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군에서 장교로 청춘을 바치고, 전역 후에도 육군사관학교 강의, 국무총리실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 배우는 게 좋아 꾸준히 공부하다 박사까지 취득해 70대지만 20대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한 컴퓨터공학 박사!
모친과 슬하에 둔 2남 1녀까지 가족 6명이 병원 신세 한 번 지지 않은 것이 자랑이었던 사람!
그런데 누가 시샘이라도 한 걸까? 갑자기 찾아온 방광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곧이어 방광암 적출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역시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민남 씨(72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4년 겨울 방광암 수술 후 5년을 맞은 이민남 씨는 오늘 말한다. “암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오순도순 함께 살아야 할 친구”라고. 그것은 그가 지난 5년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터득한 결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완치로 보답을 받은 이민남 씨. 그런 그가 밝히는 지난 5년간의 노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불행, 하지만 천운!
2009년 11월, 이민남 씨는 소변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왔던 것이다. 큰일이다 싶어 급히 동네 비뇨기과를 찾아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의사는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며 소견서 한 장을 써주었다.
“그때 아차 싶었어요. 한 5년 전부터 소변에서 피가 간간이 섞여 나왔는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니까요. 특히 가족 모두가 큰 병원 한 번 안 가봤을 정도로 건강집안이어서 건강에는 자신도 있었어요. 다만 군인이었던 시절, 말술을 마신 것은 못내 걸렸어요.”
소견서를 들고 찾아간 병원은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이었다. 곧바로 비뇨기과를 찾아가 간호사에게 소견서를 보여주며 진료를 받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학병원은 동네병원과는 다른 진료 시스템이었다. 대학병원이 처음이라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간호사에게 내밀었던 소견서를 다시 챙겨 접수대로 가려는데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옆에서 그의 소견서를 함께 훑어보고 있던 간호사가 뜻밖의 제안을 했던 것이다.
“5분 후에 비뇨기과 담당교수님의 진료가 있는데 진료를 받겠느냐고 제안을 했던 겁니다. 그만큼 중한 상태였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제게 있어 천운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예약을 해도 진료를 받기까지는 보름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천운처럼 그날 그 시간 그 진료에 안 온 사람 대신 진료를 볼 수 있었던 이민남 씨!
진단 결과는 심각했다. 방광암 3기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장장 8시간의 긴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방광을 적출했고, 다른 장기 일부로 방광을 만드는 대수술이 이어졌다.
“회복실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눈을 떴는데 ‘아, 이제 살았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이민남 씨는 방광 적출 수술을 했지만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다. “좋은 의사를 만난 행운 때문이지요. 이지열 교수님을 만나 수술 받게 해주신 게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됐어요. 아직도 교수님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주머니 6개를 달고 병원 복도를?걷고 또 걷고…
암 수술(방광 적출) 후 몸에는 6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몸은 불편했지만, 이제 살았다는 마음에 회복의 의지가 들끓었다. 하루 세 시간 이상 묵주기도를 하며 걷기에 집중했다.
“아침식사 전후에 각각 30분씩, 점심 전후에 각각 30분씩, 저녁식사 전후에 각각 30분씩 그리고 잠자기 전에 30분… 하루 7번 총 3시간 30분씩 운동을 했어요. 그렇게 걷다 보니 간호사들과 인사를 가장 많이 한 환자였죠. 인사할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간호사들의 미소가 큰 위안이 됐어요.”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움직이니 입맛도 좋았다.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퇴원할 때는 가뿐하게 병원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퇴원하던 날 주차장에서 차에 타려고 발을 들었는데 발을 차 안으로 들여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가족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 오를 수 있었어요.”
정신이 바짝 났다. 그렇게 노력했어도 체력은 바닥이구나 싶었다.
그날 이후 체력 향상 계획을 세우고 집 근처인 덕소의 한강변을 아내와 함께 매일 같이 걸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병시중을 해준 사랑하는 아내의 항상 웃는 얼굴이 큰 위안이 되었어요.”
재입원 그리고 칸디다균 감염에도?굴하지 않고…
퇴원 후 집에서 요양하던 어느 날 수술 부위에서 피가 나와 응급실을 찾았고 재입원을 했다. 방광에서 칸디다균까지 발견돼 심장내과, 안과, 감염내과 등에서 치료받고 2010년 1월에 퇴원했다. 수술 부위는 좋아졌지만, 입맛을 잃었다. 살이 12kg이나 빠졌다.
그러던 중 미국에 있던 지인 소개로 2010년 3월 하순부터 아사이베리 주스를 먹기 시작했다. 8~12병(750mL) 정도를 한 달쯤 먹자 입맛이 돌아왔다.
“뭘 먹어도 맛있고 소화도 잘 되더라고요. 입맛을 살려준 아사이베리가 제겐 행운이었어요.”
입맛이 돌아오자 회복에 대한 의지도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걷기에 자신이 붙자 산행을 목표로 삼았다. 동네 등산회에도 가입해 1주일에 두 번 가까운 산에 올랐다. 그리고 2010년 10월 말, 설악산에 도전했다. 고생스러웠지만, 무사히 대청봉까지 올랐고,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올해 이민남 씨의 운동 목표는 좀 더 강화됐다. 전철을 탈 때는 항상 맨 앞칸 아니면 맨 뒤칸에 탄다. 많이 걷기 위해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집 근처에 있는 고래산이나 갑산에 오르고 매일 만 보 이상을 걷고 있다.
‘봉사와 나눔의 삶’으로 제2의 인생 Start!
2010년 5월 1차 검사 때 체중 회복으로 몸이 한결 좋아지자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성당 신부님을 찾아가 상담했다. 추천받은 성당 기도 모임 레지오 활동을 시작했고, ‘사랑과 풍요 봉사단’에도 가입해 봉사도 시작했다.
