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악안면동통클리닉 정진우 교수】
【도움말 |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
“밤에 자고 일어났더니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아요.” “상추쌈을 먹는데 갑자기 입이 안 다물어져요.” “하품하다 턱이 빠졌어요.”
턱관절 장애 환자가 한 번쯤 겪는 증세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악안면동통클리닉 정진우 교수는 “턱관절 장애로 진단받는 환자가 한 달에 평균 300명가량 된다.”며 “특히 20~30대 여성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군에서 빈발
탤런트 오현경과 오대규도 턱관절 장애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현경은 턱관절 장애로 미국에서 세 번 대수술을 받아 턱 모양이 달라졌다고 한다. 오 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턱 성형수술을 하다가 얼굴을 망쳤다’고 얘기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오대규도 1997년 턱관절 장애로 발음이 되지 않고 통증이 격심해 자살 유혹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칼로 팔을 긋거나 한강 다리를 건너며 위험한 생각도 했다.”며 “3년 동안 일을 할 수 없어 집에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가 얼마나 환자를 고통에 빠뜨리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턱관절장애의 질환명은 ‘측두하악장애’다. 머리뼈(측두)와 턱뼈(하악) 사이에 나타나는 모든 장애, 근육질환과 관절질환을 통칭한다. 디스크가 앞으로 빠지면서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는 전체 인구 3명 중 1명꼴로 흔하다. 이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5%에 이른다.
정 교수는 “턱관절 장애의 경우 원인보다 기여요인이란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를 갈거나 악문다거나, 껌을 자주 씹고 질긴 음식을 먹는다거나, 턱 괴는 습관, 스트레스, 부정교합 등 기여요인은 복합적이다. 류머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등 관절질환 환자가 턱관절 장애를 앓기도 한다.
신준식 이사장은 “턱관절 장애는 스트레스 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교사나 학원 강사처럼 말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등은 턱관절 장애가 많이 생기는 대표적 직업군”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정주부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여성에서 턱관절 장애를 많이 겪는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며 “외국은 스트레스 치료를 위해 임상치료사가 턱관절 클리닉에 상주한다.”고 전했다.
책상 앞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학생과 직장인 중 턱관절 장애 환자도 많다. 이들은 책상 앞에서 일하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의자에 기대 쉬기도 하고 밥도 먹고 엎드려 토막잠도 잔다. 이 같은 자세는 턱과 목뼈에 좋지 않다. 또 오랫동안 인터넷 서핑이나 쇼핑몰을 검색하는 젊은 여성들과 게임을 하는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턱-목-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최근 턱관절 장애를 앓는 주부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시댁 식구, 남편과의 관계, 자녀의 학업성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매일 집안일을 반복하면서 잘못된 자세를 취해 허리나 다리에 생긴 통증이 다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턱관절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네모 얼굴’주범은 턱관절 장애?
정 교수는 “1970~80년대엔 턱관절 장애 환자는 무조건 부정교합이 있으므로 치료해야 한다고 여겼다.”며 “부정교합을 치료한다고 반드시 턱관절 장애가 낫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정교합이 관절에 무리를 주고, 턱관절 장애의 주요 원인이면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심한 턱관절 장애인 경우 부정교합 치료를 무리하게 해선 안 된다.
정 교수는 “턱관절 장애는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 통증장애”라며 “통증 자체가 또 다른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심리적 우울증을 함께 겪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신 이사장은 “턱관절 장애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안면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거울을 보다가 얼굴 좌우가 유난히 비대칭이거나 한쪽 턱이 각져 보여 병원을 찾았더니 턱관절 장애가 원인이었다는 이들이 있다. 얼굴 근육의 상당 부분이 턱을 움직이는 일에 관여한다. 많이 사용하는 근육일수록 더 발달하다보니 잘 벌어지지 않는 쪽 턱뼈를 움직여야 하는 근육이 불필요하게 발달하고, 이 때문에 턱관절 장애를 오래 앓은 사람은 광대뼈가 튀어나와 보이거나 얼굴이 커지면서 ‘도시락 얼굴’, ‘네모 얼굴’로 변하게 된다.
신 이사장은 “한쪽 턱이 유난히 튀어나오거나 얼굴 한쪽이 틀어져 보여 고민이라면 성형수술을 고려하기 전 턱관절 장애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턱관절 치료만 잘 받아도 얼굴이 작아지거나 예뻐지는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 환자가 겪는 근육질환이 근막통증증후군이다. 목과 어깨가 아프고 긴장성 두통을 앓는다. 이때 목·어깨 근육 스트레칭을 하면 효과적이다.
신 이사장은 “턱관절 장애 환자들에게 ‘턱 말고 다른 아픈 곳이 없냐’고 물으면 목이나 어깨가 뻐근하다거나 만성피로,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인공수정까지 시도한 여성 환자가 턱관절 치료를 받은 후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생리통 등 자궁질환은 다리를 꼬고 앉는 등 잘못된 자세로 골반이 비뚤어진 탓이 크다. 턱관절 치료로 턱 위치를 바로잡으면 이와 연결돼 있는 척추가 제자리를 잡고 골반 내 자궁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이 잘 된다. 자궁 건강에 도움이 되다보니 착상도 잘 됐다는 얘기다.
