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국립암센터 위경애 임상영양실장】
【도움말 |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박사】
만약 당신이 암 진단을 받았다면? 맑은 하늘에 날벼락 맞은 느낌, ‘설마 내가?’라는 부정 속에서도 끼니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왜? 인간의 식욕은 본능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바꿔 말하면 아직 “내가 살아 있다.”라는 증거다. 암이든 무엇이든 간에 인간은 먹어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암을 선고 받고 치료 중인 사람에게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잘 먹는 일이다. 실제로 암 환자는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못 먹어서 죽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암 환자가 암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암환자의 식생활 요령은 무엇일까?
암환자, 고루 잘 먹는 게 관건!
암 환자가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고된 암 치료 앞에서 무너져 버린 기력 탓에, 혹은 식욕부진이나 구토 등과 같은 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먹는 것이 고통인 암 환자도 있다. “이럴 땐 어떻게 먹여야 할까. 어떻게 해야 환자가 조금 더 먹을 수 있을까?”라는 보호자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국립암센터 위경애 임상영양실장은 “일반적으로 암은 소모성 질환입니다. 또 수술, 방사선요법, 화학요법 등의 암 치료 방법들은 직·간접적으로 환자의 영양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환자의 영양불량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입맛의 변화,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영양결핍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환자의 영양 결핍상태는 치료의 효과를 저하시켜 암의 진행을 촉진, 전이와 재발 등으로 사망률을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확실하고 빠른 영양법칙도 없고, 암을 치료하는 특별한 식품이나 영양소가 없다.”는 게 위경애 실장의 설명이다.
위 실장은 “식사조절에 대한 주치의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골고루 잘 먹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가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자가 평상시 좋아했던 음식이나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환자의 식욕에만 의존하지 말고 음식섭취에 대한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을 모두 섭취할 수 있도록 여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례로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데 부족하면 체중이 감소한다. 밥, 국수, 빵, 떡, 감자, 고구마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지방 역시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고 부족하면 체중이 감소하며 식용유, 참기름, 들기름, 버터, 마가린, 땅콩, 잣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단백질은 근육, 혈액, 호르몬, 항체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저하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조개류, 계란 및 알류, 두부, 콩류, 우유 및 유제품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및 무기질은 체내의 윤활작용을 하며 부족하면 각종 조절기능이 저하된다. 채소와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식 조리시 합성조미료 대신 다시마, 멸치, 건표고버섯 등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고 채소나 과일은 제철에 나는 것으로 섭취하도록 한다. 위 실장은 “물은 우리 몸이 적당한 기능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므로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고, 일반적으로 성인이 필요한 물은 하루에 6~8컵 정도”라고 한다.
식욕부진으로 먹고 싶지 않을 때…
환자가 먹을 수 있을 때 가능한 열량과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식사와 간식을 섭취 하도록 한다. 그래야 몸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키고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어 항암치료로 손상을 입은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1~2가지 정도의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먹도록 해야 한다. 단, 2일 이상 전혀 먹을 수 없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거나 조금씩 자주 먹는 것도 방법인데 2시간에서 4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맞춰서 설령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적은 양의 음식이라도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식욕이 좋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아침을 많이 먹는 것도 좋으며, 고형물을 먹기 힘들다면 죽, 미음, 주스, 수프, 우유 및 유제품을 먹는다.
메스꺼움으로 먹고 싶지 않을 때…
맑은 유동식, 요거트, 샤베트, 복숭아 통조림 및 부드러운 과일과 채소 등과 같이 비교적 위에 부담이 적은 식품을 먹도록 하고 배고플 때 식사를 하게 되면 메스꺼움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배고프기 전에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또한 음식 냄새가 나지 않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식사를 한다.
위경애 실장은 “기름진 음식·향이 강하거나 뜨거운 음식·쿠키 또는 케이크 등과 같이 매우 단 음식,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너무 후덥지근한 방은 메스꺼움을 더욱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구토 때문에 먹지 못할 때…
구토 증상이 있는 경우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구토 증상이 조절되면 물이나 육수처럼 맑은 유동식부터 조금씩 먹어보고 차츰 양을 증가시킨다.
증상이 조절되면 미음이나 부드러운 식사로 바꾸어 조금씩 자주 먹도록 하되, 적응이 되면 일반식으로 넘어간다. 이때 우유를 소화시키기 힘들면 유제품이 들어간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입과 목의 통증으로 먹기 힘들 때…
위 실장은 “입안을 자극하는 음식이나 음료,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거나 소금에 절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씹고 삼키기 쉬운 부드럽고 촉촉한 음식인 △죽류(흰죽, 닭죽, 고기죽, 전복죽, 호박죽, 야채죽, 계란죽 등) △미음(쌀미음, 조미음, 잣미음, 깨미음, 녹두미음 등) △따뜻한 육수(고기국물)를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외에 고기는 부드럽게 조리하고 생선은 곱게 다지거나 갈아서 사용하고 채소는 부드러운 야채를 푹 익히거나 데쳐서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요리를 할 때 부드럽고 연해질 때까지 하도록 하고 음식을 작은 크기로 자르거나 경우에 따라 믹서로 곱게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암환자 위한 식단, 이렇게 해 볼까요!
