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기자】
【도움말 | 세종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임효연 교수】
지난달 9일 대구에서 혼자 살던 60대 노인이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된 데 이어 11일 부산에서도 혼자 살던 3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8개월 만에 발견됐다. 이처럼 최근 잇따르는 고독사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까워한 사람들이 하나둘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고독사’.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과연 현대인들은 죽음마저도 외로워야 하는 걸까?
인간관계 단절은 고독사 주범
최근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453만 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5.3%를 차지하며, 202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현재 독거노인은 2012년 기준 약 120만 명으로 전체 노인의 20%를 넘어섰다. 노인 열 명 중 두 명 이상이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쓸쓸하게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 소식이 우리 지역, 우리 동네에서 들려오는 것이 이상한 일만도 아니다.
하지만 세종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임효연 교수는 “단순히 독거인구^독거노인이 증가한다고 해서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독거가 늘어난다는 것은 핵가족화와 저출산, 고령화, 기러기아빠나 주말부부처럼 별거하는 상황에 있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것이 고독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고독사가 느는 것일까?
임효연 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현대사회의 인간관계 단절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고독사는 자살이 아니다. 가령 독거노인이 고독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 며칠 후 발견되는 것은 노인 자살이다. 독거노인이 혼자 생활하다가 지병으로 쓰러진 후 빠른 시간 안에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며칠 후 발견되는 것은 ‘고독사’다.
또 자살을 시도했더라도 도중 마음을 돌려 자살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을 때도 고독사가 된다. 즉 고독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뜻한다.
혹시 나도? 누구도 예외는 없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사람은 고독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이혼, 기러기 아빠, 주말 부부 등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지기 쉽다. 여기에 인간관계마저 단절될 때는 고독사와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효연 교수는 “특히 자녀와 친인척이 있어도 사실상 교류가 없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경우 건강상으로도 문제가 생기기 쉽고 행동반경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때 응급상황이 닥치면 도움을 청할 방도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독사로 이어지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또 가족이 있지만 그 가족이 제 구실을 못할 때도 고독사의 위험은 있다. 가정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가족 간의 대화단절이나 무관심 등으로 가족해체 위기상황에 놓인 가정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독사’를 경험 중인 일본의 경우 한 여배우가 자기 방에서 쓰러져 사망한 뒤 며칠이 지나 발견된 사건이 있어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라는 사회에서도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특히 부모의 별거나 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거나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자기방어적으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고, 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을 경우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은둔형 외톨이는 잠재적인 고독사 예비군인 셈이다.
이처럼 인간관계의 단절, 그것이 가족이 되었든 친구나 이웃 등의 지역사회가 되었든,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고립되는 경우 고독사의 위험은 커진다.
그래서 임효연 교수는 “혼자 살든, 가족과 함께 하든, 자신을 둘러싼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는 유지해야 되며, 그래야 위기의 상황에서 혹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족해체 막고, 이웃에 관심 보여야
실업, 이혼, 질병 등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 가정은 무너지기 쉽다. 이 경우 당연히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 단절, 우울 증세나 정신분열증 등 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해지면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고, 점점 사회적으로도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임효연 교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가정의 안정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배우자간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거나 배우자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무작정 이혼을 하거나 가정을 깨는 일은 심사숙고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형성되는 부부관계, 출산과 양육으로 얻어지는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양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어떻게 배려해야 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또 가정이 해체될 위기를 겪는 가정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맞춤형 상담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사회 차원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구성원 중 누군가가 방치되어 고독사하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는 내 가족, 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효연 교수는 “사람 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등을 기대고 있는 모양”이라며 “개개인은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인다.
임효연 교수는 대한가정학회 이사, 한국사회복지학회 한일학술교류위원회 위원, 광진구 광장종합사회복지관과 동대문구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