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 |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김진택 교수】
우리 주변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때문에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걱정,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잔소리, 필요 이상으로 많은 욕심…. 어디서나 지나친 것은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 몸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꺼린다. 우리 몸속 구석구석을 돌고 있는 혈관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필요 이상으로 지방이 많아지는 것을 질색한다. 적당히 있을 때와 다르게 혈관 속의 악동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병으로 여기고 ‘고지혈증’이라 부른다. 불필요한 지방은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나아가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이 악동을 잠재우는 기본적인 방법이자, 중요한 방법은 단연 밥상 혁명이다. 애초에 혈관 속으로 많은 지방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PART 1. 너도나도 고지혈증 왜?
고지혈증이란 필요 이상으로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많아지는 병이다. 고지혈증을 치료해야 이유는 분명하다. 동맥경화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는 다시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원인이 된다. 이렇듯 고지혈증에서 시작해 동맥경화,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이 아찔한 릴레이는 우리 목숨을 위협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지혈증 환자는 이미 많아졌으며,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고지혈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06년 54만 명에서 2010년 105만 명으로 4년간 1.9배, 연평균 18.1%씩 증가했다.
2010년 1차 건강검진을 받은 1085만 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에 지방이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은 ‘이상지질혈증’ 의심 환자를 조사한 결과, 환자 수가 261만 명으로 전체의 24.1%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고지혈증이 많아지게 된 이유로 식이습관 변화를 들 수 있다. 너도나도 많이 먹고, 기름지게 먹는다. 고지혈증이 예고된 식습관이다. 식성이 서구식으로 많이 바뀌면서 서구 못지않게 고지혈증 환자가 많아졌다.
노원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김진택 교수는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그 치료의 기본은 식사 개선”이라고 설명한다.
PART 2. ‘안티고지혈증’! 우리 집 밥상 혁명
고지혈증 식사 개선은 이벤트처럼 어쩌다 한번 해서는 안 된다. 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집밥의 재구성이다. 해로운 음식은 차리지 말고 고지혈증 맞춤 음식을 늘 밥상에 올리자.
● 고소한 음식 대신 담백한 음식
삼겹살, 등심 등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튀김도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지방이 많고 고소한 음식들은 고지혈증 환자에게 해롭기도 이를 데 없다. 육류는 살코기 위주로 적당히 먹고, 튀긴 음식은 먹지 말자.
● 고콜레스테롤 음식 대신 콜레스테롤 줄여주는 음식
김진택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지방 부위, 장어류,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 생선 알, 달걀노른자, 오징어, 문어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적게 먹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한 도정된 흰쌀, 흰 밀가루, 설탕 등은 중성지방을 올리는 주범이므로 피해야 한다. 이 흰색 음식들은 뱃살을 나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지혈증 환자는 주식을 현미잡곡밥으로 바꾸고 채소는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정제하지 않은 곡식, 채소, 과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자이기 때문이다.
● 포화지방산 음식 대신 불포화지방산 음식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보다 올리브유, 생선 등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이롭다. 꽁치나 고등어에 풍부한 오메가-3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 지글지글 음식 대신 보글보글 음식!
조리방법에 따라 좋은 음식도 해로운 음식이 되기도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생선도 기름에서 튀기면 안 된다. 음식을 튀기면 트랜스지방이 생기기 때문이다. 생선은 기름 없이 굽거나 조림으로 해먹는 것이 좋고, 채소는 찌거나 데쳐서 먹는 것을 권한다. 튀김보다는 찜, 볶음보다는 조림을 기억하자!
PART 3. ‘안티고지혈증’! 밖에서도 밥상 혁명
밖에서 식사 메뉴를 고를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방심하지 말고 집에서와 똑같이 ‘안티고지혈증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화려하고 간편한 서구식 음식이 유혹할지라도 부디 흔들려서는 안 된다.
● 패스트푸드 대신 고지혈증 맞춤식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에는 고지혈증 환자라면 피해야 하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김진택 교수는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사찰음식, 샐러드 뷔페 등을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한다. 또한 청국장, 두부 등을 파는 콩요리 전문점도 좋다.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술 대신 물, 향긋한 차
김진택 교수는 “술을 자주 마시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다.”며 “술도 고지혈증을 부추기는 음식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술 대신 물, 녹차, 허브차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 누군가를 만날 때 꼭 마실 것이 필요하다는 법은 없다. 카페나 술집에서 만나지 않고 공원이나 벤치에서 만날 수도 있다. 굳이 앉아 있지 않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만약 이야기를 하느라 목이 마른다면 생수를 마시면 된다. 갈증 해소에는 생수만 한 것이 없다.
● 무늬만 주스 대신 녹즙이나 해독주스
주스, 탄산음료 같은 가공음료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몸에 좋다고 여기는 주스도 생과일을 직접 간 생과일주스가 아닌 이상 과일의 단맛만 집어넣어 해롭다.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녹즙이나 해독주스를 권한다. 요즘 디톡스 열풍으로 화제가 된 해독주스는 다양한 채소를 익혀서 믹서에 갈아서 마시는 음료다. 많은 양의 채소를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트랜스지방 안심 대신 포화지방 주의
트랜스지방에 대한 공포는 느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로운 콜레스테롤은 올리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켜서 지방계의 최고 악동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랜스지방 0%를 내세운 과자, 패스트푸드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지방은 음식의 고소한 맛을 좌우한다. 지방이 전혀 없으면 맛이 없어서 누구나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트랜스지방 대신 쓰이는 것이 포화지방이다. 과자를 맛없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코코넛기름, 팜유 등이 포화지방이 많은 지방이다.
포화지방이 트랜스지방보다 덜 해로워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흔한 말로 오십보백보다. 포화지방도 혈관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한편 고지혈증이라면 고지혈증 하나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 김진택 교수는 “고지혈증이라면 고혈압, 당뇨병 등이 함께 생기기 쉽다.”며 “고지혈증을 관리하면서 이들 질환의 예방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당뇨병,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고지혈증도 생길 확률이 높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 관리와 더불어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가 많이 올라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동맥경화 예방이 가능하다.
김진택 교수는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서울대학교 병원 내분비내과 임상강사,?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현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부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