▣ 아침·점심·저녁을 규칙적으로, 반찬은 골고루 드세요.
▣ 매끼 단백질 반찬을 꼭, 충분히 드세요. 고기나 생선이 싫다면 대신 계란, 두부, 콩, 치즈 등을 드세요.
▣ 채소 반찬은 매끼 2가지 이상 충분히 드세요. 씹기 힘든 경우나 삼키기 힘든 경우, 다지거나 갈아서 드세요.
▣ 과일은 하루 1~2번, 한 가지 이상 드세요. 단,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주스나 통조림으로 드세요.
▣ 우유 및 유제품은 하루 200ml 이상 마시세요. 우유가 잘 맞지 않는 경우 요구르트, 두유, 치즈 등을 대신 먹도록 하세요.
▣ 밥은 매끼 반 공기에서 한 공기 정도 드세요. 그리고 간식으로 빵, 과자, 떡 등을 조금씩 드세요. 죽을 먹은 경우 하루 4~5번 이상 자주 드세요.
▣ 식용유, 참기름, 버터 등의 기름은 볶음이나 나물요리 시 양념으로 충분히 사용하세요.
▣ 양념과 조미료는 적당히 사용하여 맵고 짜지 않게 해서 드세요.
▣ 국, 음료, 후식은 적당히 드세요.
암 치료가 끝났을 때
위경애 임상영양실장은 “식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부작용은 방사선요법, 화학요법 등의 치료가 끝나면 없어지는데 이때는 여러 식품을 고루 섭취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도정하지 않은 곡류를 많이 섭취하세요. 특히 도정하지 않은 곡류는 복합당질,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섬유소를 제공합니다.
또한 고기는 기름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고, 닭고기는 껍질을 제거한 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튀기는 것보다 끓이거나 삶는 조리법을 이용하세요.”라고 조언한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박사는 “요즘 암을 예방하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들이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이러한 식품들의 효과는 동물실험에서 일부 효과가 나타난 것을 과장한 경우가 많다.”며 “동물실험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한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한다.
그는 이어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너무 짜거나 너무 기름지거나 너무 고기만 먹는다는 식의 ‘너무’자가 들어가지 않는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고 밝히고 “암을 예방하는 올바른 식사습관은 싱겁게 먹고 음식을 태워 먹지 말고 과일과 야채를 고루 섭취하며 붉은 육류의 섭취 및 음주를 줄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암 예방을 위한 ?8가지 생활습관
▣ 다양한 식품의 고른 섭취: 건강을 위해서는 모든 영양소가 부족함이 없이 적당량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로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충분한 채소와 과일 섭취: ?파이토케미컬은 과일, 채소, 곡류 등의 식물에 함유돼 있는 생리활성을 지닌 자연 물질로 이들은 영양소는 아니지만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의 영양소와 더불어 우리 몸이 건강해지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암이나 심장질환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으며, 미국의 ‘5 A DAY’캠페인은 매일 최소한 5가지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5접시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매일 우유 및 유제품 섭취: 우유는 철분을 제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소를 가지고 있으며 칼슘의 흡수율이 가장 좋은 식품이다.
▣ 지방 섭취 줄이고 활동량 UP: 과체중과 비만은 관상동맥질환·뇌졸중·고혈압·성인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시키며, 대장암·유방암·신장암·췌장암 등의 위험을 높인다. 반면 지나치게 체중이 적은 경우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 짜고 뜨거운 음식은 NO: 소금 무게의 40% 정도가 되는 나트륨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중풍·골다공증·신장병·당뇨병 등의 질환이 악화될 수 있고 소금 섭취가 많은 동양인들이 서양인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더 높다.
▣ 탄음식과 훈제식품은 NO: 육류나 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요리하거나 훈제식품을 조리할 때 생성되는 헤테로 사이클릭아민, 다환방향족 탄화주소, N-니트로소 화합물 등이 발암성 물질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 과음은 NO: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간암·구강암·식도암·인두암·후두암의 발생위험을 높이며, 최근 위암·췌장암·대장암·직장암·유방암 등과의 관련성도 대두되고 있다.
▣ 흡연은 NO: 담배연기에 4천여 종 이상의 유해물질과 6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하면 흡연이 전체 암 사망에 기여하는 정도가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