“봉사와 나눔은 언제나 즐거움을 줘요. 저 자신을 정상인으로 착각하게 하는 즐거움이죠(웃음). 저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며 봉사하면 진정한 치유의 희열을 맛보게 돼요.”
지금은 신부님의 권유로 국가상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좀 더 폭넓게 하고 싶어서다.
“상장례지도사는 죽은 사람을 위한 봉사이고, 암 환우를 위한 봉사는 산 사람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해요.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이민남 씨는 지금도 열심히 암을 공부한다. 매달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건강서적을 살펴보고, 유튜브를 활용해 건강 정보를 얻는다.
“암과 건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암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암은 반드시 정복해야 할 적이 아니고 오순도순 지내야 할 친구라는 거죠. 무리해서 살지 않고, 영리한 암을 살살 다뤄가며 친구로서 지내야 하죠. 그래서 마음 다스리기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민남 씨에게 암 극복의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암 극복은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에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가족의 보살핌과 사랑이 있어야 하고, 다음은 암 치료에 도움을 주실 분들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웃과 더불어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 때만이 암을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민남 씨가 실천하는?암 회복 프로그램
1. 마음 다스리기
“단 한 번도 ‘잘못되면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았어요. 항상 완쾌의 날만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벗 삼아 5년을 살았죠.” 이민남 씨는 암을 극복하는 데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 필요한 영양소 골고루 섭취하기
이민남 씨는 조엘 펄먼 박사가 제안한 GOMBBS를 기본으로 자신만의 암식단을 꾸렸다. 밥은 현미잡곡밥을 먹고, 마른 멸치, 작은 고등어, 청정해역에서 잡은 자연산 생선과 해조류를 곁들인다. 육류나 유정란은 아주 드물게 먹고, 간식으로 제철 과일을 먹는다.
※ GOMBBS란?
Greens(녹색 채소):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청경채, 시금치, 배추, 상추 등
Onions(양파): 양파, 마늘
Mushrooms(버섯): 흰양송이버섯, 영지버섯,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
Berry(장과):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스트로베리 등
Beans(콩): 모든 콩, 두부, 콩나물, 청국장, 낫도 등
Seeds(씨앗): 견과 포함, 참깨,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몬드, 호도, 살구씨 등
3. 틈날 때마다 움직이기
이민남 씨는 “암 환자는 움직여야 산다.”고 말한다. 움직이면 밥맛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다. 또 자주 걸으면 기분 전환도 된다. 처음에는 2~3천 보에서 시작해 현재는 매일 만 보를 걷고 있다.
4. 하루 7~8시간 푹 잘 자기
매일 밤 10~11시에 잠자리에 들고 7~8시간 정도 잔다. 잠이 안 올 때는 좀 난해한 책을 읽거나 동네를 30분 정도 걷는다.
5. 시간을 지켜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와 간단한 운동을 하고 텃밭 가꾸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 텃밭 일을 마무리하고, 낮에는 암과 건강 관련 책을 읽고 뒷산에 오르고 모임도 참석한다. 계획한 일과를 시간 지켜가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6. 늘 땀이 날 정도로 체온 관리하기
평소에 손발이 찬 편이었고 간혹 목감기를 앓기도 했다. 그러나 암 수술 후부터는 철저하게 체온 관리를 한다. 실내든 실외든 늘 몸에서 땀이 약간 난다는 느낌을 유지한다. 덕분에 암 수술 후 지금까지 감기다운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
7. 매일 반신욕 하기
반신욕은 화장실 욕탕에서 1일 2~3회 정도 한다. 특히 취침 20분 전에 이마에 땀이 날 때까지 하고 나면 잠자기가 아주 편하다.
8. 명상과 기도하기
종교 생활, 특히 기도가 큰 도움이 됐다. 천주교 신자인 이민남 씨는 매일 많은 기도를 하고 기도 모임에도 매주 나간다. 종교가 없다면 명상을 하면 좋다.
9. 웃을거리를 찾아 많이 웃기
웃음이 매우 좋은 치료약이라고 믿고 코미디 영화나 TV 프로 등 웃을거리를 적극 찾아 웃고, 억지로라도 큰소리로 웃는다.
10. 여럿이 어울리는 단체활동 하기
봉사와 나눔은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동네 등산모임에 가입해 1주일에 두 번 가까운 산을 오른다. 단체활동은 자신을 정상인이라 생각하게 해줘 정신건강에 좋다.
11. 자연과 가까이 살기
물 좋고 공기 좋은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텃밭도 가꾼다. 덕분에 봄부터 가을까지 유기농 채소를 거의 자급자족한다.
Doctor’s Medical Notes
이민남 씨의 방광암 수술을 집도한?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이지열 교수
“방광암은 발 빠른 대처와?꾸준한 관리가 관건입니다”
이민남 씨의 경우 소변에서 피가 확인되었을 때 지체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은 점이 중요합니다. 일시적으로 혈뇨가 멈춘 경우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병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진단 시 촬영한 CT에서도 방광내 병변 이외에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경요도 방광종양 절제술을 먼저 시행하였고,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확인되어 근치적 방광 적출술을 시행하였습니다. 처음 진단부터 방광 적출술까지 3주 이내에 치료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이민남 씨의 경우 수술 후 꾸준한 관리도 5년 완치에 큰 몫을 했으리라 봅니다. 거르지 않고 꾸준히 병원을 방문했으며,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적절하게 받는 등 누구보다 성실한 환자여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 점이 수술 후에도 좋은 예후를 나타낸 비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그러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