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80 나이에 언제나 제일 앞에서 직진하던 순재 할배. ‘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유명한 귀요미 신구 할배. 가는 곳마다 아내 선물을 챙기던 다정이 근형 할배. 언제나 뒤처져 따라가던 귀여운 떼쟁이 일섭 할배까지….
지난 해 안방극장을 뒤흔든 인기 예능프로 <꽃보다 할배>의 장면 하나하나는 아직도 우리들 기억에 생생하다.
나이 70이 막내로 통하고, 평균 연령 76세 할아버지 4명이 유럽여행을 떠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마구마구 쏟아냈다.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진한 감동을 주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그 프로를 보면서 60~70대들은 참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마련했다. 비록 카메라 앵글은 돌아가지 않지만 평범한 60~70대를 살고 있는 나도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처럼 위풍당당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꽃할배족으로 사는 비결① 몸 관리를 잘하자
【도움말 |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이홍수 교수】
100세 장수 시대가 열렸다고 난리다. 오래 살 수 있다니 말만 들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보아도 확실히 평균수명은 길어졌다. 여자보다 빨리 죽는 남자도 평균 77세를 살고, 여자는 무려 84세를 산다. 평균이 이러하니 100세를 사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원하던 100세 장수가 축복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동조차 하기 힘든 몸, 병들어 골골하는 몸… 그런 몸으로 맞이하는 100세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요즘 노인정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도 ‘9988234’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만에 죽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6070세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뭘까?
건강한 몸이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이홍수 교수는 “아무리 장수한다 해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것은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며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죽을 때까지 팔팔한 노년으로 사는 몸 관리법을 소개한다.
1 올바른 섭생법을 실천하자
이홍수 교수는 “노년기 팔팔한 몸을 만드는 첫째 조건은 올바른 섭생이 좌우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섭생은 팔팔한 몸을 만드는 기본 재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 가이드라인이 되는 지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꼭 실천해야 할 식이원칙 –
●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되, 항산화 영양소 섭취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
● 권장음식으로는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거친 곡류, 각종 콩류와 두부, 두유가 좋다. 또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통째 먹는 과일, 다양한 채소, 마늘도 빼놓을 수 없다.
●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고등어, 청어, 참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도 일주일에 2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녹차와 1리터 이상의 물은 반드시 섭취하도록 하자.
● 식사를 할 때는 오래 씹어서 천천히 삼킨다. 그렇게 하면 음식물 중의 영양소를 보다 쉽게 소화 및 흡수할 수 있다.
-꼭 피해야 할 식이원칙-
● 동물성 지방을 되도록 먹지 않는다. 환경유해물질이 많이 농축돼 있고 지방 함유량도 높아 심장질환, 암, 비만, 각종 퇴행성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
● 섬유질이 적고 비타민과 미네랄 함유량이 적은 백설탕, 흰 밀가루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을 과량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고열량 식사는 피한다.
● 짠 젓갈류는 암 발생에 관여하고,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멀리하는 것이 좋다.
● 훈제한 식품이나 태운 음식도 먹지 않도록 한다.
2 좋은 생활습관이 몸에 배이게 하자
이홍수 교수는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것은 결코 운명이나 체질, 혹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이 다가 아니다.”며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죽는 날까지 팔팔한 몸으로 사느냐 아니냐를 좌우하게 된다.”고 말한다.
술 한 잔 하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해 ‘한 잔인데 어때?’ 하며 들이키지 않는 선택, ‘담배 핀 사람도 오래만 살더라.’ 스스로 위로하며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지 않는 선택.
그런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것이 일상생활이 된다면 팔팔한 몸으로 건강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그 지침이 되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이자
천천히 계단 오르내리기, 화분 가꾸기, 혹은 정원손질 등 몸을 꾸준히 쓸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여행이나 댄스, 배드민턴 등 모든 것이 활동에 포함되므로 흥미에 따라 다양하게 취미생활을 즐기며 활동하는 것도 좋다. 획일화된 주 5회 30분의 운동처방이 아닌 즐거운 취미활동처럼 몸을 움직이자. 그런 활동이 일상생활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혈압을 낮추고 비만을 줄이며 혈중콜레스테롤도 개선시켜 뇌심혈관질환뿐 아니라 폐 기능 향상에도 좋다.
