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최근 식생활의 변화와 가공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공식품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전체 식품소비량 중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다른 선진국의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민소득의 향상과 함께 여가선용을 위한 레저 붐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간편한 조리를 원하는 주부의 의식 변화로 인해 가공식품의 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왜 우리의 밥상에서 가공식품의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그것이 우리 건강에는 왜 문제가 될까?
헤어나기 힘든 가공식품의 덫
우리는 하나같이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식품가게에 즐비한 가공식품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는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해마다 식품사고는 발생하며, 그것은 없는 것이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부글부글 끓다가 어쩔 수 없이 넘쳐흐르는 것이어서 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자본주의 이전의 삶에서는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대량생산시스템이 도입된 자본주의 시대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간극이 너무 커서 소비자는 일일이 상품에 대해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불량식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돼도 완전히 제재하는 방법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권력과의 뒷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버린다. 돈과 권력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그것이 대기업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정체불명의 가공식품을 매일 밥상에 올리고 있고, 그것은 내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 보편적인 생산방식이 돼 버린 대량생산의 문제점이 가공식품에는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가공식품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 본질에 접근해보자.
가공식품의 태생적 한계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죽는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꼭 같다. 죽으면서 스스로 분해돼서 없어진다. 생물이 죽으면 자기분해효소에 의해서 완전히 없어진다. 물론 중간에 어떤 요소들에 의해서 일시 부패현상이 발생할 수가 있다.
우리들이 밥상에 올려야 할 주 식재료는 신선해야 한다. 채소나 생선 등은 생물로서 신선식품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생물은 언제든지 보관의 문제가 발생한다. 유통기간이 짧다는 얘기다. 어떤 때는 상한 생선을 먹어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신선도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이다.
기업이나 장사꾼들은 식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모든 물질은 햇빛, 산소, 열, 습도 등의 환경에 의해서 변질되거나 분해된다.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입장에서는 식품이 상하거나 변질되거나 부패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유일한 방법이 유해화학물질인 식품첨가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의 종류는 아주 많다. 학자들에 의해 유해성 경고도 끊이질 않는다. 물론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역학조사 결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연구결과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무리 양보해도 식품첨가물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식품첨가물의 해악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물의 대표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가정용 조미료로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장기간 많이 섭취하면 손발저림이나 유아 입의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맛을 내기 위해 청량음료나 아이스크림, 젤리에 많이 들어가는 아스파탐은 동물실험 결과 뇌와 뼈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산화방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에르 솔빈산은 생선이나 생선 염장, 냉동식품, 주류, 주스, 버터, 치즈 등에 들어가는데 염색체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식품의 산미료로 사용되는 젖산은 합성주나 청량음료, 빵, 과자, 젤리, 아이스크림, 소스 등에 들어가는데 급성출혈이나 적혈구 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표백이나 살균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아염소산나트륨이나 과산화수소는 과일, 어묵, 수산가공식품에 첨가되는데 호흡기 점막 손상과 유전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치즈, 버터, 소시지, 과자, 캔디, 아이스크림, 생선고기통조림을 포함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합성착색제
(주로 타르색소)는 콩팥장애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질산나트륨으로 대표되는 발색제는 햄, 소시지, 어육제품의 색을 선명하게 하는데 사용되며, 빈혈이나 호흡기 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빵이나 과자를 부풀게 하는 화학물질인 팽창제는 카드뮴이나 납 등의 중금속 함량이 높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방부제인 솔빈산이나 솔빈산칼륨은 어육제품, 단무지, 간장, 케첩, 발효유나 유산균 음료에 첨가되는데 염색체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상 언급된 첨가물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 허가된 합성식품첨가물은 350여 가지에 이르고, 그 하나하나의 물질에 대한 검증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감칠맛을 내는 MSG, 썩는 것을 막는 방부제, 달달하게 해주는 감미료, 산패를 막는 산화방지제, 색깔을 선명하게 예쁘게 내게 하는 착색제와 발색제, 균을 죽이는 살균제, 쫄깃쫄깃하게 해주는 결착보강제, 부드럽게 해주는 유연제, 향을 내는 착향료 등 그야말로 가공식품은 첨가물 범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인의 경우 하루 80~100종의 첨가물을 섭취하고 있고, 하루 4g, 1년에 1.5kg을 섭취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이미 밥상의 50% 이상이 가공식품으로 점령당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하루 섭취하는 첨가물의 종류는 60~70종이며, 하루 1.5g, 1년에 550g 정도를 섭취한다고 하는데, 이는 인공조미료(MSG)를 제외한 데이터여서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자료가 없는데 일본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향후에는 첨가물 사용과 가공식품의 밥상 점유율이 일본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국민의 밥상혁신프로그램이 가동되지 않는다면 척박한 밥상이 주는 다양한 질병과 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왜 가공식품만 갖고 그래?
