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레드서클(Red Circle) 캠페인이라고 들어봤는가? 질병관리본부가 몇 년 전부터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이다. 이렇듯 심·뇌혈관질환의 위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은 암과 함께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심·뇌혈관질환으로 건강과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셋을 묶어 고·고·당이라고 부를 만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우리 혈관 건강을 끈질기게 위협하는 만성질환이다. 내 몸의 시한폭탄 고·고·당을 제압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PART 1.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다스리는 법
【도움말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
침묵의 살인자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
식습관의 변화, 고령화 등으로 이제 고혈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병이 되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0세 이상 남자 3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은 고혈압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고혈압의 95% 이상은 체질적으로 발생하며 뚜렷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고혈압은 유전적인 성향이 강한 질환이다. 고혈압 환자의 부모, 형제도 고혈압인 경우가 많다. 흔한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고혈압인 줄 알면서도 혈압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 5명 중 2명은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상태다.
60세 이상 노년층은 대부분이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층인 30~50대는 많은 이가 고혈압 치료를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 고혈압 미치료율이 30대 남성은 85%, 40대 남성은 64%, 50대 남성은 47.4%에 이른다.
고혈압 약을 보는 불편한 시선
고혈압 약은 한 번 쓰면 평생 써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어도 ‘평생’이라는 부담 때문에 약 먹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약은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해서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쓴다. 다시 말해 약을 쓰지 않고도 혈압이 정상이 된다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성지동 교수는 “실제로 경증 고혈압 환자의 약 20% 정도는 식이, 운동 등의 비약물요법만으로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 치료 후 혈압이 조절되기 시작하면 혈압 조절에 필요한 약의 용량을 줄이게 되고, 나중에는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의 양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에는 고혈압 약을 끊거나 먹지 않겠다고 비약물요법을 시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참 약을 먹다가 끊고 비약물요법을 통해 정상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혈압이 내려갔다고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 이후로도 혈압이 다시 오르지 않는지 장기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혈압 낮추고~ 심·뇌혈관을 살리는~ 모범 생활습관
1.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체중과 혈압은 비례한다. 체중이 늘면 혈압도 올라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고혈압이라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한다.
2. 담배를 끊는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
3. 꾸준히 운동한다
30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4. 저염식을 한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처음부터 싱겁게 먹기는 어렵고 포기하기 쉽다. 서서히 소금 양을 줄여나간다.
5. 스트레스를 줄인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고혈압에도 영향을 준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은 본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더욱 긍정적으로 살고 작은 일에 목숨 걸지 말자.
6. 금주한다
술을 자주 많이 마셔도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술은 안 마시는 게 좋고 꼭 마셔야 한다면 3잔 이하로 마시도록 하자.
7. 혈압을 자주 잰다
증상이 없으므로 혈압이 높다는 것을 잊고 살기 쉽다. 자주 혈압을 재보고 어떤 생활습관이 변했을 때 혈압이 오르거나 내려가는지도 확인하자.
성지동 교수는 성균관의대 내과학 교수이며 고혈압,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심장질환 예방, 심장재활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Johns Hopkins School of Medicine 임상강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