● 잠을 잘 자야 한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옛말도 있지만 하루 7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수면부족은 심장병이나 뇌졸중뿐만 아니라 대장암의 위험성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낮에는 되도록 밖으로 나가 활동하자.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자. 밤에 잠을 잘 자게 하는 천연 수면제는 낮의 활동량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다.
● 금연과 금주는 필수
흡연은 폐암의 1급 원인이다. 다른 암의 발생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면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당장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 9988234를 꿈꾸어선 안 된다.
음주도 마찬가지다. 한두 잔의 술은 오히려 약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믿어선 안 된다. 한두 잔만 마셔도 간은 알코올 성분을 해독하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장기간 술을 마시면 신경독성으로 기억손상 등 뇌기능의 퇴화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술은 입에 대지 말자.
3 노년기에 잘 생기는 질병에 대비하자
늙는다는 것을 병들고 쇠약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노환, 노망이라는 병명도 있고 ‘노쇠하다’‘노약하다’ 라는 표현도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 더 잘 생기는 병도 분명 있다. 또 우리 몸의 기능도 35세를 전후로 서서히 퇴화하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자. 이홍수 교수는 “35세 이후의 신체 나이는 거의 대부분 후천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때부터는 어떤 생활방식이 어떻게 늙어갈지를 70~80% 이상 좌우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을 드나들고 싶지 않다면 평소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또 노년기에 잘 생기는 질병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자. 이홍수 교수가 소개하는 노년기에 잘 생기는 4대 질병의 기본적인 관리 지침을 간략히 소개한다.
● 치매 대책을 세우자
예나 지금이나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기 싫다.’는 말은 노인들의 단골멘트다. 그만큼 치매는 노년기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이다.
이러한 치매에 대한 대비를 하고 싶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우리 옛 속담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기억하자. 공부든, 창작이든 늘 새로 도전하고 배우면 치매와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지게 될 것이다. 외국어 배우기, 기타 치기, 뜨개질, 정원가꾸기 등 다 좋다. 뭐든 열정을 쏟아 붓고 몰두할 수 있는 취미나 놀이를 한 가지씩은 꼭 하자.
● 뇌졸중도 각별 조심
우리나라에서 단일질환으로 사망 원인 1위는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55세 이후10세 증가할 때마다 그 위험도가 2배 이상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세동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또 고지혈증, 흡연, 비만, 심장질환, 대사증후군, 음주, 각종 염증질환이 있을 때도 발생하기 쉽다.
뇌졸중 위험 또한 평소의 생활습관을 교정함으로써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금연, 절주, 체중조절 및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해야 한다.
● 고혈압 대책 세우기
60~70대 노년기 목표혈압은 140/90mmHg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평소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도록 한다. 염분의 섭취를 하루 6g 이하로 제한하는 것도 꼭 필요한 사항이다.
● 암 대책 세우기
암은 60~70대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이다. 9988234를 힘들게 하는 최대 복병도 암이다. 암 대책 세우기는 쉽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암 예방 십계명은 꼭 기억하고 실천하도록 하자.
1. 몸무게 적당히 유지하기
2. 음식을 골고루 먹기
3. 매일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기
4. 곡물, 채소, 과일 등 고섬유질 음식 많이 섭취하기
5. 지방질 섭취 줄이기
6. 술 절제하기
7. 소금에 절인 음식 삼가기
8. 적당한 운동하기
9. 담배 피우지 않기
10. 가공식품의 섭취 줄이기
이홍수 교수는 “노후를 위한 건강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결국 장수도 행복이 되지 못한다.”며 “100세를 살기 위한 건강관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당부한다. 늦어도 40대부터는 노후를 위한 건강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늙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얼굴에는 자글자글 주름이 잡히고, 몸은 이곳저곳 왜 그렇게 아픈 곳이 많은지, 걸핏하면 병원행이다. 힘도 없고 무기력하다.
사회적 냉대는 또 어떤가? “늙은 이 반기는 곳이 어디 있나요? 기껏해야 노인정이나 복지관밖에 갈 데가 없어요.”
한 할아버지의 푸념이 아니더라도 아마도 대부분의 노년기에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이 듦은 결코 축복이 되지 못한다. 서럽고, 비참하고, 고독하고, 우울하다.
