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찬바람이 불어올 때는 대기가 건조해진다. 건조주의보는 땅에만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내 몸에도 내린다.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몸이 덜 건조하지만, 수분이 쉽게 증발하는 가을철이 되면 피부가 수분을 빼앗겨 푸석해진다.”고 말한다.
몸이 건조해지면 각종 피부질환과 잔주름이 쉽게 발생한다. 또 눈과 코도 바싹바싹 마르게 된다. 건조한 계절 가을, 우리 몸에 내린 건조주의보를 해제해 줄 방법은 무엇일까?
Part 1.?온몸이 긁적긁적…?피부건조증
도움말 |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자외선 차단을, 겨울에는 보습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러나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피부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가을철의 심한 일교차와 갑자기 차갑고 건조해진 날씨는 피부를 매우 예민하게 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피부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소양증(가려움증)이 생긴다. 흔히 알고 있듯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유쾌한 감각이다. 이로 인해 피부를 긁다보면 염증이 생기게 된다. 한태영 교수는 “특히 정강이에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고 말한다. 손이나 몸통에 발생하기도 한다. 팔, 다리 쪽은 피지선이 가장 적게 분포되어 있는 부위고, 피부도 얇아 자주 긁게 된다.
증상은 마치 금이 간 도자기처럼 피부가 갈라지고 각질이 하얗게 일어난다. 가려워서 박박 긁다보면 각질층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 때문에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증발을 막는 각질층의 장벽 기능이 망가지면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피부로 쉽게 침투한다. 따라서 접촉성 피부염, 자극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병원균에 대한 방어기능이 망가져서 다른 감염 통로가 되기도 한다.
매일 샤워할 필요 없고, 보습 중요
한태영 교수는 “피부 장벽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목욕 후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보습제는 피부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해주고 건조피부에 감소되어 있는 지질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목욕 후 피부에 수분이 남아있는 3분 이내에 도포하는 것이 좋다.
건조증에 도움이 되는 보습제 성분은 밀폐제, 습윤제, 세라마이드, 식물 추출물, 비타민 등이 있다. 보습제 선택은 되도록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목욕은 매일 할 필요는 없다. 너무 자주하는 것이 오히려 피부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목욕 시 피부에 과도한 자극을 주는 것(때를 미는 과도한 각질 제거)은 피한다. 씻을 때 비누는 자극이 적은 약산성이나 중성비누를 쓴다. 알칼리성 세정제는 과도한 세정력으로 탈지량이 많다. 세정 후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집안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젖은 빨래를 널거나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맞춘다.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수분 공급도 중요하다. 하루 1ℓ가량 물을 마신다. 억지로 물을 마시는 게 힘들다면 물 대신 과일이나 채소를 더 많이 먹는다. 오이나 오렌지처럼 수분이 다량 들어있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균형 있는 영양섭취도 중요하다.
그 외에 야근을 피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와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다.
2한태영 교수는 중앙대병원 임상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Part 2코와 입이 바싹바싹…비강ㆍ구강건조증
도움말 |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최민선 교수
날씨가 건조해지면 피부뿐 아니라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잦아진다. 콧속이 메말라 코피가 나기도 한다. 기관지천식과 비염 등 호흡기질환이 심해진다.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입냄새가 심해지고 마른기침이 난다.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최민선 교수는 “피부 같이 외부 공기를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호흡기 또한 차고 건조한 가을철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며 “인후부 등 점막들이 모두 건조해지기 쉽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을철 기관지 관련 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관리법을 알아본다.
밀폐 공간 피하고, 따뜻한 물 마셔야
코가 건조할 때는 코를 후비거나 자주 만지고 심하게 푸는 행위를 자제한다. 또 입이 건조하다면 부드러운 칫솔로 꼼꼼히 양치한다. 술, 담배, 강한 산성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최민선 교수는 “호흡기 계통, 즉 코와 기관지, 폐 등은 항상 따뜻하고 윤택해야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체내 수분이 충분히 유지되도록 따뜻한 물을 자주 먹을 것을 추천한다. 특히 호흡기 기능을 보해주는 오미자, 모과, 대추, 도라지 등을 달인 물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환경이 건조하지 않게 신경 쓴다. 호흡기가 약하거나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밀폐된 공간, 지하 공간 등을 피한다. 아침 시간 찬 공기도 좋지 않다.
또 가을철에 호흡기가 약해지면 감기도 쉽게 걸릴 수 있다. 과로와 과음, 지나친 흡연 등을 피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한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는 손발을 잘 씻어 개인위생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3최민선 교수는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전임의, 일산자인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과장, 숨쉬는 한의원 강남대치점 원장을 역임했다.
Part 3
두 눈이 뻑뻑~
안구건조증
도움말 |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이하범 교수
눈물은 안구를 잘 적셔서 눈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을 생성하지 못하거나 눈물의 성분이 부족해 빨리 마르게 되면 눈이 불편해진다. 이를 ‘안구건조증’ 또는 ‘건성안’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눈물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매연 같은 환경오염, 가을철 건조한 바람이 불어 올 때는 증상이 악화된다. 안구건조증이 심할 경우 각막이 말라 시력이 현저히 떨어지기도 한다.
4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이하범 교수는 “가을철엔 질환이 심해져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눈이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증상이 있으면, 우선 눈물의 분비량과 눈물막 파괴 시간을 측정해 안구건조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구건조증은 결막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안구건조증 환자 중 결막염으로 잘못 진단해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검사가 필수다.
눈 비비지 말고 자주 깜빡여야
이하범 교수는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을철에 헤어드라이어 사용이나 바람을 피하고 금연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인공 눈물로 물기를 보충해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도록 한다.
예방하려면 먼저 실내 습도 유지에 주의를 기울인다. 또 컴퓨터 모니터를 눈높이보다 낮춘다. 안구가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장기간 컴퓨터 작업도 피한다. 오랫동안 책읽기를 자제하며, 중간 중간 적절한 휴식을 취해준다.
평소에 습관처럼 눈을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조심한다. 눈을 자주 깜빡여주면 빠른 눈물 증발을 막을 수 있다. 콘택트렌즈 착용도 삼가고 가능한 한 안경을 쓰는 게 좋다.
음식은 눈에 영양을 보충해주는 식품을 추천한다. 검은 깨, 잣, 동물의 간, 다시마 등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된 식품이 도움이 된다.
이하범 교수는 강동성심병원 병원장, 한국안은행협의회 회장, 콘택트렌즈연구회 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심사위원,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