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문지영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목 마르면 마신다 vs 하루 2리터는 마셔야 한다! 물 섭취량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대립각이다.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우며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몸에 필요한 물 섭취량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이 물음에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원칙적으로 물 섭취량은 적어도 문제,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내 몸에 좋은 똑똑한 물 섭취법을 알아본다.
두 얼굴의 물
잠시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물 중독남’ K 씨(35세).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2ℓ짜리 생수 세 병을 가방에 꼭 챙겨 넣는다. 사무실에서 들락날락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물을 마시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회사 동료들과 족구를 한 뒤 생수 한 병을 통째로 들이킨 K 씨는 갑작스럽게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결국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건강해 보이는 K 씨를 쓰러뜨린 것은 ‘물 중독’! 갑자기 대량의 물을 마셨을 경우에 주로 발생하며 현기증, 구토, 설사, 경련, 정신착란, 혼수상태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우리 몸의 수분은 매일 2~3리터씩 땀과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게 되면 신장의 수분 처리 능력에 무리를 줘서 여과할 수 있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저하되면서 저나트륨혈증을 일으켜 전체적인 신체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을 너무 적게 마시면 어떻게 될까? 강희철 교수는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에서 항이뇨 호르몬을 분비시켜 혈액에 흡수되는 수분양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피부 건조, 혈압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뇌는 수분 부족을 겪을 경우, 일시적으로 크기가 줄어들어 몸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따라서 우리 몸의 60%를 차지하고, 보통 1~3%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5% 부족 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12% 부족 시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물은 많이 마셔도 탈, 적게 마셔도 탈이라는 것인데 도대체 물은 얼마나, 또 어떻게 마셔야 할까?
내 몸을 살리는 똑똑한 물 마시기 원칙
세계보건기구(WHO)의 물 섭취 권장량은 하루 1.5~2ℓ로 200mℓ 기준 8~10잔 정도다. 강희철 교수는 “성인의 경우, 하루 약 2.5ℓ의 수분을 신진대사를 통해 배설하기 때문에 체내에 그만큼의 물을 섭취해줘야 한다.”며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물이 약 0.5ℓ이므로 약 2ℓ의 수분을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체중과 생활환경에 따라 섭취하는 물의 양을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같은 물이라도 목이 말라서 마시는 물과 건강을 위해서 마시는 물이 다른 만큼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몸을 살리는 물 마시기 방법을 알아보자.
1. 시간에 맞춰 마시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물은 한 시간에 한 잔, 200mℓ 정도씩 8~10회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식사 30분 전에, 잠자기 전 30분 전에는 꼭 한 컵씩 마셔주면 좋다.
아침 공복의 물은 몸속 노폐물을 씻어주고 변비와 비만을 예방해준다. 식사 전의 물은 소화를 촉진하고 과식을 예방한다. 자기 전의 물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단, 식사 중에는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2. 온도에 따라 마시기
가장 적당한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5~40℃의 미지근한 물이다. 너무 차가운 물은 체온을 떨어뜨리고 소화와 장운동을 방해할 수 있다. 공복에 10℃ 이하의 차가운 물을 마시면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원한 물이 필요하다면 4~14℃ 정도의 약간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3. 운동 중에 수시로 마시기
운동 전후로 마시는 물은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해 탈수 현상을 막고 노폐물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단, 격한 유산소 운동이나 마라톤 후에는 심한 갈증을 느낄 수 있으므로 운동 전에 미리 200mℓ 정도의 물을 마셔서 체내에 일정한 수분을 유지시켜 준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지 말고 20분 간격으로 150mℓ 정도의 물을 마셔주면서 서서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운동 틈틈이 이온음료나 소금물, 보리차 등을 통해 수분을 섭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희철 교수는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이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