하지만 노년기도 소중한 내 인생의 한 부분임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인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은 물론 장기의 기능도 떨어지고 육체적 기능도 손상 되지만 그렇다고 노년기를 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노년기도 엄연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활기차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시간이다. 의기소침하게, 고독하게, 우울하게 보내야 하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한 마음 관리가 꼭 필요하다. 정인과 교수는 “노년기에는 존재감의 상실, 지나온 인생의 허무함, 사회적 고립 등으로 정신적인 문제도 발생하기 쉽다.”며 “이럴 때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의 삶에서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알아보자.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마음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젊은 사람보다 더 젊게 살자
컴퓨터, 스마트폰…지금의 6070세대에게는 낯선 기기들이다. 하지만 낯설다고 기피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컴퓨터 자판기도 두드려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즐겨보자. 내가 살아온 편한 시대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살면 치매를 예방하는 인지기능을 언제나 젊게 유지하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늘 공부하는 자세~ 꼭 기억하자.
2 욕심을 버리자
나이가 들면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 육체적, 정신적 기능이 다 떨어진다. 눈도 나빠지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런데 욕심만은 그대로라면 곤란하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지나친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욕심을 부리면 상실감을 크게 하고 분노감도 크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년기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비록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2등으로 살아야 하는 것에 비애가 없을 수 없지만 모두가 1등일 수는 없는 일. 2등으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더군다나 노년기에는 지나친 탐욕을 꼭 경계해야 한다.
3 긍정맨으로 살자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보면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것만 보라는 뜻이고, 나이가 들어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꼭 필요한 말만 들으라는 뜻”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 말이 정답일 수 있다. 눈이 나빠졌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을 하고, 나아가 그런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위해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나이 들어 안 보이는 내 눈을 20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4 자기답게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계발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봉사도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비결이 된다.
5 내가 할 일은 스스로 하도록 하자
“여보 물!” “여보 재떨이!”
60~70대 중에는 아직도 이런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우리들의 아버지상이다. 그러나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남에 대한 배려도 필수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자. 웬만한 것은 스스로 하자. 젊어서 안 했더라도 지금부터는 해야 한다.
늙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걷기다. 늙어서 걷지를 못하면 끝이다. 걷지 못하면 가지 못하고, 가지 못하면 돈이 억만금 있어 무엇 하겠는가?
되도록 많이 움직이고 죽는 날까지 걸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러자면 일상생활 속에서의 자잘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도 되고 남을 기쁘게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6 되도록 여행을 많이 다니자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은 노년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걷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뇌세포까지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걸으면 앞에 무엇이 있나 보면서 걷고, 풍경도 보게 된다. 또 보폭도 계산하게 된다. 그래서 한 걸음을 걷는 것은 뇌의 모든 곳을 자극하는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그것은 결국 인지기능을 좋게 하고 치매까지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7 베풀며 살아야 한다
늙을수록 베풀고 살아야 한다. 봉사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만 수혜자인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하는 사람도 수혜자다. 즐거운 일을 해서 남을 즐겁게 하면 내 마음에도 기쁨이 된다는 것, 꼭 기억하자.
8 비교하지 말자
자식 비교, 남편 비교, 돈 비교, 성공 비교….
우리들 대부분은 늘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살고 있다. 지나친 경쟁사회를 살다보니 어쩔 수 없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도록 암묵적인 강요가 횡행하는 사회여서 그렇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도 그런 비교를 한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 만족을 해야 한다. 내가 크게 손해 보지 않으면 그냥 받아들이자. 100% 만족하는 삶은 어디에도 없다. 50%만 만족하는 삶이어도 행복한 삶이다.
정인과 교수는 “노년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음 관리의 핵심은 버리고 또 버리는 것에 있다.”며 “성공, 욕심, 물건까지도 버리고 살면 그 자리에 새로운 행복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60~70대가 꽃할배족으로 살기 위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돈이다. 경제력이다. 경제능력이 상실되는 노후에 돈마저 없다면 그 비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장수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마디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강창희 대표는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퇴직 시기는 빨라지면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오래 사는 리스크로 둔갑한 지 오래”라며 “이제는 퇴직 후 살아야 할 후반 인생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시중의 모든 재테크는 노후준비로 통한다. 노후 자금 10억 만들기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고, 노후 재테크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나마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사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숱한 사람들이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들을 돌보느라 일생동안 번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퇴직을 맞고 노인이 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살아갈 날은 까마득한데, 경제력은 없고….
