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
그는 흔히 말하는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예비신부에게는 아직 알리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을 하리라 다짐을 하지만 결심만 할 뿐. 과연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지가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만성 B형 간염 보유자 떳떳이 밝히는 윤구현 씨 체험담
?“두려움을 없애면 새 희망은 보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종종 뜻하지 않은 시련과 맞닥뜨리게 된다. 윤구현 씨(32세)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올 5월이면 아이 아빠도 된다. 그런 그가 밝히는 결코 두렵지 않은 B형 간염, 그리고 B형 간염 보유자로 살아온 지난 10년 세월을 들어본다.
뜻밖의 충격!?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으랴. 어느 날 느닷없이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라니? 젊음 하나로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던 윤구현 씨에게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1995년,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군대에 막 입대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헌혈을 하기 위해 검사를 받던 중 간기능은 정상이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드러났던 것이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듣기에도 생소할 뿐 아니라 그가 간염에 걸릴 이유가 없었다. 가족 중 간염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스무 해 정도 살아오면서 간염을 의심할 만한 어떠한 증상도 없었던 터였다.
“사실 처음에는 검사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하루 아침에 느닷없이 간염 환자로 밝혀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거든요.” 그러나 어쩌랴. 엄연한 현실인 것을. 미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군의관이었다. 그리고는 첫마디가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었다. 정기적인 검사만 잘 받으면 아무 문제 없다면서 30여 분 동안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 덕분이었을까? 윤구현 씨는 “정말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이 별 거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안심이 되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간염! 별거 아니다??
군 제대를 하고 다시금 대학생으로 돌아갔을 때 윤구현 씨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을 떳떳이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친구들과 살 비비며 지냈고, 먹을 것 서로 뺏어 먹는 사이였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6개월에 한 번은 꼭 간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뿐이었죠.”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낸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곳은 종합사회복지관이었다.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때 건강검진 결과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불이익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합격을 했고 그는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한 번은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러 왔었어요. 비록 모자가정이긴 했지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정부 보조금을 받으러 왔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직업도 괜찮았거든요. 임상병리사였으니까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간염 보유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몇 년 동안 정기검사를 소홀히 해 간암이 의심됐고, 결국 간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듣고 윤구현 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그 또한 근 2년 정도 정기검사를 빼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증상이 전혀 없다보니 ‘괜찮겠지’ 하면서 지내온 터였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20~40 정도 돼야 할 간수치가 250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약물 요법을 시작했다. 라미부딘이라는 약물을 하루에 한 알씩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2년 6개월 동안 약물요법을 실천했다. 그 결과 그의 간수치는 정상치인 20 정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그 수치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그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검진만 받을 뿐,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말한다.
결혼 전에는 미리 밝히세요!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아마도 결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만성 B형 간염은 성생활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적령기가 되면 이만저만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신부, 혹은 신랑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문제에 대한 윤구현 씨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사람을 사귀기 전에 반드시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은 상대방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자신도, 또 상대방도 상처를 덜 받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귀띔이다. “저 또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하면서 바로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 결과 결혼도 해서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밀 수 있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와 결혼을 하더라도 예방주사를 맞아 항체만 형성돼 있으면 성생활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사회적 이해는 아직도 ‘미흡’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별 어려움 없이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로 살아온 윤구현 씨. 어쩌면 그는 축복받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를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 취업에서도 결혼에서도 적잖은 만성 간염 보유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기업 입사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고 식판을 따로 쓰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기숙사 입실이 거부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윤구현 씨는 이런 사회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실제로 그는 1만 7천 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간사랑동호회 회장직을 맡아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사회적인 불이익, 취업상의 불이익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 그가 당부하는 말은 하나다.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그렇게 쉽게 전염이 되는 질병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혈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공동생활을 한다고 해서, 혹은 같이 밥을 먹는다고 해서 간염이 전염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밝히고 “따라서 간염 환자들이 이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게 윤구현 씨의 입장이다.
간사랑동호회:www.liverkorea.org
만성 B형 간염 똑똑한 대처법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편견이 심한 질병 중 하나가 바로 B형 간염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사회적 오해도 가장 많은 병이고, 그것은 또한 이 병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자. B형 간염이 어떤 병이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고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간염이란??