우리 몸의 생명메커니즘을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아니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몇 가지 키워드를 발견했다. ▶최소량 ▶배척 ▶관용이 그것이다. 이 세 개의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첫째, 최소량의 법칙에 대한 이해다. 우리 몸은 수많은 물질을 요구한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기본 물질들이 필요하다. 그 물질들 중에서는 많이 필요한 물질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로 하는 물질이 있다. 물이나 단백질 등은 많이 필요하고, 미네랄을 포함한 생리활성 물질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필요하다.
물이나 단백질 등 요구량이 큰 물질은 조금 부족해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데 요구량이 적은 경우, 예를 들어 비타민 C, 칼슘·칼륨이나 마그네슘 등이 적정한 때 공급되지 않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의미로 최소량의 법칙을 이해하면 된다.
이 법칙을 가공식품에 적용해 보면 우리 몸에서 요구하는 양은 적지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 비타민, 활성미네랄, 생리활성물질 등이 없거나 죽어 있는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물질은 있으나 대사물질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그러니 쓰고 남은 에너지 물질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이를 도와 줄 대사물질이 없어 체내 축적돼 비만이 야기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둘째, 배척과 관용은 하나의 시스템인 것 같다. 합성식품첨가물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다. 비자연물질인 것이다. 이러한 비자연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비자기 물질로 인식, 배척하게 된다. 즉 내 몸에 동화되지 못할 적합하지 않은 물질이라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 특정한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그 양이 미미할 경우 증상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같은 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면역의 관용에 의해 자기물질로 거짓 인식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간과 신장을 통해서 끊임없이 해독한다. 이때 우리 몸은 자연의 독을 해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해독된 쓰레기들을 밖으로 내보내기를 원한다. 그런데 내보낼 인부가 부족하다. 즉 섬유소나 미네랄, 비타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물론 지속적으로 오염된 가공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간과 신장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가공식품의 범람 속에서 슬기로운 대처법
밥상에 가공식품을 되도록 올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공식품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가공식품과 함께 신선식품도 충분히 섭취한다. 잡곡, 산채, 채소, 해초 등은 살아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효소 등이 풍부하므로 이런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가공식품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2. 손질법과 조리법을 활용해 첨가물을 줄인다. 예를 들어 두부나 어묵 등은 깨끗한 물에 담가 두었다가 사용하면 좋다.
3. 가공식품 원재료의 원산지를 확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GMO 표시 의무제를 시행하지 않아서 이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캐나다나 미국, 남미 일부 국가 등에서 수입되는 콩이나 옥수수, 면화 등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4. 가공식품 포장지에 표기된 첨가물의 종류를 확인한다. 사실 첨가물은 별도로 공부하지 않으면 도저히 구분할 수 없다. 명칭도 어렵고 눈에도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공부는 필요하다. 가공식품은 첨가물의 양과 종류가 적게 들어간 것을 고른다.
심리적·행동적 문제아동들에게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게 한 결과 단 몇 주 만에 놀랄 만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보고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인보다 아이들에게 식품첨가물은 더 해로울 수 있는데 이는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이다. 성장 과정에서 건강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이 합성식품첨가물이므로 자라는 아이에게는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