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내 몸 훈련 3개월이면 고질병 95%는 완치됩니다”
유태우 신건강인센터 원장(54세·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6월 프랑스로 7박 8일간 ‘나홀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가방 대신 비행기 표에 배낭 하나만 달랑 멨다. 티셔츠·반바지 1벌, 속옷 3벌만 넣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건강에 좋지 않아요. 현지에 가면 현지식을 먹어야죠. 고추장 싸서 여행갈 필요 있나요? 몸은 둔감한 게 좋아요.”
유 박사는 ‘반식 다이어트’ ‘내 몸 개혁 프로젝트’로 유명한 가정의학 전문의다. 최근 방송과 강연을 통해 내 몸 훈련 건강법을 알리고 있다. 내 몸 훈련 3개월이면 고질병의 95%는 완치되고 ‘9988234’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사이에 죽는 것. 누구나 꿈꾸는 삶이다.
스쿠터 타는 ‘괴짜 의사’ 걷기로 건강관리
그는 매일 새벽 5시면 성북구 돈암동 집에서 출발해 강남 센터로 나온다. ‘애마’는 스쿠터다. 때론 친구들과 ‘바이크 투어’를 즐긴다. 서울대에 있을 때부터 ‘모터바이크 타는 교수’로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오후 5시면 ‘칼퇴근’이다. 주 5일 근무도 철저히 지킨다. 주말엔 논다.
“퇴근 후에는 애들하고 빈둥거려요. 야구를 좋아해 TV 중계를 가끔 봐요. 잠실야구장에도 가고, 여자농구 보러 장충체육관에도 갑니다.”
스포츠를 좋아해 겨울엔 스키, 여름엔 골프를 하지만 원칙은 ‘즐기는’ 것이다. “운동이 전 국민의 필수라곤 생각 안 해요. 꼭 해야 된다는 건 문제예요. 여성은 집안일이나 쇼핑하면서 운동하면 돼요. 하고 싶은 만큼만 즐기면 됩니다.”
유 박사는 “머리가 몸을 소모하면 소모된 몸은 반항합니다. 병은 내 몸이 내 머리에 가하는 역습입니다.”라고 말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라는 것. 독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몸이 독하게 역습하는 데 그것이 요요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늘 여유롭다. 인터뷰하던 날에도 기자와 점심 식사 후 30분간 병원 근처를 산책했다. 핫초코 한 잔 들고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숲길을 걸었다. 서울대 병원 다닐 땐 집에서 낙산-대학로까지 40분간 걸어서 출퇴근했다. 지금도 센터가 있는 8층까지 하루 몇 번씩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다. 40층 계단도 걷는다.
그는 원래 타고난 건강 체질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까진 서울시내 소아과는 죄다 다녔을 만큼 약골이었다. 소아과에서 색깔이 노란 혈관주사 맞은 기억이 생생하단다. 서울대 의대 입학 후 야구부 투수로 뛰면서 건강해졌다.
40대 중반까진 일에 치여 살았다. 음주도 많이 했다. 새벽 4시 후배들과 독주를 마시다 전부 귀가시킨 후 아침 7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컨퍼런스에 나타나곤 했다. “‘노털카’(술잔을 놓지 않고 단번에 마신 뒤 잔을 털지 않으며 ‘카’하는 소리도 내지 않는 것) 스타일이죠.” 지금은 1년 10회로 줄인 음주에 포도주 2잔이 고작이다. 담배는 레지던트 2년차 때 끊은 후 금연 중이다.
그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며, 미루는 법이 없다. 청탁이 들어오면 당일 원고를 쓴다. 대신 일하는 시간엔 몰입한다.
질병의 원인은 사람, 몸 둔감 훈련 하세요!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후 줄곧 가져온 믿음이 질병은 완치되지 않고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거였죠. 1995년 서울대병원에 건강증진센터를 개원해 ‘평생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이게 맞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질병 완치가 정말 힘든지 내 몸으로 검증했죠. 79kg이던 몸무게를 7개월 만에 10kg 뺐어요. 1년 만에 64kg까지 감량했죠. 허리가 35인치에서 31인치가 됐어요. 줄기와 뿌리를 치료하면 병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몸이 아프면 병원부터 가는 우리 사회에서 그의 주장은 화제를 낳았다. 그는 서양인과 한국인은 다르다고 말했다. “서양의학은 운동 안 하는 사람에게 약물을 처방해 운동을 시켜요. 질병의 결과를 고치는 학문이죠. 그런데 한국인에겐 화병 같은 신체 기능의 병이 많아요. 질병의 원인이 사람이란 말이죠. 약은 보조제일 뿐입니다.”
그는 내 몸 훈련법에 ‘삶의 의학’이란 이름을 붙였다.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환자들이 처음부터 귀기울인 것은 아니다. “유 박사님도 고명하지만, 더 고명한 99명의 다른 의사들이 평생 고혈압 약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환자들에게 그는 “질병을 고치는 것은 의사도, 약물도 아니다.”며 “평생 건강하게 살지, 약을 먹을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신건강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 하루 일과 후에도 10%의 에너지를 남기는 사람, 금연하는 사람, 질병을 두려워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사람,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사람이다.
겉보기엔 승승장구했을 법 하지만 실패도 적지 않았다. 오리온과 손잡고 웰빙 과자 ‘Dr. You(닥터유)’를 내놓자 모교에선 뒷말이 나왔다. “교수가 어떻게 저런 짓을 할까?”
서울대병원을 그만둘 때도 주변에선 “고위층과 싸웠냐?” “계수기로 돈 세고 싶어 그런다.”는 말이 들려왔다. 방송에서 “광우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을 땐 게시판이 악플로 도배되면서 “청와대 입성 맡아 놨다.”는 댓글이 달렸다.
“제자들에게 욕 많이 먹었어요. 한 명은 전화해서 ‘자꾸 그렇게 하시면 저 굶어 죽어요’ 하더군요.” 치료의학이란 주류에서 벗어나면서 겪는 일들이다.
그는 의료계의 ‘괴짜 의사’다. 스스로 ‘이단아’란다. “의사 친구들도 떨어져 나갔어요. 전 실패를 많이 했어요. 병원 1층에 건강스토어를 차렸다가 최근 폐업했어요. 비즈니스를 잘 못해요. 골프 회원권도 가장 비쌀 때 사고, 채권 최고액을 써서 아파트 분양받을 정도죠. 남들은 채권 최고액을 50%만 썼던데….”
그래도 거의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실패가 기준이니까 오히려 당연하단다. 그는 원래 빨리 잊는다. 잘한 것만 마음에 담아둔다.
“일등을 지향하되 꼴찌라도 관계없다.”고 했다.
“갓난아기일 때 무얼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출발하면 질병과 상실감이 생기지 않아요.” 그의 말을 듣자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란 불가의 경구가 떠오른다.
유 박사는 요즘 ‘비교병’과 ‘소모’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걸렸거나 학습장애, 폭식증을 앓는 청소년들이 와요.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도 있어요. 청소년 정신건강의 주된 문제는 비교병이 원인이에요.”
그는 신건강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나사세(나·사람·세상) 건강학’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보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고, 세상을 어떻게 보고 사는지에 따라 내 건강과 질병이 결정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