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혹독한 시련 끝에 찾은 행복 …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개인사업을 운영하느라 업무로 인한 술자리와 출장이 잦았던 원홍섭 씨(62세). 항상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워낙에 건강한 체질이었기에 별다른 잔병치레도 없었던 그는, 갑자기 찾아온 변비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 3기라는 청천병력을 듣게 된다.
방광까지 퍼진 대장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친 후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원홍섭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오십줄을 넘어서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원홍섭 씨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회사의 조직원이 아닌 사장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이것저것 신경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잦은 야근과 술자리는 그의 일상 생활처럼 돼버렸으며, 점점 건강과는 먼 불규칙적인 생활이 반복됐다.
변비 증세가 몇 달 계속되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낼 정도로 열심히 일한 만큼 새로운 사업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평소에는 없던 변비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변비 증세는 몇 달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일을 조금 무리해서 한 날은 땀이 비오 듯 쏟아지고 심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2000년 여름부터 변비증세가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장세척만 두어 번 하고 변비약을 복용했죠. 그래도 변비 증세는 더 심해지고 체중도 줄어들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3기라도 하더군요. 건강을 자부했던 저에게는 믿기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단순한 변비로 생각하고 큰 병이라고는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장세척과 변비약을 복용했던 그에게 대장암 3기라는 진단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놀라기도 잠시, 암이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으므로 부랴부랴 수술 날짜를 잡고 유난히도 추웠던 2000년 12월에 수술대에 올랐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다행히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아 담당의는 수술은 금방 끝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5시간이 넘도록 그의 수술은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대장에 생긴 종양이 주변으로 파고 들어가 대장 옆의 방광부분까지 암 종양이 들러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그는 종양이 생긴 대장을 17㎝나 잘라냈을 뿐 아니라 방광의 일부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야채와 꾸준한 운동은 최고 보약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퇴원하고 한 달 후부터 시작된 항암치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강력한 항암주사와 약 때문에 머리카락은 빠지고 입안은 헐고 손바닥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또한 17㎝ 이상 장을 잘라냈기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루에 7∼8번 이상 변의를 느끼지만 대변조절이 어려워서 마음대로 외출을 할 수도 없었다.
”장을 17㎝ 이상 절제했기 때문에 수술 후 2년 정도는 일반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변의 조절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거리를 이동할 때는 거의 먹지 않거나 어디를 가도 항상 화장실을 먼저 찾게 됐죠. 당시 강남 근처에 살았는데 그때 화장실을 자주 찾아다녀서 그 주변의 공중화장실은 아직도 다 기억하고 있답니다.”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원홍섭 씨는 술과 고기를 즐기던 전과는 달리 야채를 주식으로 하는 생활요법을 시작했다. 우선 아침에는 신선한 야채를 갈아서 만든 주스를 마시고 당근, 시래기, 표고버섯, 무를 달여서 식힌 후 냉장고에 두고 수시로 물처럼 마셔 주었다. 또한 마늘을 쪄서 으깬 후 꿀을 약간 타서 재워 놓고 하루에 한 번 한 숟가락씩 먹고, 감자와 고구마 등 뿌리채소도 곁에 두고 먹었다.
”전에는 술을 즐겨 안주로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이었는데 수술 후부터는 식단을 야채 위주로 완전히 바꿨죠. 아침은 반드시 신선한 야채를 먹고 점심과 저녁은 돌솥비빔밥 같은 나물 위주의 반찬에 생선을 곁들여 먹습니다. 더불어 밥에는 항상 검은콩을 듬뿍 넣고 된장과 청국장 등 콩을 발효시킨 식품을 자주 이용합니다.”
또한 수술 후부터는 식습관뿐만 아니라 생활습관도 바뀌었다. 항상 일에 쫓기느라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할 시간이 없었지만, 퇴원 후부터는 집앞 공원으로 가벼운 산보 정도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부터는 집 근처 산으로 주말마다 등산을 가서 운동도 하면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온다.
자신감 있는 긍정적 생각이 중요
야채 위주의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점차 건강을 되찾아 간 원홍섭 씨는 수술 후 6개월 동안 6번의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에 두 번으로 점차 정기검진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지금은 수술 후 투병생활이 만 6년째로 병원에서는 그가 대장암을 완치했다고 보고 있다.
”대장암을 선고받고 큰 수술과 투병생활을 하면서 저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는 생각에 예전보다는 좀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제가 대장암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먹을 정도로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장암으로 인한 투병생활은 힘들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건강의 중요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특히 투병생활 내내 묵묵히 자신의 옆을 지켜주면서 퇴원 후에는 매일 아침 야채를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주던 아내의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투병생활 내내 아내가 옆에 있어 준 것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장암의 경우 퇴원 후 식이요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아내는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골고루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식사를 신경 써서 준비해 주었습니다. 또한 제가 투병 중 힘들어 할 때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격려해 주었죠.”
힘든 투병생활로 인해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욱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는 원홍섭 씨는 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선 ”나는 살 수 있다.”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채식 위주의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장암이라는 병마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처럼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 암을 극복한 사례 인터뷰는 대한암협회(www.kcscancer.org)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