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유쾌하고 즐겁게 살면 건강은 나의 것”
책을 사랑했던 가난한 부산 소년이 있었다. 구하기 어려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은 오직 도서관뿐. 그래서 소년은 책을 보러 늘 도서관을 찾곤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으로 온 세계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마냥 좋았다. 소년에게 책이 있다면 걱정과 근심은 남의 이야기였다. 즐거운 이야기책에 빠진 소년의 감성은 나날이 여물어 갔고, 몇십 년 후 그 소년은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갑상선암 명의가 되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교수 이야기다.
뜻이 있는 곳에 의사의 길이 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파이팅!’이라며 씩씩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의사, 환자를 안심하게 만드는 의사,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 편안한 의사….
환자들이 기억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교수의 모습이다.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이고 활력이 넘치는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잘 어울리지만, 막상 의대생이 되기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는 꿈을 꿨던 그에게 가난은 꿈을 접으라고 속삭였고, 주위에서도 돈이 많이 드는 의대는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아픈 사람을 고쳐주며 보람을 느끼는 직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의대에 합격하자마자 입주 가정교사와 그룹과외를 하며 등록금과 용돈을 벌었고, 무사히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는 의대를 다니면서 평생 직업과 인생의 동반자도 함께 얻었다. 지금의 아내는 박 교수의 고향 후배이자 과 후배였다. 힘든 학교 공부와 객지 생활을 서로 의지하며 5년 동안 사랑을 키워 결혼에 성공했다.
“제가 의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죠.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아내 이야기에 박 교수의 얼굴이 한없이 밝아진다.
갑상선암, 빠른 치료 하면 이길 수 있어
1974년 일반외과 전문의로 처음 외과의사 생활을 시작한 박 교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외과 분야의 질환을 치료하는 평범한 외과의사였다. 그러나 1970년대 말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수술이 다른 분야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두경부암 수술 공부에 매진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1981년부터 1982년까지 이 분야의 연수를 받고 돌아왔고, 갑상선암 환자가 차츰 증가한 1980년대 말부터는 갑상선암 수술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갑상선암 수술만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들이 넘쳐났다. 지금도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 일주일에 25건이 넘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240여 명의 환자를 진찰하고 있지만 그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제가 환자를 수술하면 암을 이기고 건강해지잖아요. 그럼 수술은 힘든 일이 아니고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죠.”
박 교수가 갑상선암에 본격적인 관심을 뒀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초음파, 세침검사 등으로 옛날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미세암이 발견됐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미세암뿐 아니라 1cm 이상의 큰 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미세암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박 교수는 “한국의 갑상선암은 치료 성과가 좋은 유두암이 95%입니다. 유두암은 조기에 수술하고 치료하면 95% 이상 완치가 되는 암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림프절 전이가 있더라도 사망률과는 큰 관계가 없다. 나이가 젊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고 재발률도 낮다. 박 교수는 “재발하더라도 대부분 다시 고칠 수 있는 암이 갑상선 유두암입니다. 지레 겁을 먹고 수술을 피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느리고 유순한 유두암도 시간이 지나면 치명적인 암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라고 충고한다.
즐거운 생활로 건강 충전! 활력 충전!
‘60대의 체력으로 가능할까?’ 의심이 되는 많은 수술을 하는 박 교수지만 수술 이외에도 그가 할 일은 넘친다. 시간이 나면 그동안 터득한 수술 기술, 갑상선암에 대한 지식, 세계의 갑상선암 연구동향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느라 바쁘고, 환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바쁜데도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특별할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우선은 즐겁게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수술을 통해 건강을 선물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데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일 일이 없죠.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려요. 바빠도 일주일에 3번은 땀이 날 정도로 속보를 하고요.”
이 밖에 박 교수는 매일 아침 아내가 준비한 토마토주스를 마시고, 블루베리와 견과류를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 식사할 때는 육류보다는 나물과 버섯 같은 채소를 반찬으로 곁들인다. “소식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소식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래서 목표를 바꿨죠. 최소한 과식은 하지 않기로. 하하하!”
언제나 즐겁고 긍정적인 그다운 대답이다. 이렇게 너그럽고 유쾌한 그가 180도로 변하는 곳은 딱 한 곳. 바로 수술실이다. 그곳에서 만큼은 철저하고 꼼꼼한 의사로 돌변한다.
“수술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재발이 되지 않고 최대한 수술 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치료를 하며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박정수 교수. 언제나 즐거운 마음가짐과 환자들을 향한 빛나는 열정이 그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약임이 분명하다.
박정수 교수가 추천하는 갑상선 건강 지키기 5계명
1. 적당한 요오드 섭취하기
“갑상선암에 걸리면 요오드를 섭취하면 안 된다.” “요오드를 많이 먹으면 갑상선암에 걸린다.”는 등 검증되지 않는 속설들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요오드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량원소이며 체내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주원료이다. 우리가 보통 식사를 할 때 먹는 요오드 양 정도라면 갑상선 기능에 이상을 주지 않는다.
2. 매일매일 갑상선에게 인사하기
매일 거울을 볼 때 침을 삼켜 목에 혹이 생기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혹시 혹이 잡히거나 갑상선이 부었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3. 1년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하기
갑상선암은 속도가 느린 암이라고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작은 혹이나 염증을 발견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를 1년에 한 번씩은 해야 한다.
4. 1년에 한 번씩 갑상선호르몬 검사하기
갑상선호르몬 검사는 피를 뽑는 것만으로 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을 검사하면 갑상선항진증과 갑상선저하증을 진단할 수 있다.
5. 갑상선 전문 의사와 친하게 지내기
비전문가의 말을 듣다가 쓸데없이 고생하거나 경제적인 손해를 입기 쉽다.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거나 암이 생기면 반드시 갑상선 전문의와 상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