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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섹스 원하는 남편, 섹스 피하는 아내 해법은?

2013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마중호

【건강다이제스트 |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30대 초반의 결혼 5년차 부부가 아내의 성 기피 문제로 내원한 적이 있다.

“잠자리 문제를 두고 아내와 싸우기 시작한 지 몇 년 됐습니다. 이 사람은 제가 요구할 때마다 거부합니다. 키스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싫어합니다. 구걸하다시피 해서 어쩌다 한 번 하는 것도 싫은 내색을 하니 저도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자위만 하고 살 수도 없으니 미칠 지경입니다.”

한숨을 쉬며 말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직장에서 늦게 돌아온 제게 쉴 틈도 주지 않고 매번 달려들어 요구해요. 제 마음은 조금도 헤아려주지 않고 오로지 그것만 밝히는 남자예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힘든 상황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이 서운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들 부부의 성생활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아기를 낳은 후부터 아내가 성생활을 피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안 하려고 한단다. 처음에 남편은 ‘아이 키우느라 힘들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심해져 지금은 결혼생활마저 위태롭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이들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상담치료를 하면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아내의 성욕이 떨어져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생각보다 많다. 하고 싶은 남편은 매번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하니 짜증이 나고, 별 생각이 없는 아내는 억지로 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

그런데 이들 부부도 연애시절이나 결혼 초에는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커플이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다가 어느 시점부터 아내의 성욕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가 대부분 출산 후라고 한다.

아내들은 남편이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단지 자신의 욕구나 쾌감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자들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도 섹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 단면일 뿐이다. 남자에게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에게 섹스란?

여자와 달리 남자는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고, 뇌에서 ‘성센터’라 불리는 시상하부가 크기 때문에 항상 높은 성적 욕구를 지닌다. 그래서 건강한 남자라면 보통 72시간마다 성적 충동의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성적 충동을 해소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신체리듬이 깨져 활기를 잃게 된다. 심하면 짜증이나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 섹스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느끼게 해준다. 남자의 이런 성적 충동은 대를 잇기 위한 본능으로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대화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뒤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말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말로 하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져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섹스다. 남자들은 섹스를 하면서 억눌렸던 마음을 열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남자들에게 섹스는 솔직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무뚝뚝한 남자라도 섹스 후에는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남자에게 섹스는 인정받는 행위이다. 남자는 인정받는 것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뛰어난 능력으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그 사람은 활기를 띠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인정받는 것이 남자에게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아내에게 인정받으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성행위에 대해 아내가 만족해 할 때 ‘역시 난 괜찮은 남자야!’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은 직장에서도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게 한다. 이렇게 볼 때 남자에게 섹스는 단순한 성적인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내가 하기 싫은 이유는 호르몬 때문

출산 후 아내의 성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출산 후 여성의 뇌에서는 기분을 좋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세로토닌과 같은 뇌전달물질의 분비가 낮아진다. 그 여파로 우울한 기분이 들고 심하면 산후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수면 부족도 더해지면서 우울증도 깊어지고 성욕은 자연히 떨어진다.

출산 후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도 아내의 성욕을 떨어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성관계 때 분비되어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데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에게는 엄청난 양의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모유 수유를 통해서도 충분한 쾌감과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이외에 도파민의 수치도 높아지는 등 출산 후 아내는 굳이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성욕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너무 다른 섹스 패턴, 어떻게 조율할까?

그럼 남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출산으로 인해 아내의 성욕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무조건 참아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출산 후 아내가 예전과 달리 성생활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짜증만 내지 말고 ‘피로와 호르몬 변화, 그리고 모성본능에 의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은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마음을 담아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아내가 연애시절 혹은 신혼초의 마음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친밀감은 잠자리로 이어져 남편의 성적 욕구를 총족시키게 되고, 남편은 가정에 더욱더 충실하게 된다.

부부관계에서 여성은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하고, 남성은 행위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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