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성격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기울인 심리학자는 칼 융이었다. 융은 일단 인간의 성격을 크게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했다. 지금 우리가 ‘누구는 내성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융의 성격 분류에서 기인을 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융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작용하게 되는 네 가지 마음의 기능으로 ‘사고’ ‘직관’ ‘감정’ ‘감각’을 제시했다. 융에 따르면 ‘사고’가 발달된 사람은 뭔가 문제에 부닥치면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고 방법을 찾아서 극복을 하려고 한다. ‘직관’이 발달된 사람은 감이 뛰어나다. 정치가, 주식 투자자, 영화제작자 등은 직관 능력이 뛰어나야만 한다. ‘감정’이 발달된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재능이 있다. 감정이 발달하면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여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이 발달한 사람은 오감으로 모든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잘 표현한다. 패션 디자이너, 요리사, 헤어 디자이너, 모델 등은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외향적이면서 사고가 발달된 이는 무슨 일이건 논리적으로 잘 표현할 것이고, 내성적이면서 사고가 발달된 이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고와 감각이 동시에 발달한 이는 신기한 것을 좋아할 뿐더러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 사고와 감정이 함께 발달한 이는 사려가 깊다. 내향적, 외향적이냐로 일단 성격이 크게 두 개로 갈린 다음에 내향적이면서 사고, 직관, 감정, 감각 중 어느 것이 발달되고 어느 것이 뒤처졌느냐, 외향적이면서 사고, 직관, 감정, 감각 중 어느 것이 발달되고 어느 것이 뒤처졌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진다.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은 없다?
급한 성격, 느긋한 성격, 꼼꼼한 성격, 활발한 성격, 소극적인 성격 등 우리는 누군가를 묘사할 때 성격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 사람 어때?”라고 물었을 때 “성격이 좋아.” “성격이 이상해.” “성격이 까칠해.”라는 한마디로 그 사람을 묘사하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성격이라는 용어가 너무 흔하게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여유 있고 느긋한 사람이 장수를 한다고들 많이 말한다.
그런데 인간은 건강해야 오래 산다. 내 몸이 아프면 아무래도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면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 즉 장수하는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해야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도 생기면서 성격이 좋다는 말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하는 성격이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하는 성격이란 달리 표현하면 리더십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하나 같이 이기적이고, 쪼잔하고, 욕심만 많다. 우리는 이런 이들을 보면서 리더감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과연 성공하는 리더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공하는 성격은 덕장, 용장, 지장을 모두 합쳐놓은 성격인데 한 인간이 그렇게 완벽한 성격을 갖춘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계속 팀을 우승시켜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은 감독이 막상 다른 팀으로 옮겨서는 꼴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즉 특정상황에서 성공적인 지도자가 다른 상황에서 꼭 성공적인 지도자가 된다는 법은 없다. 따라서 성공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딱 부러지는 성격은 융통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나쁜 성격이며, 흔히 사람 좋다고 얘기 듣는 이가 위기상황에서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최악의 성격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의 성격을 깨닫고 받아들인 후 내 성격의 장점은 살리고 약점을 줄이는 것이 성격개조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소개한다.
1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자
심리학자들은 인류의 공통적인 성격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수십 년 동안 동양인, 백인, 흑인, 오지에 사는 원주민을 연구했다. 5가지 가장 주가 되는 성격 요인이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것을 Big Five라고 표현했다.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성(Neuroticism), 성실성(Conscientiousness) 친화성(Agreeableness), 개방성(Openness) 이 그것이다.
● 외향성 수치가 높으면 욕심이 많고 열정적이다. 외향성 수치가 낮으면 수동적이고 조용하다.
●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신경질적이고 걱정이 많다. 신경성 수치가 낮으면 안정적이다.
● 성실성 수치가 높으면 계획적이고 꼼꼼하다. 성실성 수치가 낮으면 충동적이고 실수를 많이 한다.
● 친화성 수치가 높으면 사람들을 잘 믿고 감정이입을 잘한다. 친화성 수치가 낮으면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이다.
● 개방성 수치가 높으면 창조적이고 독창적이다. 개방성 수치가 낮으면 실용적이고 보수적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합을 이루냐에 따라 성격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쉽게 바뀌어진다면 그것은 이미 성격이 아니다. 쉽게 바뀌지 않고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비로소 성격이기 때문이다. 매일 이랬다 저랬다 하면 변덕스러운 성격이라고 한다. 변덕스러운 성격이야말로 제일 바뀌기 어려운 성격이다.?
