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숙한 병명 빈혈! 하지만 친숙한 것과 빈혈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별개다. 고기를 많이 먹으니까 빈혈 걱정은 없다는 사람, 남자니까 빈혈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람 등 자신은 빈혈과 거리가 멀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많다. 어지러울 때마다 빈혈이라고 스스로 진단해 약국에서 철분제를 사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빈혈을 그렇게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병, 빈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흔한 빈혈은 철 결핍성 빈혈
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빈혈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은 철 결핍성 빈혈이다. 보통 성장기인 청소년이나 가임기 여성이 많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빈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40세 이후에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은 소화기관의 악성질환, 특히 암으로 인한 철 결핍성 빈혈일 수 있어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자궁근종, 치질 등으로 인해 철 겹핍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흔한 빈혈은 만성질환 때문에 생긴 빈혈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골수에서 혈액을 만드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이 좋아져야 빈혈이 해결된다.
다음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다. 이 빈혈은 우리 몸속에 피를 만들어주는 조혈모세포의 절대수가 부족한 빈혈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등이 빈혈과 함께 동반되므로 심하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해야 하며 면역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거대적아구성 빈혈도 있다. 이 빈혈은 위를 완전히 절제하였거나 위에서 위산 분비가 되지 않을 때, 육류 섭취를 안 하는 등 영양 섭취가 부족한 노인이 잘 생긴다. 거대적아구성 빈혈의 특징은 설통이다. 혀가 아파서 맵고 짠 음식을 먹을 수가 없지만 치료를 받으면 즉시 개선된다.
빈혈의 흔한 신호는 피로!
흔히 어지러우면 빈혈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어지러우면 가벼운 빈혈로 여겨 그냥 넘기는 사람도 많다. 장준호 교수는 “어지러움을 빈혈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피로가 가장 흔하다.”고 설명한다.
빈혈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면 심각한 정도다. 철 겹핍성 빈혈은 구각염이 잘 생기고 손톱이 잘 부러진다. 생리 때문에 철분 소모가 많은 젊은 여성이 피로감이 있고 손톱이 잘 깨지면 철 결핍성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운동할 때 유난히 숨이 차는 증상도 빈혈의 신호일 수 있다.
철분제 어떻게 먹을까?
철 결핍성 빈혈은 대개 철분제제를 먹어서 철분을 보충하면 좋아진다. 제제별로 함유한 철분의 양이나 종류는 다르지만 대부분 빈혈 치료에 효과가 있다. 장준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코팅된 형태의 정제가 편리하고, 알약을 삼키기 어려우면 액상으로 만들어진 철분제를 사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먹는 철분 보충제는 음식물이 철분의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장질환이 있거나 위 수술을 받았다면 위에서의 체류가 감소하므로 액상 철분제를 먹는 것이 좋다.
철분제를 먹으면 보통 사람들보다 적혈구 생산이 2~3배 증가하여 2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장준호 교수는 “철 결핍성 빈혈의 치료 목표는 빈혈의 교정에 그치지 않고 체내 저장철을 0.5g~1g 보유하는 것”이라며 “이는 혈색소가 정상이 되더라도 수개월이 소요되므로 회복 후 3~6개월간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분제 때문에 복통, 오심, 구토, 변비 등 위장장애가 나타나면 식사와 함께 먹도록 한다. 또한 철분제를 먹기 전후 1시간 이내에 철분 흡수를 억제하는 제산제나 녹차, 우유,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섭취하면 철분의 흡수가 감소하므로 주의한다. 철분제는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음료와 같이 먹으면 흡수가 촉진된다.
조혈식품 충분히 섭취해야 빈혈 예방
철 결핍성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달걀, 생선, 우유, 콩, 녹황색 채소, 과일, 해조류 등 조혈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장에서 철분이 흡수되는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콩과 곡물을 먹을 때는 철분 흡수 촉진을 돕는 채소, 과일, 육류 살코기를 함께 먹는 식이다. 철분 흡수가 잘 되는 고기(육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조개, 꼬막, 고등어 등과 같은 어패류로 대체해서 먹어도 된다.
장준호 교수는 “빈혈의 종류뿐 아니라 같은 종류의 빈혈이라도 빈혈의 정도와 환자의 연령에 따라 그 치료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TIP. ‘철 제대로 든’ 식사를~ 매일 실천하는 빈혈 예방 식사법
빈혈은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이 결정되는데, 대부분 영양 섭취 부족이 문제로 꼽힌다. 충분한 열량, 단백질, 철분, 비타민 C, 비타민 B12 및 엽산을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요법을 실천하면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1. 철분 섭취량은 열량 섭취에 따라 증가하므로 전체 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2.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매끼 먹는다.
3. 철분이 풍부한 음식(달걀, 대두, 완두콩, 굴, 녹색 채소류, 해산물 등)을 매끼 먹는다.
4. 혈액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B, 비타민 C, 엽산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5. 식후에 차, 커피, 카페인 음료는 먹지 않는다.
장준호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급성 백혈병,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골수형성이상 증후군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미국혈액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