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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존엄사 논란 그 중심에서… 묻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2009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꽃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2008년 11월 28일 국내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옴으로써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논의되던 존엄사 허용 여부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또한 존엄사법 입법을 위한 청원서를 지난 1월 12일 국회에 제출하여 존엄사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과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라는 주장과 ‘현대판 고려장’ 이라는 찬·반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당신에게는 죽을 권리가 있는가?

당신이 태어난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아니다. ‘인명은 재천’, 내 목숨은 내 의지가 아니라 하늘에서 거두는 것처럼 당신이 태어난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듯 죽을 때도 자신의 의지대로 죽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까?

지난 해 말 서울서부지법은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하고 있는 원고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로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를 남겼다. 그렇다면 존엄사는 무엇인가?

그 이전에 존엄사·안락사, 뇌사·식물인간 등의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이들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왕왕 그 개념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오해되어 왔다.

우선 ▲뇌사는 대뇌, 소뇌, 뇌간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소멸된 것으로 뇌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태, 즉 모든 자극에 대해 반응이 없고 호흡을 비롯하여 스스로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그런 반면 ▲식물인간은 대뇌의 손상으로 의식과 운동 기능은 상실됐으나 호흡과 소화, 흡수 등 인체에서 생명을 주관하는 뇌간의 기능이 있는 경우다. 따라서 필요한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면 일정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안락사는 생존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약물주사행위 등을 통해 인위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혹은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을 이른다.

한편, 존엄사를 주장하고 있는 측에서는 ▲존엄사는 생명 소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로 안락사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따라서 서부지법의 이번 존엄사 판결로 ‘식물인간상태’의 모든 환자들이 치료를 중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엄격한 구분이 필요하다. 원고의 경우 식물인간 상태였지만 뇌간의 기능이 없었고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즉 법원의 판결이 말하는 것은 △치료가 계속되더라도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사전에 환자가 한 의사표시 및 가치관, 종교관, 생활태도, 기대 생존기간, 나이,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에 한해 병원에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존엄사’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내의 첫 존엄사 인정 판결에 이어 금년 1월 경실련에서 존엄사법 입법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대 의학으로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고,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게 단지 인위적으로 생명만 연장하는 데 불과한 생명유지 장치를 환자 스스로가 보류하거나 중단하기 위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이를 존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생명권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위치에 있는 말기환자가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 원하지 않는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해도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환자의 가족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법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실련은 “<존엄사법>안은 안락사와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현대의학으로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고 치료할 수 없는 말기상태의 환자에 한정된 것임”을 밝히고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의사나 가족들이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포기하는 시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실련의 <존엄사법>안과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해 ‘성급한 결정’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문화적인 배경이 덜 무르익었고 또한 자칫 이를 이용한 ‘현대판 고려장’이나 ‘불법 장기 매매’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권리이고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또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서 행하여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네티즌 및 일반인들의 의견도 양분된 상태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 무의미한 생명연장의 치료에 남겨진 가족의 심리적·경제적인 고통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찬성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인간이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라는 의견 등을 들어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답게 죽고 싶은 권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범국민적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를 공론화 시키고 구체화하여 제도화 했다. 우리도 안락사든 존엄사든 죽음에 대한 인식과 자신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 사회적인 여론을 공론화 하고 그것을 잘 녹여내어 가장 인간답게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붙은 존엄사 논쟁, 인간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기에 ‘누가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칼날을 들이댈 수 없는 문제다. 당신이 존엄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이번 존엄사 논쟁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최절정에 있을 때 한 번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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