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
요즘 신조어 ‘노마족’ ‘노무족’을 아는가? 노마족은 노 모어 앤트(No More Aunt), 노무족은 노 모어 엉클(No More Uncle)을 줄인 말이다. 아줌마, 아저씨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외모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40~50대 여성과 남성을 의미한다. 요즘 소비시장에서 알아주는 ‘VVIP’로 불린다. 하지만 진짜 젊어지고 싶다면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는 혈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얼굴은 언니, 오빠가 되더라도 혈관은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가는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젊어진 얼굴을 마음껏 자랑하지도 못한 채 혈관질환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질 수 있다. 노마족과 노무족 몸으로 바꿔줄 혈관의 품격을 올리는 법을 소개한다.
관리하면 높아지는 혈관의 품격
흔히 나이를 먹는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한다. 시간에 따라 서서히 우리 몸은 늙어간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이보다 더 빨리 늙어버리는 곳이 있다. 혈관도 그중 하나다. 혈관이 늙으면 심장과 각 장기 및 조직 사이를 순환시키는 통로로서의 위풍당당한 품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혈관을 위협하는 원인들을 제대로 피하지 못한다면 50대에도 충분히 70~80대의 혈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혈관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혈관은 소리 없이 빨리 늙어간다. 이런 노화의 결과는 예고 없이 닥치기에 그 피해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심근경색, 뇌졸중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혈관 노화가 원인이다.
김병극 교수는 “이러한 혈관의 노화는 혈관 제일 안쪽에 있는 내피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계속 진행되면 우리가 동맥경화라고 부르는 상황이 된다. 혈관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말랑말랑했던 혈관은 점차 탄력을 잃어서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동맥경화는 증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증상이 없거나 아직 젊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나이가 많다면 더더욱 혈관 건강에 관심을 둬야 한다.
막히게~딱딱하게~혈관 무법자
혈관 노화를 일으키는 요소들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다. 그중 우리가 교정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것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요소는 나이와 가족력이다. 하지만 꼭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중에 누가 혈관질환이 있을수록 경각심을 가지고 다른 요소들을 예방하는 강력한 동기로 삼으면 된다.
혈관 노화의 예방을 위해 교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들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운동 부족, 비만, 나쁜 식습관 등이라고 볼 수 있다.
김병극 교수는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팽팽해지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혈관 벽이 자극을 받아 딱딱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혈관을 떠다니는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쌓인다. 그러다 혈관 안쪽으로 더 들어가게 되면 활성산소와 만나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염증 반응이 생겨 혈관 벽은 탄력을 잃고 점점 막히게 된다.
김병극 교수는 “담배는 혈관에 미치는 화학적인 스트레스가 아주 크다.”며 “꼭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흡연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좋은(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뜨리고 나쁜(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올린다. 몸을 충분히 움직이지 않아서 비만해져도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정해야 하는 이런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광범위하고 심각한 혈관 노화가 일어난다. 동시다발적으로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혈관의 품격을 최고로~?높이는 노하우 5가지
해로운 요소들을 잊지 말고 이제 그 요소들을 피해가는 방법을 알아보자. 혈관의 품격은 당신의 노력에 따라 올라갈 수도 있고 곤두박질칠 수 있다.
1. 목표를 세우자!
한순간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에 귀찮은 잔소리쯤으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목표다. 자신이 도달해야 할 혈압, 혈당, 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와 기간 등을 정하는 것이다. 김병극 교수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반성하고 정해진 규칙대로 잘하고 있다면 스스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 내 몸 맞춤 생활습관을 알자!
김병극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꾸기 전에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한다. 요즘에는 맞춤식사 상담, 맞춤운동 상담 등을 해주는 병원, 보건소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건강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맞춤 생활처방을 받는 것도 혈관의 품격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3. 골고루~짜지 않게 먹자!
음식은 적당히 먹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은 피하고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매일 먹는 흰밥은 밥상에서 치우고 잡곡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정제되지 않은 곡물에는 다양한 섬유소, 미네랄, 비타민 등 우리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많다. 조금 퍽퍽하고 거칠더라도 먹다 보면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단백질 섭취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운동을 하면 근육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김병극 교수는 “음식은 반드시 짜지 않게 먹어야 한다.”며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 무척 해롭다.”고 강조한다.
4. 탄력 있는 혈관을 위해 운동하자!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 운동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신진대사가 좋아지면 혈액 속의 노폐물, 이물질 등 해로운 것들이 몸 밖으로 빨리 빠져나가서 혈관에 이롭다. 살도 찌지 않는다.
어떤 운동이 좋은지는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다. 숨을 차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좋은 운동이다. 하기 싫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 대비 효과는 떨어진다. 즐기면서 운동하면 운동에 집중하게 되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5. 정기검진을 하자!
김병극 교수는 “나이가 젊어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미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경동맥은 굵은 혈관이라서 초음파를 통해 혈관이 좁아졌는지 혈류가 원활한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검사로 동맥경화를 조기에 발견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TIP. 빨간 불 들어온 혈관! 병원에 가봐야 하는 증상들
1 만성두통
2 뒷목이 뻣뻣한 증상
3 예전과 달리 운동하면 금방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증상
4 다리 통증
5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김병극 교수는 협심증, 관상동맥 협착증, 심근경색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심혈관센터 심장내과 전문의, 스탠포드 의과대학 IVUS Core Lab, Postdoc fellow를 역임했고, 심혈관연구원 2012년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