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
【도움말 | 고대안산병원 심장내과 김용현 교수】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당뇨병과 고혈압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몰고 올 무시무시한 후폭풍,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본인의 노력 없이는 극복할 수 없는 질환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정상 혈당과 혈압으로 되돌릴 수 있는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이런 생활습관 중 하나가 스스로 혈당과 혈압을 재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혈당 측정기와 혈압 측정기를 이용해 스스로 혈당과 혈압을 관리하길 권장한다. 가정용 혈당 측정기와 혈압 측정기, 어떻게 활용해야 혈당과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PART 1. 가정용 혈당 측정기 제대로 활용법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자신의 혈당이다. 고혈당이든 저혈당이든 정상혈당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혈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심각한 고혈당, 저혈당이 될 때까지는 증상도 없다. 그렇다고 매일 병원에 가서 검사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자가혈당 측정을 권한다.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는 “자가혈당 측정을 한 환자가 하지 않은 경우보다 혈당 조절이 더 잘 된다.”고 설명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자가혈당 측정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혈당 조절 잘 될 때 VS 혈당 조절 안 될 때
혈당을 얼마나 자주 재야 하는지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환자마다 혈당 변화, 먹는 음식, 치료 약, 생활 패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보통 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수치, 인슐린 치료 여부, 병원에 가는 빈도, 먹고 있는 약 등에 따라 필요한 횟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권혁상 교수는 “당화혈색소가 6.5~7% 이하까지는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측정해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당화혈색소 수치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검사 횟수를 늘려야 한다.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다면 더 자주 검사를 해야 한다. 인슐린을 맞으면 현재 혈당과 상관없이 혈당을 떨어뜨려서 저혈당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약을 바꾼 경우에도 혈당을 자주 검사해서 바꾼 약이 잘 맞는지 알아봐야 한다.
대부분 과식을 했거나 운동을 안 했을 때는 혈당 측정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는 담당의와 상의해서 시간을 정해놓고 혈당 측정을 하는 것이 좋다.
권혁상 교수는 ‘월수금 6번 측정법’을 제시한다. 월요일은 아침 공복 혈당과 아침 식후 2시간 혈당을, 수요일은 아침 공복 혈당과 점심 식후 2시간 혈당을, 금요일은 아침 공복 혈당과 저녁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침 공복 혈당과 아침^점심^저녁 식후 혈당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저혈당 관리에 딱! 자가혈당 측정
식은땀이 나거나 기운이 빠지는 등 저혈당 증세가 있다면 정해진 측정 시간이 아니라도 혈당을 재봐야 한다. 권혁상 교수는 “저혈당 증세가 있으면 바로 사탕이나 음료수 등을 먹어 혈당을 올리려고 하는데 이에 앞서 혈당을 재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혈당에서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는지 알기 위해서다.
또한 같은 저혈당이라도 혈당이 40까지 떨어졌을 때와 70으로 떨어졌을 때 당을 올리기 위해 먹는 간식의 양은 달라야 한다. 심한 저혈당이 아닌데도 간식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혈당 측정기 사용설명서
혈당 측정기를 고를 때는 자신이 쓰기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권혁상 교수는 “혈당 측정기의 종류보다 자신에게 맞는 혈당 측정 시간과 횟수, 그리고 혈당 측정에 대한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혈당 측정기를 사용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피를 낼 때 찌르는 란셋(침)은 위생상 한 번 사용하면 버리는 것이 좋다. 또 혈당 측정 시험지의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혈당 측정기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병원에 검사하러 갈 때 가지고 가자. 그래서 채혈을 한 직후 자신의 혈당 측정기로 측정을 해보는 것이다. 그것을 병원에서 나온 결과와 비교해보면 된다. 권혁상 교수는 “병원에서 나온 결과와 자가혈당 측정기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수치가 다르다고 해서 기계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손가락도 각각 혈당이 다른데, 모세혈관 채혈과 정맥 채혈의 오차는 인정해야 한다.
또한 자가혈당 측정은 병원에서 하는 당화혈색소 검사의 보조적인 검사로 볼 수 있다. 수치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혈당의 변화를 큰 틀에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PART 2. 가정용 혈압 측정기 제대로 활용법
고혈압 환자도 당뇨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평소 자신의 혈압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혈압은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고, 밥 먹기 전과 후도 다르며 활동할 때와 잠잘 때도 변한다. 심지어 백의 고혈압이라고 해서 병원에서 재면 더 높게 나오는 사람도 있다.
고대안산병원 심장내과 김용현 교수는 “혈압은 심리나 신체 활동에 따라 차이가 많으므로 병원에서 한 번 잰 것을 가지고 정확한 혈압은 알 수 없다.”며 “편안한 마음과 편안한 자세에서 잰 혈압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보통 오전 10시~11시 사이에 잰 혈압이 하루의 평균 혈압이라고 볼 수 있다.
내 혈압 관리는 내가!
김용현 교수는 “고혈압은 의사가 고쳐주는 질환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질환이니만큼 자신의 혈압 변화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혈압을 재면 고혈압 환자라는 것을 자꾸 상기시켜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정용 혈압 측정기가 있다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운동을 열심히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혈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또한 저염식 등으로 식사의 종류를 바꿨을 때의 혈압 변화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팔뚝형 혈압 측정기가 정확해
김용현 교수는 “손목형 혈압 측정기보다는 팔뚝형 혈압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8년 소비자시민모임이 국제소비자연구검사기구와 공동으로 전 세계 25개 혈압측정기의 성능과 편의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손목형 혈압계보다 팔뚝형 혈압계가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식약청 등에서 품질을 인정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혈압을 잴 때는 사용법을 지켜야 정확한 혈압을 잴 수 있다.
권혁상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와 질병관리본부 성인검진분야(당뇨) 전문기술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0 세계당뇨연맹-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김용현 교수는 고대안산병원 심장내과에서 심부전과 고혈압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심장학회, 대한심장초음파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