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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현의 행복테라피] 너도나도 ‘울화병’ 그 덫에서 탈출법

2017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 전문의 하나현 원장】

국정 농단 사건으로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이슈들이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어느 영화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소식들을 접하면서 온 국민은 너나할 것 없이 깊은 상실감을 맛보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면 그에 맞는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신념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무너지면서 집단적인 상처와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 우울과 무력감까지 느끼게 되면서 불면증, 소화불량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증상들은 화병의 일종이다. 화병은 울화병의 줄인 말로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한 형태이다. 예전에는 불만이 있어도 꾹꾹 참는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나이, 성별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 정치 시국과 맞물리면서 전 국민병이 되다시피했다. 우리 모두를 덮친 울화병,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분함이 넘쳐나는 시대!

2017년 수능을 준비하면서 시험불안을 느껴 필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이 있었다. 트레이닝을 받으며 점차 편안해지고 있었는데, 수능 직전 터진 뉴스로 인해 갑자기 엄청난 불안이 밀려왔다고 호소했다.

“선생님, 노력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듣기 시간에 비행기도 안 띄우며 수능시험 쳐봐야 뭐하나요?”

분노와 원망에 찬 목소리였다. 자신은 몇 년 동안이나 수능준비를 하며 애써왔는데 어떤 사람은 부모 잘 만나 지원 자격이 미달되어도 대학에 붙는 사회에서 자기가 시험을 잘 쳐봐야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다시 시험불안이 심해지고 분노가 겹쳐져 불면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학생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거리로 나가지 않는 자신이 왠지 이기적인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필자는 이 학생에게 이완요법을 집중 훈련시켰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이 나라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그 자체가 촛불이라고 말해줬다. 다행히 상담을 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사회가 어린 학생에게 주는 실망과 상처를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화병에서는 우울, 불면, 무기력 등의 증상이 따르고 이 외에 특징적인 신체 증상도 동반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 몸 여기저기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여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겨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개인적인 문제보다 공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 실망, 허탈감, 우울 등의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신체 증상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50대 후반의 중년 남자가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아들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뉴스를 접한 후부터 아들이 짜증을 많이 내고 집중이 되지 않아 공부를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갑갑해져 때론 한숨을 몰아쉬어야 하고 아버지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 화병인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자꾸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는 젊은 세대부터 중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세대가 화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화병에 걸리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화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주변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자

화병은 기본적으로 억압된 감정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혼자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나누는 것이 좋다.

2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들이지만 그 감정들은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는 신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따라서 감정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최순실 태블릿 PC’를 보도했던 손석희 앵커의 태도를 보며 느끼는 것이 많다. 날카롭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고, 초연하지만 냉담하지 않고, 감성적이지만 감정적이지 않은 태도 말이다.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도 절제미가 느껴지는 건 감정에 빠지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 때문일 것이다.

3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자

그렇게 자신을 돌보다 보면 감정에서 빠져나와 다시 자신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덜 집중할 수 있고 개인으로서,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된다.

4 명상, 운동, 배꼽힐링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자

화병의 감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스스로를 치유해주는 것이 좋다. 명상이나 운동을 하고, 가볍게 산책을 해도 좋다.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가 이완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화병으로 인해 장이 많이 경직되어 더부룩함, 소화불량, 변비,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세로토닌의 90%가 장에서 만들어지는데 배꼽 주변을 마사지 해주는 ‘배꼽힐링’과 같은 방법은 장을 부드럽게 해주고 화병을 해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5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자

분노, 우울, 무기력 등의 정신적인 증상과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고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우리는 지난 일들을 통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최고 권력층이 국정 농단을 하고 있을 때조차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있었던 것은 국민인 우리가 주인으로서 나라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하다. ‘나라’가 안 하면 ‘나’라도 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잘 돌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현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로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부 교수이자,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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