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준남(내과, 자연치료)】
어떤 암이라도 그 발생 위험도를 낮추어 줄 수 있다면 그 길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는 것도 분명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에는 유전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난 경우이고, 스스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음주를 삼가는 것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여기에 건강한 운동생활과 음식생활까지 같이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건강한 생활습성을 가진다는 것은 암 예방을 위해서도 좋지만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및 비만증에도 좋게 작용하게 된다.
노벨상을 수상한 라우스
1910년도에 페이튼 라우스(Peyton Rouse)라는 과학자가 닭의 육종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그 암에서 뽑아낸 조직을 갈아서 이를 다른 닭에게 주사했더니 같은 육종이 발생함에 대한 보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극적인 발견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그대로 묻혔다. 라우스의 발견은 미생물에 의한 암 발생의 가능성을 말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척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암들은 미생물과는 별 상관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생물 중에서도 바이러스에 의해서 암 발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들어와서 다시 미생물이 암 발생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졌고, 라우스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바이러스는 세포 밖에서는 증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반과학의 발전과 함께 바이러스를 생체조직 안에서 연구하는 모든 기술이 도입되면서 바이러스와 암 발생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즉 살아 있는 세포가 정상에서 암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게 된 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발전이다. 암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의 변화가 오게 되었고, 살아 있는 세포와 바이러스를 통하여 오는 변화를 알 수 있게 된 결과 암의 깊은 곳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일단 세포 안에 침입하게 되면 그 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암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암 바이러스들은 세포 안으로 침입하더라도 그 세포를 죽이지 않고 같이 생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암 바이러스가 서서히 숙주 세포의 유전인자를 변화시키면서 그 세포가 서서히 암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 최소한 수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두고 전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암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팔방장기 ‘간’
간은 인간의 몸에서 가장 큰 기관들 중의 하나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일을 한다. 몸에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어 이를 소화관이나 신장을 통하여 몸 밖으로 내보낸다. 또 콜레스테롤을 분해하여 담즙으로 만들어 장으로 내보내 지방질의 소화를 도우며, 탄수화물(글리코겐)을 저장해두면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도록 한다. 특히 신진대사에 필요한 각종 효소들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간염 바이러스는 간암의 싹
간염을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의 간염 바이러스들이 있다.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염은 간에 염증을 일으키게 하는데, 간의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률이 올라가게 된다.
간염 바이러스에는 모두 6가지가 있다. A, B, C, D, E, G로 분류되고 있다. 그중에서 A, B, C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중요하면서 이들의 감염은 모두 비슷한 증상을 초래하게 되지만, 병의 진전과 간에 남기는 후유증에서는 각기 다른 면들이 있다.
간염 A 및 B는 예방주사가 있는 반면에 C에 대한 예방주사는 아직 없다. 한 종류의 간염에 걸린 사람이라도 다른 종류의 간염에 재차 감염될 수 있다.
● 간염 A는 음식이나 음료를 통하여 전염된다. 다른 간염과는 달리 간에 만성질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다.
● 간염 B는 혈액, 정자 및 다른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상당히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간경화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간염 B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한 후에 수혈을 받아야 하며, 안전한 성생활을 할 때 간염 B를 예방할 수 있다.
● 간염 C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하여 전염된다. 간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간경화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 간염 D는 보통 간염 B에 감염된 사람들로부터 발생하며 혈액이나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을 통하여 전염된다.
● 간염 E는 드문 바이러스로 음식물이나 음료수를 통하여 전파된다.
● 간염 G는 간암과는 별 상관이 없는 바이러스이다.
간염 예방은 이렇게~
간암은 물론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간염 B나 간염 C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간염 B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 사람들은 반드시 간염 B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둘째, 간에 독성으로 작용하는 성분인 아플라톡신(aflatoxin=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곰팡이가 핀 것으로 견과류, 땅콩, 통곡류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을 피해야 한다.
셋째, 드물기는 하지만 간염 B 바이러스와 C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간암 발생 위험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넷째, 간경화증을 예방해야 한다. 간경화증은 간 조직에 상처를 입히면서 간의 기능을 저해한다.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간경화증의 가장 큰 원인은 음주와 간염 C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간염 B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여섯째, 일반적인 암 예방책을 실천한다. 흡연을 피해야 하고, 건강한 음식생활과 운동생활을 해야 한다. 특히 적당한 운동생활은 특정한 암 예방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간염 C 바이러스와 임파종
저명한 의학잡지(JAMA, May 6, 2007)에 의하면 간염 C 바이러스는 특정한 임파종 발생 위험을 높인다 것이다. 간염 C 바이러스 감염은 비 호드킨 임파종의 발생 위험을 20~30% 높여준다는 것.
간염 C 바이러스 감염은 흔치 않은 비 호드킨 임파종에 속하는 암(Waldenstrom’s macroglobulinemia)의 발생 위험을 300% 높여주고, 다른 암(cryoglobulinemia) 역시 그 발생 위험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이런 드문 암들의 발생은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간염 C 바이러스가 간암 발생 위험만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암 발생 위험도 함께 높여준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바이러스는 이 땅에 있어온 것이었다. 따라서 평소부터 건강한 생활습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