연례행사처럼 겪는 감기는 쉽게 말해 우리 몸 속에 나쁜 균이 침투해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때 침투하는 나쁜 균을 우리는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따라서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바이러스란 세균보다 훨씬 작은 전염성 병원체인 미생물로 정의되고 있다. ‘독’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왜 이리 장황한 서두를 꺼낼까 궁금할 것이다. 간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간염 또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형 간염도 바이러스가 인간의 간세포 속에 기생하며 증식을 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여 이를 퇴치하려고 공격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한 가지 실수를 범하게 된다. 바이러스를 공격한다는 것이 결국은 바이러스가 기생하여 살고 있는 간세포까지 공격하게 되어 바이러스도 파괴되지만 소중한 간세포까지도 함께 파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 간염이라고 고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는 말한다.
각별 주의! ‘만성 B형 간염’?
일종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간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밝혀진 것만 해도 A, B, C D, E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간염은 B형과 C형이다. 만성화 되면서 간경화나 간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B형 간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주의해야 될 간염 중 하나다. 전체 간염 환자의 67% 정도를 차지한다는 게 연종은 교수의 귀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성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혈액제제, 주사바늘, 수술기구, 침, 정액, 질 분비물, 면도칼, 손톱깎이 등 다양한 경로로 전염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연종은 교수에 의하면 “실제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감염될 확률은 아주 낮다”고 밝히고 “B형 간염의 경우는 출산과 성행위로 인한 감염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특히 어머니에게서 자녀로 이어지는 수직감염은 99% 이상 만성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드시 적절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잠깐! 산모에서 신생아로 이어지는 B형 간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출산한 지 12시간 이내에 면역글로불린 및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90% 이상에서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성생활을 통한 감염도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 만약 배우자가 B형 간염 보유자라면 간염 검사를 통해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 알아보고 만약 항체가 없다면 간편한 예방접종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만성 B형 간염??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간의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연종은 교수에 의하면 “만성 간염 환자의 60% 정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데, 간염의 정도가 심하거나 자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은 만성 B형 간염. 혹시 나도 만성 B형 간염이 아닐까 걱정될 때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그런데 애석하게도 만성 B형 간염은 뚜렷한 증세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종은 교수의 귀띔이다.
“그러나 간혹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우상 복부 불쾌감 ▶소화장애 ▶피곤함 ▶오심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간종대 ▶황달 ▶비장종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만 가지고 진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혈액검사와 간조직 검사 등 종합적인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 B형 간염은 평생 관리가 중요!
만성 간염→간경변→간암이라는 연결 고리를 이루고 있어 경각심이 높은 만성 B형 간염.
일단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치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연종은 교수는 “만성 B형 간염은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때 한 가지 주목하자. 만성 B형 간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만성 B형 간염환자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대의학으로도 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약화시키고 간세포 손상이 호전되도록 하여 간경변이나 간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약물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제뿐 아니라 주사제 등이 개발돼 있으므로 비록 만성 B형 간염환자라 하더라도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그러나 복병은 있다. 만약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연종은 교수의 도움말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술은 ‘독약’
간에서 술이 분해되기 때문에 간염 보유자에게 술은 독약과도 같다. 간염 증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간경화, 간암으로의 진행을 촉진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 과로를 피하라!
과로는 모든 병의 원인이 되지만 특히 간염 보유자에게는 더 큰 해악을 미친다. 지나치게 몸을 혹사하지 않도록 늘 주의한다.
▶ 충분한 영양섭취도 중요!
많은 사람들이 혹시 간염에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간염에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는 정기적인 진찰 및 간기능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은 꼭 실시해야 한다.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 간경화나 간암의 발병 유무도 체크해보아야 한다.
예방접종은 꼭 하세요!?
만성 B형 간염은 1985년 예방접종이 실시되기 시작하면서 그 발생률이 현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안심하기는 이른 상태.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로 갖가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간경화 → 간암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어 있는지 그 여부를 알아보고 만약 항체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예방접종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B형 간염에 관한 한 평생 안심해도 된다.
이처럼 전혀 복잡하지도 않고, 큰 비용도 들지 않는 이 간단한 과정을 모르거나 게을리 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B형 급성간염이나 평생 B형 만성간염에 시달리다가 결국 간경화, 간암으로까지 진행되기도 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연종은 교수는 “아직까지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간큰 사람이 있다면 오늘 당장 보건소를 찾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간염 예방접종을 하라는 것이다.
특히 “가족 중에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있으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