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
지난 1월 영화 ‘심장이 뛴다’가 개봉했다. 심장이 점점 나빠져 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아이, 심장은 건강하지만 뇌사상태에 빠진 중년 여성이 나온다. 이들을 둘러싸고 아이의 엄마와 중년 여성의 아들이 심장을 매매하기에 이른다. 목숨 걸고 심장을 구하려는 아이 엄마의 몸부림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 까닭은 심장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팔딱팔딱 쉬지 않고 펌프질 하는 바쁘고도 성실한 장기 심장. 어떤 사람의 심장은 힘겹게 몸을 지탱한다.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산 정상에 올라가도 끄떡없다. 그 비밀을 푸는 열쇠는 바로 신비한 심장의 펌프질이다. 경쾌한 펌프질을 유지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리듬에 맞춰 펌프질하는 수도관
우리는 “사랑해.”라고 적으며 마음을 표현할 때 하트 무늬(♡)를 그린다. 하트(heart)는 심장이다. 심장 말고 간이나 위를 그리는 사람은 없다. 심장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기의 상징이다. 그 상징 이상으로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 교수는 “심장이 멈추면 즉시 죽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장기”라고 밝혔다.
심장은 집에 물을 공급해 주는 수도관과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전달해 준다. 깨끗한 물이 공급되면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다. 설거지며 바닥청소며 집 안 구석구석 더러운 곳을 씻어낼 수도 있다. 즉 전체적으로 몸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성실한 펌프질로 뇌에 혈액을 공급해 생각하는 힘을 부여한다. 음식을 소화하고 배설할 수 있는 것도 혈액 공급 덕이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머리카락 한 올을 집어 올리려 해도 다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는 것이다.
심장 펌프는 제대로 작동할 때 더 말할 것도 없이 효율적이다. 고무줄처럼 탄력 있는 혈관이 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어 온몸으로 혈액을 나른다. 길을 걷거나 급하게 뛸 때 각각 상황에 맞춰 펌프 강도를 조절한다. 쉬지 않고 1분에 60~70회 박동하는 심장. 쉴 때는 분 당 혈액 5L씩, 즐겁게 콧노래를 부를 때는 분 당 20L씩 내보낼 것이다. 물론 건강하게 펌프질을 할 수 있을 때의 얘기다. 펌프질의 균형을 깨뜨리는 나쁜 요인은 무엇일까?
고혈압, 당뇨, 흡연은 펌프질에 악영향
박성지 교수는 “심장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리는 주요 위험 인자는 만성질환”이라고 밝혔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동맥경화, 비만 등 성인병은 서서히 심장의 펌프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만성질환이 없으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박성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환자가 아니어도 혈압과 혈당이 자주 높은 고혈압ㆍ당뇨 전 단계도 역시 심장에 무리를 준다. 평소 담배를 피우거나 짜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고, 운동을 잘 하지 않으면 펌프 기능이 점점 나빠진다. 계속되면 매끈하던 동맥에 염증이 생기고 피떡이 져 심장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서서히 떨어지고 있을 때 대표적인 증상은 첫째, 가슴이 아프다. 흉통이라고 하는데, 가슴께가 뻐근하며 꾹꾹 누르는 듯 아픔이 느껴진다.
둘째, 호흡이 가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m 달리기가 거뜬했는데 요즘 들어 숨이 차다면 펌프 기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늘 걷던 계단, 오르던 길인데 호흡이 가쁘고 힘들다면? 심장이 신나게 펌프질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보면 된다.
서서히 심장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면 다시 기능을 정상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된다. 문제는 심장이 보내는 긴급 구조 신호다. 박성지 교수는 “가만히 있을 때도 숨이 차다면 심각한 상태”라고 당부한다. 앉아 있지도 못할 만큼 답답한데, 누워 있으면 숨이 막혀 누울 수도 없다. 이때는 시간이 곧 생명이다. 지체 말고 심장 전문의가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직행한다.
또 하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알아채면 다행인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장 발작은 다양하다. 속이 좀 불편해서 위장장애로 생각하거나 울렁거려서 피로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심장에 있는 신경은 직접적으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뭔가 잘못되고 있을 때 신경이 불안정해져 다른 신경에 자극을 전달해 증상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심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힘찬 심장 펌프질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운동 한다
규칙적으로 일정한 운동을 해야 심장 펌프가 건강하다. 운동은 혈관 노화에 가장 중요한 인자인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낮춰준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며, 염증을 줄인다. 박성지 교수는 “갑자기 안 하던 운동을 하려면 낯설 수 있다.”며 “매일 30분씩 걷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건강하지 않고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되도록 평지를, 산에서는 등산보다 둘레길 걷기를 추천한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비만은 심장 펌프 노화를 유발하는 모든 만성병의 근원이 된다. 비만인 사람이 자신의 체중을 5%만 줄이면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온몸의 건강이 좋아진다.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을 먹는다
기름기가 많은 고기와 튀김을 멀리하고, 생선ㆍ콩ㆍ아몬드ㆍ호두 등을 가까이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회 제공량당 콩 단백질이 6.25g 이상 들어 있는 식품에는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건강강조 표시를 허용하고 있다. 콩 단백질을 섭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12%까지 떨어지고 중성지방이 10%까지 떨어진다.
좋아하는 플라보노이드를 정하라
녹차, 견과류, 포도, 양파, 토마토, 100% 오렌지 주스 등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강력한 항산화제가 들어있다. 기호에 맞게 지정해 자주 먹으면 좋다.
담배를 멀리하라
우리 주변에서 애연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리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심장은 담배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담배를 안 피우더라도 간접흡연을 최대한 피하도록 한다.
스트레스를 줄인다
박성지 교수는 “즐겁게 웃는 것이 심장에 정말 좋다.”고 강조한다. 웃으면 입만 웃는 것이 아니라 뇌도 웃고, 심장도 웃고, 온 몸이 웃게 된다. 우리는 가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을 한다. 실제로 그런 일은 없지만 이 정도로 안 좋은 감정을 느끼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의 균형이 깨진다. 심장 세포는 물론 혈관 세포도 죽거나 죽을 지경에 이르러 심장 펌프질이 교란된다. 심장은 우리 마음의 평화를 바란다.
잠을 충분히 자라
현대인은 대부분 수면 부족 상태다. 잠이 부족하면 뇌에서 즐거움을 유발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 우리 몸은 이를 보상하려고 단 음식이나 담배 같은 유해 물질을 찾게 된다.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커지면 심장도 피곤해진다.
▲박성지 교수는 현재 대한내과학회 회원, 대한고혈압학회 회원, 한국심초음파학회 회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원, 대한심장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