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신경정신과 서호석 교수】
하루에도 열두 번 더 바뀌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벌컥 화를 내기도 하고, 슬픔에 빠져 있다가 깔깔대며 웃기도 한다. 도대체 내 마음을 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있는지? 변죽이 죽 끓듯 하는 내 마음을 조절하는 인자가 바로 내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들의 뇌 속에는 우리 마음을 조절하는 물질이 분비되고 있다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기쁨, 슬픔, 행복, 불행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숱하게 겪게 되는 감정적 부산물들은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데, 그 비밀을 캐보자.
PART 1.?내 마음의 조절자 신경전달물질의 정체
“과연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이 문제는 숱한 논란거리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비밀을 캐기 위해 혈안이 되다시피 했다. 때로는 정신분석학적 잣대로, 때로는 과학적 이론으로 우리 마음의 정체를 밝혀보려 애썼다.
그랬던 덕분이었을까? 현대 과학이 비로소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 20세기 뇌과학의 발달이 일구어낸 쾌거였다. 뇌의 놀라운 신비가 밝혀지면서 우리 마음이 뇌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이 바로 뇌의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 영어로는 neurotransmitter라고 하는데,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신비로운 뇌 탐사 여행을 잠깐 해보자. 사람의 뇌만큼 비밀스런 영역이 또 있을까? 그동안 현대과학이 밝혀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뇌의 표현방식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의 생각, 감정, 운동 등 어느 한 가지도 뇌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맨 위쪽에 군림하면서 마치 우리 몸의 관리센터와도 같은 뇌. 이러한 뇌의 신비한 작용은 수백 억~ 수천 억 개에 이르는 무수한 신경세포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이 무수한 뇌신경세포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정한 틈새를 두고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틈새를 두고 있는 신경세포들은 어떻게 서로 정보를 교신할까?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신경정신과 서호석 교수에 의하면 “그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또 다른 여러 신경세포와 교신을 주고받는데 이때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틈새를 따라 흐르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정체가 조금 이채롭다. 우리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아름다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왜 그럴까? 오랜만에 만나는 애인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 왜 그럴까? 과연 이러한 내 마음의 소용돌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서호석 교수는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밝히고 “우리의 머릿속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흥분되기도 하고, 또 차분히 가라앉기도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느냐, 못 사느냐 하는 것은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얼마나 잘 적절히 조절되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서호석 교수의 입장이다.
PART 2.?신경전달물질 3인방의 신비한 작용
조금은 생소한 주제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 내 머릿속에는 내 마음을 조정하는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 그 중에서 희노애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 3인방의 속성에 대해 서호석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분노의 호르몬 노르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하면 흔히 ‘분노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그 이유가 바로 뇌신경세포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르아드레날린이 그렇게 부정적인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신의 활력을 좌우하는 해결사 호르몬이라는 닉네임도 붙어있다. 아침에 눈을 뜨게 하고 생동감을 일으키고 활력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노르아드레날린은 양면성을 가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신의 활력을 좌우하는 해결사 호르몬이자, 분노를 느끼게 되면 분노호르몬으로 변하게 되어 우리 몸의 장기에 상처를 입히고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적절한 분비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 방법을 묻는 질문에 서호석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흥분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많고 적다의 차원보다는 적절하고 균형있게 잘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동 호르몬 도파민
아름다운 꽃을 보면 어떤가? 그 아름다움에서 우리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또 장엄한 베토벤 음악을 들으면 어떤가?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 뭘까? 바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도파민은 페닐에칠아민, 옥시토신,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과 연관되어 쾌락, 정열, 흥분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이성을 찾는 마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것도 도파민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도파민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멋진 감동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동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도파민에도 양면성이 있다. 도파민은 중독성, 탐닉과도 관계가 있고,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쾌락에 빠져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파민 또한 언제나 적절히 분비되도록 내 몸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호석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 지나친 투쟁심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면 이는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게 된다.”고 밝히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관조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행복호르몬 세로토닌
우리 마음을 너무 흥분하지도 않게 하고 불안한 감정도 갖지 않게 하여 평온한 상태로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세로토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호르몬은 격정적인 마음 상태를 안정시키고 우울한 마음도 다독거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우리 주위에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난폭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나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세로토닌의 분비를 원활히 하는 생활요법을 실천하면 좋다. 특히 세로토닌의 전단계 물질인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는 바나나, 치즈, 달걀, 견과류 및 청국장, 된장 등의 콩식품이다. 햇볕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되며, 걷기, 숨쉬기 등의 리듬운동을 함께 하면 더욱 좋다고 한다.
