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주 기자】
【도움말 | 좋은클리닉 유은정 원장】
태양 아래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오고야 만 것이다. 한 해의 실적에 대한 압박감,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부담감, ‘아, 올해는 뭘 했나~’하며 몰려오는 허탈감 말고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12월의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연말 모임의 지뢰밭이다.
모임이 잦을수록 간은 알코올로 고통 받고, 뱃살은 고칼로리 안주로 두터워지는데 그와 대조적으로 지갑은 날씬해져간다. 게다가 열도 없는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사소한 일로 주변 사람에게 짜증내는 일이 잦다면, 모임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닌가 의심해보자. 특히 세계 최강의 경쟁심을 지닌 한국인들에게 동창회는 ‘비교 스트레스’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는 자리다. 동창회 스트레스, 지혜롭게 극복할 방법을 알아본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고 본다! 우아한 핑계로 모임에 빠지기
굳이 날아오는 돌을 맞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라면 애초에 피하는 게 상책일 수 있다. 병법으로 말하자면 ‘전략상 후퇴’인 셈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트레스 안 받고, 몸 편하고, 시간도 돈도 절약되는 등 이점이 많은 대처법이다. 게다가, 피하는 것을 우아하게 잘하면 피하는 것이 ‘튕기는 것’이 되어, ‘어지간하면 만나기 힘든, 꽤나 비싼 사람’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단, 이때 포인트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는 것!
일단 모임에 나갔다면? 요주의 인물 피하기
인맥관리 또는 정보 습득을 위해, 누군가의 나오라는 간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또는 다른 여러 이유로 모임을 피할 수 없었다면 모임 내의 ‘요주의 인물’을 피하도록 한다.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들어주다보니 결국 자기자랑으로 도배하는 사람, 평소 연락도 안하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내 걱정을 해주는 듯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곳에서 내 약점을 떠들어대는 사람 등 ‘스트레스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이들은 마주쳐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친구의 자랑에 배가 아프다면? 친구가 망했다고 상상하기
동창회를 나가기 전까지 나는 그런대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나보다 훨씬 공부 못하던 친구, 인기도 없던 친구가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잘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십중팔구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특히 여성들의 동창회는 더 속이 뒤틀리는 일이 많다. 친구 자신이 잘 되어서 나보다 잘 나가는 것도 배가 아플 일인데, 나보다 못난(것으로 생각되는) 친구가 ‘남편 하나’ 잘 만나서 명품으로 치장하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배우자의 결점이 견디기 힘들면 배우자가 죽었다고 상상해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자기 자랑을 실컷 늘어놓는 친구 때문에 속이 뒤틀린다면 그 친구가 쫄딱 망해서 나타난 경우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하니, 물질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그런 상황보다야 친구의 얄미운 자랑을 적당히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그나마 양호한 편이 아닐까?
좋은클리닉 유은정 원장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말한다.
사실 먼 데 있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촌이 땅을 사면 기뻐해야 할 일이다. 주변 사람의 성공은 나의 성공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실패한 사람만 우글거리는 것보다는 좀 배가 아프고 얄미워도 성공한 사람이 있는 편이 나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
한국인의 고질병 ‘비교 스트레스’ 탈출법
영국 출신의 재한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는 저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또 비교당하며 불만과 스트레스 속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이런 한국인의 성향은 전쟁 직후의 놀라운 경제발전에 한몫 했지만 동시에 한국인의 불행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속성이지만, 한국인의 비교의식과 경쟁심은 유별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비교 스트레스 바이러스’가 우글거리는 곳이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이 나오는 동창회일 것이다.
만약 당신의 다이어리에도 줄줄이 잡혀진 모임이 빼곡히 적혀 있다면 다음 글귀를 한 번쯤 되새김질해보자.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동력이라는 게 있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라면서 그걸 쓰는 법을 잊어버리는 거야. 그리고는 남의 동력만을 보면서 시기하는 데 인생을 낭비한단다.”
베스트셀러 <배려>의 저자 한상복의 <재미>에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도 동창의 금반지를 시샘하느라 내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