따라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꾸기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자.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대신 성격 요소를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너무 욕심이 많은 이는 외향성을 조금 줄이는 대신 개방성을 조금만 늘리면 욕심도 부리면서 세상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너무 꼼꼼한 이는 성실성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신경성을 조금만 줄이면 덜 강박적으로 살 수 있다.
2 성격 탓으로 돌리지 말자
인간은 원래 시기, 질투심이 많은 동물이다. 직장에서 누군가 급여가 인상되고, 승진이 되었는데 나는 급여도 인상이 안 되고 승진에서 탈락이 되는 경우 내가 실력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왔다고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나보다 잘 나가는 이에 대해 험담을 한다. 잘 나가는 이들은 줄을 잘 서서, 아부를 잘해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뒤처지는 이들은 ‘나도 저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안 할 뿐이다.’라면서 스스로를 정의롭고 착한 이로 미화한다. 자신이 뒤처지는 이유를 성격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너무 착하고, 순하고, 여려서 실패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이 실패하는 것은 성격 탓이 아니다. 당신의 능력이 없거나 노력을 덜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대인관계가 안 좋아 이기주의자, 독종, 얌체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강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자신의 고집불통에 대해서는 한 번 한다고 하면 하는 성격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의 안하무인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라고 주장한다. 얌체 같이 굴면서 지혜롭다고 착각한다.
성공 못한 것을 나약한 성격 탓으로 돌리다 보면 실력과 능력을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성공한 것을 모난 성격 때문이라고 착각하다 보면 사람들의 원망만 사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
3 내 성격의 강점을 극대화하자
긍정심리학의 대가 셀리그만은 심리학이 인간의 약점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을 했다. 그는 인간에게? 24가지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호기심, 학구열, 판단력, 창의성, 사회적 지능, 예견력, 용기, 끈기, 정직, 친절, 사랑, 시민정신, 공정성, 리더십, 자기통제, 신중성, 겸손, 감상력, 감사, 희망, 영성, 용서, 유머, 열정이 그 24가지 장점이다.
셀리그만은 사람이 24가지 장점 중 어느 장점을 주로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행동가치(Values in Action) 장점검사를 개발했다. 총 240개의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1위에서 24위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상위 5위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갤럽에서도 30년간 가능한 모든 직종과 업무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갤럽의 연구진들은 성공에 관여하는 34가지 강점 테마를 분류했다. 34가지 강점 테마는 개발자, 개인화, 경쟁, 공감, 공평, 관계자, 긍정성, 매력, 맥락, 명령, 미래지향, 복구자, 분석가, 사고, 성취자, 신념, 신중함, 연결성, 의사소통, 자기확신, 적응력, 전략, 조정자, 조화, 중요성, 질서, 착상, 책임, 초점, 최상주의자, 탐구심, 포괄성, 학습자, 행동주의자다(참고: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마커스 버킹엄. 도널드 클리프먼/청림출판). 갤럽의 결과를 가지고 쓴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에서 저자인 마커스 버킹엄과 도널드 클리프턴은 약점을 노력해서 강점으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약점이라는 것은 애초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점혁명의 저자들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5가지 강점에 집중하도록 권한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붓는 대신 그 노력과 시간을 강점을 키우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점은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만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모난 성격을 고치는 대신 기존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4 성격 이상자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상대적인 성격 문제로 인한 갈등은 상식적인 두 사람이라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성격 문제를 가진 이들은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 만약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는 문제가 없고 나하고만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한 번쯤 내가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인간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고, 그 인간의 과거 평판도 안 좋다면 그때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성격 이상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말 많은 수다형은 듣는 이를 힘들게 하고 시간을 빼앗는다. 누군가의 험담을 늘어놓기도 하고 상대방이 듣건 말건 끝없이 자기 얘기만 한다. 근본이 불친절하고 공격적인 인간도 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툭하면 흥분한다.
계속 비아냥대며 신경을 긁어대는 인간도 짜증나고 힘들다. 매사에 불평을 늘어놓는 이도 피곤하기 짝이 없다. 책임을 미루기 위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 아무리 설득을 해도 움직이지 않고 외골수처럼 군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은 얌체처럼 남을 이용해먹는다.?
이런 성격 이상자들은 바꾸려 하면 할수록 저항만 거세진다. 좋은 의도로 충고를 해도 삐딱하게 받아들인다. 성격 이상자 중에는 누군가 미워할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과 맞서 싸우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고 타인을 망치기 위해서 싸우기 때문에 그 전투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이런 성격 이상자들과 얽히다 보면 내 성격의 모난 부분만 자꾸 더 드러난다. 나도 점점 이상해진다. 따라서 성격 이상자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내가 피해도 그가 자꾸 내 주위에 얼씬거린다면 그로부터 나를 방어할 수 있도록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