서호석 교수는 “우리 머릿속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분비되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의 마음상태를 만드는 핵심요소가 된다.”고 밝히고 “이들 호르몬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 다양한 마음의 무늬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PART 3. 내 마음의 무늬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
우리의 마음이 흥분되기도 하고 차분히 안정되기도 하는 것은 모두 우리 머릿속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컨트롤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해답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늘 흥분하고 화내고, 우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아마도 늘 흥분하고 화내고 우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결코 길지 않은 인생, 사는 동안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자면 내 머릿속 호르몬의 분비 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이 균형 있고 적절히 분비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또 수련해야 한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는 최고의 행복 전달물질
늘 강조되는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말! 긍정적으로 살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바로미터는 바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매사 긍정적으로 사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수록 우리의 심신은 더욱 강하게 단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뚝이처럼 살자! 서호석 교수는 “오뚜기처럼 유연한 대처는 아무리 옆에서 누가 건드려도 살짝 쓰러졌다가는 다시 오뚝 서게 된다.”고 말한다.
2. 탐욕, 잔꾀, 부정적인 사고는 버려라
이런 감정들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적절한 분비리듬을 해치고 노르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의 분비리듬만 지나치게 자극하게 된다. 그 결과는 뻔하다. 여러 가지 신체 질환에 걸려 질병에 시달리게 만들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질 좋은 호르몬,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게 하려면 마음은 항상 유쾌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 의심, 불신, 긴장할 때는 의도적으로라도 좋은 생각, 기쁜 마음으로 전환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라
한 평생을 살면서 스트레스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줄 적절한 해소책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 또한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마음을 흥분시키고 혈압이 오르게 하여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
4. 항상 유연한 운동과 정좌하여 명상에 잠긴다
유연한 운동과 정좌 명상은 좋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키게 되고 정좌하여 명상에 잠기면서 호흡훈련을 행하면 뇌파를 건강하게 조정할 수도 있게 된다. 하는 요령도 어렵지 않다. 공기가 맑고 신선한 장소를 선택하여 자신이 평소 자주 하고 익숙하고 유연한 운동을 위주로 행하여 전신의 힘과 긴장을 풀고 유쾌한 마음을 유지한다.
자신에게 가장 안락한 속도와 깊이로 천천히 호흡을 하는데, ‘하나’ 하며 들이마시고, ‘릴랙스(relax)’라고 하며 내쉬면서 열까지 세고 다시 열에서 하나까지 세며 호흡을 반복한다. 이렇게 몇 번을 진행하면 머릿속이 비교적 맑아지면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흐름도 원활히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 다음 명상을 시작한다. 명상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인이나 처음 배우는 사람은 둥근 달이 머리 위에 떠올라 그 빛줄기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상상해본다. 이렇게 하면 내 머릿속의 질 좋은 호르몬이 잘 분비되도록 하여 잠재능력을 자극하고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강시키게 된다.
5. 고전 음악을 즐겨 듣는다
피아노를 치고 악기를 불며 춤추는 등 예술 활동을 자주 행하면 이 역시 좋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좋은 상상을 하고, 좋은 기분을 가지면 더욱 좋다. 이때 유익한 음악으로는 바로크 음악집, 그림전람회, 동물페스티발, 강아지왈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달빛소야곡, 꿈의 환상곡, 푸른 다뉴브강 등이 권장된다.
6. 비타민 B군의 섭취에 유의하라
우리 뇌 속에서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재료는 단백질이다. 이러한 단백질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비타민 B가 필요하다. 따라서 뇌신경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B군의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 B6(피리독신)는 신경전달물질의 생리작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이다. 따라서 평소 비타민 B6를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B6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식품으로는 가다랑어, 연어, 멸치, 등심 등이다. 특히 B6는 비타민 B2가 결핍되면 작용에 방해를 받으므로 비타민 B2의 섭취에도 유의한다. 비타민 B2는 장어, 간, 고등어, 꽁치, 정어리 등의 생선, 김, 청국장, 계란, 우유, 치즈, 효모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