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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만의 이달의 특선] 끝내주는 남자는 아내의 ‘힘’

2006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소망호

【건강다이제스트 | 비뇨기과 전문의 정정만 박사】

“아주 죽여줬지! 미친 듯이 헛소릴 질러대고 발광을 하더군.” K가 술자리를 둘러보며 너털거린다. 좌중은 모두 취기와 열기로 벌겋다.

L씨는 K의 무용담에 귀를 세우며 ‘죽임을 당한 여성’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본다. 처절하리만치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몸짓, 헛소리를 질러대며 몸부림치는 여자가 L씨의 머릿속에 널찍이 드러눕는다. K와 함께 포개져 무한정 환상의 무대 위로 연출되는 적나라한 남녀의 정사씬. 모두 상기된 얼굴로 K를 바라본다. 사뭇 의기양양해 하는 표정의 K. 부럽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여잘 죽여줄 수 있을까?’

L씨는 심사가 착잡해진다. 일순 떠오르는 아내의 얼굴. 결혼한 지 9년이 지난 오늘까지 두 아이 낳아 고이 기르며 남편 위해 말없이 내조를 아끼지 않는 불쌍한 아내가 갑자기 측은해진다. 그리고 형편없이 쪼그라든 자신의 모습에 화가 치민다.

“조루증이 심해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L씨의 열등감은 바로 조루증 때문이었다. “들이대면 채 3분도 못 가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 꼴이니… 아내가 짜증을 내며 섹스를 기피하는 이유를 알 만해요. 남자랄 수도 없습니다.” 입질만 하다가 철수하기 바쁘다는 말이다. 아내에게 감질만 나게 하는 자신의 어설픈 성 실행력을 자탄하는 L씨. 아내는 전혀 섹스에 관심이 없고 어쩌다가 마지못해 응해준다는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일을 치르지만 마구 무너져내리는 자존의 쪼가리를 보곤 한다는 L씨. ‘질내 체류 시간이 3분이나 되는 사내가 조루증이라니…. 그 정도면 천국행 셔틀버스가 벌써 서너 번은 왕복했겠다.’

죽여주기를 기대하는 여자, 죽여야만 한다는 남자의 부담이 불발의 원인

실제로 멀쩡한 남자들이 여성을 공략하는 전략의 부재나 작전상의 오류 때문에 심각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온갖 기교에 갖은 정성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뚱멀뚱하기만 한 여자의 표정. 맥이 풀린다. 원인은 전술의 오류에 있다. 남성 자신이 야전 지휘관이 되어 일방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것으로 일전을 끝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동의 빛이 없는 전우의 안색을 확인하고선 지레 자신의 전투력을 의심하는 것이다.

“남자의 성기는 원래 완벽한 기능을 지닌 기기가 아닙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편리한 기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성능이 매우 제한된 보잘 것 없는 도구인 데다가 기능적 결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세우는 일도 그렇고 격발도 제멋대로다. 이왕이면 자유자재로 작동되는 진일보된 성기는 없을까?

“남자의 성능이란 결국 어설픈 도구에 의해 여성에게 현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잘 것 없는 도구로 여성을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니까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성기를 아내가 직접 나서서 효율적으로 다루는 요령을 습득케 하세요. 아내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만이 함께 가는 섹스를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여성이 판세를 잘 읽고 그 주도권을 장악해야만 여성 자신의 몫을 확보함은 물론 어설픈 남자의 성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죽여주기’만을 기대하는 여자의 의타심과 ‘죽여야만 한다’는 남자의 부담. 그게 바로 불발의 원인이 된다. 필사정신과 자진의 길을 모색한 여자만이 찬연한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성적 불협화음 심할 때는 여성에게 지휘권 이양하라

끝내주는 남자? 다분히 허풍 섞인 치기에 불과하다. 섹스의 열쇠는 여성의 손안에 있다. 형편없는 성적은 대부분 잠겨 있는 여자의 성 때문이지 남성의 기구 때문만은 아니다. 환상적인 섹스란 심신이 완전히 연소된 후에도 여흥의 재가 여운처럼 남는다. 최고의 육감을 통해 심리적인 일체감을 추출해내는 성행위가 품위(?)있는 섹스이다.

혹자는 남자의 탁월한 초인적 성능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잽싼 순발력과 민첩한 기동력, 차돌 같은 몸가짐에 지칠 줄 모르는 끈기, 그리고 거포 소유의 남성만이 환상적인 섹스의 선행 조건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건 남자의 생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과대망상이다. 사실 ‘끝내주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역사적으로 절륜한 남자들에 대한 소문은 모두 과대포장된 풍문일 뿐이며, 여자를 죽여주었다는 남자 이야기도 다분히 자기 과시의 치기가 가미된 허세랄 수 있다.

이처럼 여자가 섹스의 주체가 되어 주도권을 장악하고 남자의 성기를 나름대로 잘 컨트롤하면서 자신의 육감에 충실한 섹스를 운영한다면 환상적인 섹스가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섹스에 참여한 여성의 슬기와 용기로만 가능하다. 그렇다. 남자의 힘이 아니라 솔직한 여성의 용기 덕분이다. 성적 불협화음 때문에 보이지 않는 틈새가 생긴 남녀는 악기의 지휘권을 여성에게 이양하라. 여성의 주문대로 상품을 전달해주고 삽입 타이밍의 결정권을 여성에게 넘겨라. 고조된 성감이 어느 극한을 넘게 되면 발기된 남성을 수용코자 하는 절실한 외침이 들려온다. 이때가 바로 진입의 순간이다. 그렇다면 3분? 너무도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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