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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환경과 건강] 우리가 옛날 사람보다 눈을 더 깜빡여야 하는 이유

2015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장수호

【건강다이제스트 |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

한참 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던 소라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엄마가 달려가 보니, 소라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순간 소라 엄마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아까부터 거울을 보고 있더니 역시 그것 때문이었어.’

소라 엄마는 한숨을 푹 쉬며 소라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친구들이 너 여드름 났다고 많이 놀리니? 그 애들도 곧 생길 텐데 뭐. 네가 또래보다 성숙해서 조금 먼저 생긴 것뿐이야.”

이렇게 시작된 소라 엄마의 ‘위로’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엄마, 그게 아니라 눈을 안 깜빡이고 버티려니까 눈이 시려서 그랬던 거야.”

소라의 말에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쓸데없이 눈을 왜 부릅뜨고 있담? 그런 엄마에게 소라가 한 말은 이랬다.

“내일 친구들이랑 눈 안 깜빡이고 오래 버티는 내기를 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거울보고 연습하는 거야. 근데 눈이 시리고 아프네. 아무래도 내일 지겠어.”

눈을 지나치게 자주 깜빡이는 사람은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람은 약 10초마다 눈을 깜빡여 눈물로 안구를 코팅한다. 그런데 TV 시청과 컴퓨터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크게 줄어 안구가 건조해진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은 3분에 1~2번밖에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고 한다.

안구건조증은 나이가 들면서 눈물 배출 기능이 감퇴해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안구건조증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눈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안구건조증을 초래하는 가장 위험한 상황은 뭘까? 실내 습도가 낮은 겨울철, 실내에 열을 발생시키는 컴퓨터나 모니터 등 여러 가지 전자제품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지속할 때이다. 물론 스마트폰 화면을 장시간 들여다보면서 눈을 깜빡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눈을 자주 깜빡이도록 얘기해주자. 어떤 학부모는 자녀의 컴퓨터 모니터에 아예 윙크하는 스티커를 붙여 놓아 눈 깜빡임을 유도한다고 한다. 참 좋은 아이디어다. 나날이 건조해지는 요즘, 컴퓨터 모니터만이 아니라 휴대폰 액정이나 TV 등에도 활용해보자.

전상일 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버드대 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위해평가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보건학의 접목에 힘썼다. 귀국 후 환경보건학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국환경건강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서울대 등 여러 대학과 다수 방송·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칼럼 기고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둘다북스>를 설립하여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한국환경건강연구소>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일보> ‘전상일의 건강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황선숙입니다>에 고정 출연해 환경보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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