많은 60~70대 노년층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빨리 죽어야 하는데 죽지도 않는다.”는 하소연도 준비 안 된 노후가 힘들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강창희 대표는 “지금의 60~70대 노인들 중에는 본인이 이렇게 오래 살 줄 모르고 무방비로 있다가 춥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며 “유럽 선진국들의 할아버지들이 1명 자살할 때 우리나라는 5명이 자살하는 것도 이같은 빈곤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60~70대를 위한 노후 설계 8계명은 다음과 같다.
1 100세 인생을 전제로 노후설계를 하라
고려대학교 박유성 교수가 발표한 <연령대별 100세 도달 가능성>에 대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1937년생 중 현재 생존해 있는 분들의 경우 남자는 19%, 여자는 22%가, 1945년생인 경우에는 남자 23%, 여자 32%가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60~70대가 노후설계를 할 때는 반드시 100세 인생을 전제로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 입구 관리보다 출구 관리가 더 중요하다
한 외국 언론인이 서울에서 4년간 근무하다 돌아가면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관리에는 너무나 열심이다. 그런데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벌어놓은 돈이 모자랄 경우에는 그 형편에 맞추어 산다거나, 또 벌어놓은 돈이 충분할 경우에는 그 돈을 아름답게 쓰는 방법, 즉 출구관리에는 너무나 공부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결코 기분 좋은 지적은 아니지만 새겨듣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나이가 60이 넘으면 ‘어떻게 돈을 벌까?’보다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맞춰서 사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3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다
100세 시대에는 모자라는 생활비 때문에도 그렇지만 건강,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퇴직 후에 어떤 일이든 꼭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시대에는 근로소득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한 달에 50만 원을 벌면 그것은 정기예금 2억 원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종래에는 ‘공부 → 취업 → 은퇴’의 삶을 살았지만, 앞으로의 100세 시대에는 ‘공부 → 취업 → 공부 → 재취업’이라는 순환적인 삶을 살도록 하자.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노후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4 건강리스크는 보험으로 대비하자
미국·일본에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후 생활비가 줄었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30~40%가 줄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병원비·간병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사를 한다면 줄지 않았다는 비율이 훨씬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우리가 훨씬 더 거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늘 건강을 챙기고, 언제 아플지, 치료비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건강 리스크에는 관련된 보험에 가입하여 대비하도록 하자.
5 자녀리스크를 관리하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5060세대 648만 가구 중 60%가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말하는 은퇴빈곤층이란 부부 월 생활비 94만 원 이하로 살아야 하는 가정을 말한다.
저금리, 조기퇴직, 수명연장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비와 결혼비용의 과다 지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자금으로 몇 억 원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아들·사위가 사업에 실패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어 손을 벌리면 우리나라 정서상 도와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성인 자녀 리스크이다. 이 같은 자녀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수가 없다.
6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최저생활비 정도는 4층 연금으로 대비하자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생활비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 시절에 3층 연금 준비를 못한 채 퇴직을 한 경우에는 살고 있는 집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생활비를 받아쓰다가 세상을 떠날 때 정산을 하는 주택연금(4층 연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녀리스크와 장수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4층 연금이다.
7 노년에 대형·고층아파트를 조심하자
우리나라도 점차 1인 가구 아니면 2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형아파트는 점차 애물단지로 전락해 갈 것이다. 자녀들을 결혼, 독립시키고 나면 자녀들과 다시 같이 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부부 둘만 남거나 사별하고 홀로 살게 되면 이웃집만 한 복지시설이 없다. 30층, 40층에 혼자 아니면 둘이 살게 될 경우 누가 찾아오겠는가? 노년기에는 고층아파트도 조심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부부만 남았거나 사별하고 홀로 남게 되면 주택의 크기는 18~20평, 시내에 위치하면서 병원 가깝고 문화시설 가까운 곳에 사는 게 유행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8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적정비율을 유지하라.
우리나라 60대 이상 가정의 총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5% 정도이다. 부동산 시장의 전망으로 보나 자산관리의 원칙으로 볼 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60대가 되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거나 금융자산의 비율을 높여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50:50 정도로 맞추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강창희 대표는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원한다면 두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며 “되도록 지출을 줄이는 생활을 하고, 평생 현역으로 사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체면을 버릴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