척추는 탑처럼 차곡차곡 위로 쌓여있는 구조다. 턱이 좋지 않으면 목 아래쪽으로도 영향을 미쳐 척추의 배열이 흐트러진다. 척추의 배열이 흐트러지면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다. 척추 사이사이의 디스크와 척추 주변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게 돼 요통, 다리 통증이 생기고 용수철처럼 탄력 있는 S자 곡선을 취해 몸무게를 지탱하던 척추가 변형되면서 체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해 작은 충격에도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다. S라인 몸매와 V라인 얼굴이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80% 완치 가능 … 교합안정장치로 치료
턱관절 장애 환자는 스스로 “완치가 안 된다.”고 여긴다. 정 교수는 “치료 성공률이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는 비외과적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교합장치 치료다. 정 교수는 “전체 턱관절 장애 환자의 3?4%는 외과 수술을 한다.”며 “수술 후에도 기여요인을 바꾸지 않으면 재발되므로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틀니처럼 생긴 교합안정장치(스프린트)는 턱관절 근육, 치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하악이나 상악의 모든 치아를 덮는 의치와 비슷한 장치로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이다. 턱 위치를 앞으로 내미는 ‘재위치 교정장치’는 장기간 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방에선 추나 약물 치료와 침 치료를 함께 한다. 턱관절 질환의 경우 잘못된 자세 등으로 근육과 신경, 인대가 손상된다. 손상된 조직 주변의 염증을 약물로 제거하면 통증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침 요법은 턱 주위 근육의 경락을 자극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는 치료법이다. 침에는 일반 침 외에 약물 효과를 결합시킨 약침, 봉독을 이용한 봉침, 침을 꽂은 상태에서 움직여 침의 효과를 높이는 동작침(MST) 등이 있다.
신 이사장은 “약침과 봉침은 턱 근육의 통증이 심하거나 단단하게 굳어 있을 때, 이를 자극해 이완시키는 방법으로 쓰인다.”며 “동작침은 통증 때문에 제대로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는 턱관절 장애 상태에서 턱 근육의 움직임을 유도할 때 쓰인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입을 벌릴 때만 아픈 경미한 증상의 환자는 장치 치료 없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좋아진다.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혀 내밀기, 손가락 빨기, 빨대나 손톱 씹기, 턱 괴기, 자기도 모르게 아래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위로 쳐들고 생활하는 자세를 빨리 고쳐야 한다.
다음은 정 교수가 소개한 생활자가요법이다.
◐ 음식물을 한쪽으로만 씹지 말며, 양쪽으로 골고루 씹을 것.
◐ 오징어나 껌을 장기간 씹는 것은 턱관절에 무리.
◐ 평소 턱을 손으로 받치거나, 책상에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은 좋지 않다.
◐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손톱 등을 무는 습관도 피하라.
◐ 턱을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은 턱관절에 무리.
하루에 두세 번 뜨거운 수건을 턱에 대고 감싸면 근육이 풀어진다. 미리 물을 80도 정도까지 데워놓은 후 여기에 팩이나 수건을 넣고 충분한 시간 동안 데운다. 이때 습열팩은 열기와 습기가 같이 전달되는 게 효과적이므로 뜨거운 물이 아닌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울 경우 효과가 떨어진다.
팩을 주머니에 넣고 머리에 둘러 찜질을 한다. 한 번에 10~20분씩, 하루 2~3회 하면 된다. 정 교수는 “부종을 동반하는 염증이 있는 환자는 핫팩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견과류나 사탕처럼 딱딱하거나, 오징어나 쥐포처럼 질긴 음식, 고기처럼 오래 씹어야 넘길 수 있는 음식 등 턱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음식은 멀리 해야 하는 게 식사 1원칙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턱운동이다. 턱운동은 일반적인 운동에 비해 더 쉽고 땀도 나지 않으니 틈틈이 하면 좋다.
◐ 끄덕끄덕 설레설레 | 가볍게 목례를 하는 정도의 각도와 강도로 고개를 가볍게 앞으로 끄덕끄덕 한다. 그 다음 아이가 도리도리 하듯 천천히 좌우로 돌린다.
◐ 노래 부르기 | 편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긴장된 얼굴 근육이 자연스럽게 이완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게 된다.
◐ 슈퍼맨 자세 |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린 후 숨을 들이쉬면서 팔과 다리, 머리를 바닥에서 떼 최대한 위로 쳐든다. 목과 등, 허리, 종아리에 상당한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 목 운동 | 도리도리 식으로 좌우로 머리돌리기를 반복하되 턱이 목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 다음에는 턱을 목에 붙인 자세에서 좌우로 숙여 귀가 어깨에 닿는 느낌으로 운동을 반복해 턱이 목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머리를 앞뒤 숙이고 젖히는 운동을 반복한다.
※ 주의점
◐ 턱을 끌어당겨 목에 붙이는 자세를 유지한다.
◐ 상체가 흔들려선 안 된다.
◐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면 통증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한 가지 운동을 1분 이상은 계속 하지 않는다.
◐ 어깨 자세 | 양 어깻죽지를 뒤로 잡아당겨 젖히는 동시에 아래로 내려 뜨린다. 어깨가 위로 올라가선 안 된다.
정진우 교수는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 치과대학 객원 조교수, 미 USC치과대학 객원 부교수를 지냈다. 현재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연구이사, 측두하악장애학회 총무이사.
신준식 이사장은 현재 대한척추신경추나의학회장, 대한항노화학회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의학 박사. 현재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 겸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