입맛이 없어도 치료라고 생각하고 식사를 충분히 한다.
3. 치아가 없어 음식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기 어려우면 종합비타민제를 섭취한다.
4. 스트레스를 줄인다.
5. 깊은 잠을 잔다.
6. 적절한 운동을 한다.
7. 사교활동이나 취미활동을 즐긴다.
이전에는 대상포진이 생기고 2~3개월간은 통증이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면서 일반적인 진통제로 치료하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치료(신경차단술 주사 및 신경통 약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료법이 조금 달라졌다.
최혜란 교수는 “여러 가지 연구에서 대상포진 통증을 초기에 치료할수록 후유증이 적어진다는 결과가 보고되어서 요즘은 초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끝나면 바로 신경차단술 등 다음 단계 치료를 시행해 신경통 발생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발 두렵다면 자나 깨나 면역력 관리!
대상포진 통증과 후유증인 신경통을 겪어봤다면 재발이 가장 두려울 것이다. 대상포진의 재발률은 5% 미만이다. 재발이 되는 원인도 대상포진 발생 원인과 같다. 면역력 저하다. 재발이 두렵다면 앞서 살펴본 7가지 수칙대로 생활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자. 최혜란 교수는 “만약 뚜렷한 원인 없이 대상포진이 재발했다면 종양처럼 인체 면역 저하의 원인이 따로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TIP. 대상포진 백신, 맞을까? 말까?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독감 예방접종과 비슷하다.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100%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는 없다.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병에 걸리는 확률을 낮추고,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나타나며, 후유증 발생을 줄인다.
고령자가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 발생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이 모두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래서 젊은 연령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위험이 높은 50~60대가 접종하길 권한다. 70대 이상이라면 몸에서 항체를 만드는 기능이 약해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최혜란 교수는 만성 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통증학회 홍보위원회 위원,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