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무공해 채소·과일 식이요법으로 새 인생 살아요”
“암 투병을 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어요. 고집불통에 내성적이던 제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강성배 씨(51)는 간암과 간경화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강 씨를 모르는 이웃이 없을 만큼 ‘마당발’이 됐다. 울타리나 배관을 손볼 곳이 생기면 ‘무보수 봉사’도 서슴지 않는다. 강 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살아 있는 게 곧 행복”이라며 웃었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거실에는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50kg의 비쩍 마른 몸매에 꺼뭇꺼뭇한 얼굴.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없었거든요. ‘사형선고’를 받고 마지막으로 사진관에 갔었죠.”
대들보 같은 든든한 3형제와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그에겐 ‘보물’이다. 162cm의 단구에 몸무게 80kg. 헬스클럽에 아침, 점심, 저녁 내리 갈 만큼 건강해진 지금의 모습에서 말기암 환자였던 과거를 떠올리긴 쉽지 않았다.
환자복 입고 매일 등산·걷기 운동… 아내 사랑 확인한 ‘행복한 투병’
강 씨는 2001년 7월 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소화가 전혀 안 돼 동네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아내(최선옥·43세)가 입원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거절하더군요. 병원에서 해줄 게 없다면서요. 맛있는 음식 먹고 형제나 친구들 만나며 마음 편히 있으라고 하더군요.”
?하루 이틀 지나자 황달에 흑달 증세까지 나타났다. 며칠 새 완전히 숯검정처럼 변했다. 암 크기가 4cm 정도인데 간 전체에 포도송이처럼 암이 흩뿌려져 색전술도, 항암제도, 이식도 해볼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항암치료도, 수술도 받을 수 없다니….’ 세상이 깜깜했다. 스트레스로 일주일 만에 20kg이나 빠졌다.
그는 원래 간염 보균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모태 감염이다. 서른이 다 돼 술을 배운 그는 애주가가 아니라 ‘폭주가’였다.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았고 집을 못 찾을 정도였다.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도 소주 몇 병은 예사로 비웠다.
이상 신호는 있었다. 1996년부터 일 년에 한 차례씩 피를 토했지만 터진 혈관을 꿰매고, 며칠 쉰 뒤 술을 마셨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간경화 치료제로 위안을 삼는 것이 고작이었다. 병원 응급실에 세 번 실려 가면서도 “물처럼 술을 마셨다.”고 한다.?
강 씨는 20대까진 건강체질이었다. 고향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일등을 도맡던 ‘준족’이었다. 그러나 B형 간염이 그의 날개를 꺾었다. 대기업 최종면접은 통과했으나 신체검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해외 취업도 막혔다. 간이 나쁜 것은 집안 내력이다. 그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어머니가 간경화로 세상을 떴다. 7남매 중 4명이 간이 좋지 않다.
부친이 치매를 앓고 있어 집에선 투병이 어려웠다. 장례식장이 있는 곳에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사는 아내에게 “오늘밤을 못 넘길지 모르니 자리를 비우지 말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오히려 마음은 가벼웠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들던 그에게 우연히 들려온 말 한 마디. “식이요법으로 암을 고쳤다.”는 말이 들려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한 번 해보자.’ 이때부터 그는 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는 무공해 채소와 과일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민들레, 케일 등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통합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세포를 찾아내 원인을 치료하는 ‘표적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3잔씩 생즙도 마셨다. 아침 공복 때, 점심, 저녁식사 전 꾸준히 마셨다. 아내가 정성껏 신선초와 케일, 민들레, 돌미나리, 돗나물, 토마토를 넣고 생즙을 만들어줬다. 제철 채소와 제철과일도 많이 먹었다. 상추와 호박, 가지, 오이, 고추, 들깻잎, 양파, 가지 등이 식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주식으로 과일을 먹을 땐 하루에 포도 한 박스씩 먹을 정도였다.
“케일은 유기농식품으로 사고, 나머진 텃밭에서 길렀어요. 생즙이 먹기 싫은 날엔 매실이나 벌꿀, 알로에 중 하나를 섞었어요.” 화학조미료와 인공색소음료, 여러 번 쓴 기름에 튀긴 음식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투병할 땐 강낭콩, 율무, 현미, 팥으로 만든 현미잡곡밥과 된장찌개를 먹었다. 암에는 백미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간혹 버섯과 호박, 조개를 넣은 된장국과 청국장이 식탁에 올랐다.??
민들레, 케일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통합치료’
처음 몇 달은 전쟁이었다. 생즙은커녕 포도 한 알만 먹어도 화장실로 달려갔다. 설사 때문이었다. 문고리를 잡고 겨우겨우 화장실만 석 달간 다녔다. 투병 때 한 번 통증이 오면 꼼짝도 못하고 엎드려서 이를 악물었다. 두 시간 동안 통증을 견뎌야 했다. 정신이 다 몽롱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아내는 스트레스로 임파선이 뭉쳐 가슴에 자꾸 혹이 생겼다. 빠진 몸무게가 회복되는 데 1년이 걸렸다. 간암은 소화를 못시켜 설사와 함께 변비가 심해진다. 환자복을 입고 병원 뒤편 어등산을 올랐다. 걷기 운동도 열심히 했다. 처음엔 숨이 가빠 10분도 걷지 못했다. 나중엔 걷기와 등산을 4시간까지 할 만큼 좋아졌다. 강 씨는 “간암 환자는 운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간암 2기 판정을 받은 큰형도 8개월간 식이요법을 열심히 한 덕에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암환자는 예민해지고, 성격이 날카로워진다. 비관적이고, 짜증이 많아진다. 시아버지를 7년 간 보살펴 효부상을 탄 아내의 고생이 컸다. 2002년 7월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더니 암세포가 사라졌다. 진단을 받은 지 11개월 만이었다.
강 씨는 “암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투병 중인 환자는 부인에게도 본심을 털어놓지 않아요. 자신이 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옆에 있던 아내 최선옥 씨가 “육체적인 고생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환자 기분을 맞춰주는 일이 보통 아니거든요.”라며 거들었다.
이런 환자들도 강 씨 앞에 서면 마음의 문을 연다. 동병상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합치료법을 권유했다가 간혹 오해도 산다. “형제들이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약장사 아닌가 하고….”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는 희망이 조금만 보여도 틀어잡아요. 반면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아지면 비관하죠. 하루 24시간 왔다 갔다 하는 거죠.”
강 씨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에 휩쓸리는 일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암환자에게 붉은 생선이나 육고기는 금기식품입니다. 그런데 누가 ‘옻닭으로 나았다.’면 혹하는 거죠.” 통증이 못 견디게 힘들어지면 병원에 입원한다. 천연물 식이요법은 3∼6개월을 해야 효과를 보는데 중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 씨는 “암환자에겐 강한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일을 하는 강 씨는 본업보다 광주BRM연구소 밀알회장으로 통합치료를 알리는 데 더 열심이다. 강 씨는 투병 때 찍은 가족사진을 일부러 떼지 않았다. “말기암을 이겨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집에 옵니다. 그분들에게 사진을 보여드리고 ‘힘내시라.’고 말합니다. 암을 극복하면서 전 다시 태어났어요. 그분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