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저가에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생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플라스틱. 공업용에서 가정용품, 포장재, 주방용품, 심지어 아이들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이렇게 값싸고 편리한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바로 환경호르몬이다. 최근에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서 비스페놀-A 검출 사건이 터짐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젖병에서 장난감까지 사방팔방 쓰임새
플라스틱 젖병(폴리카보네이트 poly-carbonate : PC)을 사용하고 있던 주부 J씨는 젖병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는 보도를 보고 젖병을 바꿨다.
또 주부 K씨는 아이들 장난감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본 후 제품을 고를 때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됐다.
사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의 주방을 채우고 있는 주방용품, 집 지을 때 쓰이는 건축자재, 자동차부품, 캔 내부 코팅제를 비롯한 식품용기, 완구, 가전제품, CD, DVD, 일회용 컵 등 플라스틱은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플라스틱의 종류는 약 40여 가지. 그 원료에 따라서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라프탈레이트(PET), 폴리프로필렌(PP),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스틸렌(PS) 등이 있다.
이 중에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바로 폴리카보네이트다. 비스페놀 A(Bisphenol A)가 바로 이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수지를 이용한 통조림용 깡통, 치과용 방수제와 복합물, 플라스틱제의 젖병, 식기 등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안전한 플라스틱은 존재하는가?
그럼 과연 안전한 플라스틱이 존재하는 것일까?
의견은 갈린다. 주방 용기에 주로 사용하는 재질인 폴리프로필렌(PP)은 환경호르몬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플라스틱은 천연소재가 아닌 합성화학물질로 기본적으로 환경호르몬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환경호르몬은 내분비 교란물질이라고도 하며, 우리 몸에서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게 되므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암, 아토피, DNA 손상, 성장장애, 기형, 내분기계 이상, 갑상선 이상 등이 대표적인 질병들이다. 특히 임산부나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으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플라스틱 유해성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는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너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문제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앞으로는 문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안전하게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법을 익혀 생활에 적용함으로써 플라스틱이 가져오는 유해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한 플라스틱 사용법은 무엇?
플라스틱의 유해성이 현실화되기 위한 인자는 열, 염분, 전자레인지, 유화제, 가소제, 자외선, 햇빛, 프탈레이트 등의 첨가제, 세균감염 등이 있다.
어떤 플라스틱이라도 전자레인지에 넣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젓갈 통이나 김치 저장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발암 성분으로 알려진 가소제를 사용할 뿐 아니라 내열온도도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낮아 조금만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고무 성분이 녹을 위험이 있다. 그러니 이 소재의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페트병(PET)의 경우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으니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열에 강한 플라스틱을 쓰는 것이 좋고 이때에도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화학첨가제(프탈레이트 등)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은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고 음식을 눌러 붙지 않도록 개발된 테프론 코팅제품이 한때 불티나게 팔렸는데 이 제품에서 인체 유해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
똑똑한 플라스틱 사용설명서
–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 관련 제품을 줄여가는 것이다.
– 플라스틱을 변형시키거나 플라스틱 유해물질이 유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열, 햇빛, 염분, 화학첨가물 등을 미리 숙지하였다가 적절하게 사용한다.
– 가능하면 플라스틱 본래의 성질이 열에 강한 제품을 사용한다.
– 생수병인 PET병은 재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PET 물병은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 버릴 때는 반드시 분리수거해서 버린다.
편리함 vs 건강, 우리의 선택은?
미국의 한 가정에서 석유화학 관련 제품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집과 의류,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에서 석유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이 전체의 96%를 차지했다고 한다.
값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제품을 구입해서 활용하고 있다. 천연물질이 합성화학물질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천연물질이 거의 몰락해버렸다.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이면에는 우리의 건강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김치를 담는 용기를 폴리염화비닐(PVC) 대신에 전통항아리를 쓰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생활패턴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위험성은 그만큼 더 커져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줄여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