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
‘참 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속담은 속담일 뿐이다. 계속 그렇게 살다가는 병난다. 화병이 난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우리 문화는 없어도 되는 화병을 만들었다. 화낼 것은 내야 하는데 덮어놓고 참으니 병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화병이란 우울증, 신체화 장애(몸에 병은 없지만 아픈 증상이 나타남), 불안장애 등이 섞여 있는 우리나라 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증후군”이라고 설명한다. 화병은 부부 갈등, 고부 갈등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경제적인 어려움, 고생으로 생긴 억울함, 속상함, 미움, 한(恨)과 같은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다.
화병이 생기면 주로 우울, 불안, 속상함, 억울함, 분함, 화남, 허무함 같은 정신 및 감정반응과 불면, 소화장애, 두통 등을 호소한다. 또한 답답하고, 열이 나고, 입이 마르고, 가슴이 뛰고, 목이나 가슴에 덩어리가 뭉치는 현상이 생긴다.
고기동 교수는 “한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총 4.2%가 화병을 가지고 있고, 화병은 특히 중년 여성에게 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화로 똘똘 뭉친 나였다면 이제 그 화를 내려놓자. 화는 그때그때 푸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 못 푼 화는 지금이라도 풀자. 고기동 교수는 “여기서 화를 푼다는 것은 즉각적으로 폭발하듯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상태에서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화를 조절할 수 있는 열쇠는 자존감에 있다는 사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인 자존감은 장점을 인정하는 마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이 밖에도 가벼운 운동, 취미생활,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많이 하자.
TIP. 대한민국은 ‘화병주의보’ 화병 진단하는 체크리스트
1. 밤에 잠을 잘 못 자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2.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3. 두통이 생긴다.
4. 소화가 잘 안 된다.
5. 숨이 쉽게 차오른다.
6. 화가 나면 얼굴과 온몸에 열이 오른다.
7. 가슴이 두근거린다.
8. 의욕이 없다.
9. 명치끝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10. 혓바늘이 돋아 음식을 삼키기 힘들다.
11. 아랫배가 따갑다.
12. 목 안이 꽉 찬 느낌이다.
※ 12개 체크리스트 중 2~3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고기동 교수는 대사증후군, 갱년기 질환, 비만, 금연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가정의학회 정회원, 대한노인병학회 정회원, 한국정신신체의학회 회원, 대한비만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