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정만 박사(비뇨기과 전문의, 준남성클리닉 원장)】
두 시선이 마주친다. 벼락 같은 불꽃이 튀며 서로를 빨아들일 것 같은 끈끈한 눈빛. 설왕설래의 부드러움이 이어짐과 동시에 서서히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절정까지 오른 결정적인 순간, 까닭없이 주저앉아 나자빠지는 것은 무슨 변고란 말인가?
이렇게 되면 그 당혹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럴듯한 초반의 기세와는 달리 잔뜩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 치며 꽁무니를 빼는 이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아무리 달래고 얼러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고 딴청만 부리는 배신. 쾌감이야 유보할 수 있다고 쳐도 그 수치와 모멸감은 어쩌란 말인가?
이른바 도중 하차한 섹스!?이는 분명 칼자루를 쥐고 있는 페니스 탓이다. 몸을 꼿꼿이 세울 수는 있기에 나들이엔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비경을 헤매기도 전에 힘없이 귀가해야만 하는 생뚱맞은 이 허무함을 누가 과연 달래줄 수 있을 것인가?
발기는 되지만 사정할 때까지 발기 상태의 유지가 어려운 것이 그 원인이다.
발기부전이라고 하면 발기 개시가 되지 않아 질내 삽입이 어렵거나 삽입은 되지만 일을 벌이는 도중에 페니스가 제멋대로 긴장을 풀어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일단 대문 출입엔 부족함이 없지만 마무리 전에 몸가짐이 풀려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태 역시 발기부전으로 치부한다.
심인성 요인, 정맥혈 누출, 페니스 감각신경의 이상에서 이 황당한 사건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도중하차’ 빈도 잦아지면 발기부전증 의심해보라!
일례로 섹스를 하면서 섹스에 몰입하지 앟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자율신경의 끄트머리에서 에피네프린과 노에피네프린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이 바로 문제의 역적이다. 기껏 발기되어 온몸을 놀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페니스의 기를 이 화학물질이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중하차한 꼴’이 되는 것이다.
정맥혈 누출이란 미세하게 펑크난 축구공에서 새어나온 공기와 비유할 수 있다. 바늘 구멍 정도로 펑크난 축구공을 차며 돌리다보면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나중에는 바람이 빠져서 찌그러져 버린다. 페니스에 나 있는 펑크 부위에서 혈액이 누출되면 페니스라는 특수혈관의 혈압이 유지될 리 없다. 이것이 정맥혈 누출이다.
펠빅 스틸 증후군(Pelvic steal syndrome)이란 발기력을 얻어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페니스의 혈액을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훔쳐가 버리는 현상이다.
그래서 일단 의젓하게 발기가 되었다가도 몸이나 하체를 움직이면 페니스 내부로 향하는 피를 움직이는 근육 쪽에서 빼앗아가 발기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흔히 여성 상위 체위로는 그런 대로 일을 치르지만 남성 상위 체위로 페니스 댄싱을 하면 발기력이 떨어지거나 시들어버리는 남자들은 이 펠빅 스틸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페니스 피부의 감각이 저하되면 반사발기의 투입이 줄어들어 발기력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흔히 척수 손상을 입은 환자나 고령 남성들의 경우 페니스 감각이 떨어져 끈기가 결여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쨌든 ’하다 만 섹스’나 ’도중하차’의 빈도가 잦아지면 일단 발기부전증의 조기 신호로 간주하여 그 원인을 찾아 대처해야 한다.
무조건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곧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태평하게 세월을 보냈다간 심각한 증세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가열찬 피스톤 운동을 하는 도중 기운이 빠져버리는 이유가 심인성인지, 정맥혈 누출인지, 혹은 페니스의 감각에 이상이 온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전혀 엉뚱한 질병에서 유래된 것인지 원인을 밝혀 원인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고단한 인생살이에서 섹스마저 없다면 삶은 얼마나 피폐해질 것인가?
속궁합이 맞는 부부는 두 눈을 부라리고 삿대질하며 싸워도 한 이불 속에서 하룻밤만 보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빙글댄다는 데, 그건 모두 요철의 기막힌 궁합 때문이다. 이왕 올라탄 기차, 도중하차의 서러움과 모멸감을 극복하여 파라다이스에 한 번 상륙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