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
저 부르셨어요? 지금 바쁜데…. 저는 심장만큼이나 쉴 새 없이 일한답니다. 제 일은 호흡하는 것인데, 잠시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거든요. 힘들겠다고요? 별로 힘들진 않아요. 늘 거뜬하게 하는 일이거든요.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상쾌한 가스교환은 즐겁고 보람 있답니다. 그런데 황사가 올 때나 담배 연기를 마시면 기분이 나쁘고 힘이 빠져요. 답답한 곳에 오래 있어도 싫어요. 이쯤 되면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사람들은 ‘폐’라고 불러요. 그런 제가 신나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법, 좀 더 알려 드릴까요?
호흡과 산도 조절을 담당하는 폐
보통 ‘우리 몸의 중심’ 하면 심장을 떠올린다. 이제는 심장뿐 아니라 폐도 함께 떠올리도록 하자. 쉬지 않고 뛰는 심장만큼이나 폐도 쉬지 않고 호흡한다. 공기를 분당 6.8L나 소비하는 고성능 가스교환소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과 함께 몸을 지휘하는 당당한 주역으로 손색없다.
심장과 폐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다.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다른 곳에도 문제가 온다. 이중 심장박동은 내가 바로 조절하기 어렵지만 호흡은 조절이 가능하다. 몸이 흥분했을 때 호흡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출산 같이 큰 힘을 쏟을 때도 호흡으로 힘을 모은다. 건강을 위해 요가나 명상을 지도하는 곳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까닭도 다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폐의 중요한 기능이 있다. 우리 몸의 산도를 맞춰주는 일이다. 우리 몸은 ph7.4인 약 알칼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폐는 신장과 함께 산도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폐가 나빠져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원활하게 못하고 쌓이면 몸이 산성화 된다.
그래서 폐는 몸 전체를 지배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폐가 튼튼하면 오케스트라 연주가 매끄럽다. 그러나 폐가 건강하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듣기 불편한 불협화음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담배연기와 독소를 싫어해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폐를 나쁘게 만드는 원인으로 제일 먼저 담배를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담배는 사람을 죽이는 유일한 합법적 소비자 상품’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담배연기에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과 81종의 발암물질이 있다. 그 중 20종은 1급 발암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나 폐기종, 기관지염 같은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당사자뿐 아니라 간접흡연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에서 간접흡연으로 해마다 6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카펫이나 옷에 남아 있는 담배 연기 잔유물로 피해를 보는 3차 흡연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옷에 남은 니코틴이 실내 공기, 카펫 등의 표면에 있는 오존과 반응하면 다른 오염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어 다니는 아이들이나 소파에서 잠을 자는 사람, 3차 흡연으로 오염된 식품을 먹는 사람들의 폐까지 나쁘게 할 수 있다.
담배연기만큼이나 폐가 싫어하는 것은 독소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폐에 관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인들은 모두 공해, 황사, 오염된 실내공기에 노출돼 있다. 공해는 점점 심해지고 황사는 봄뿐 아니라 사계절 안심할 수 없다. 실내공기엔 곰팡이나 방사선 물질인 라돈, 기타 미세입자가 둥둥 떠다니며 폐를 괴롭힌다.
입자가 큰 것들은 폐의 자연 방어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다. 큰 입자는 작은 솔 같은 섬모가 쓸어내 기침, 재채기, 코를 푸는 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은 몸의 방어책을 요리조리 피해 말썽을 부린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은 폐 조직을 파괴하는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폐질환을 유발한다.
문명을 떠나지 않는다면 노출은 불가피하다. 최천웅 교수는 “아예 피할 수는 없겠지만 노출을 줄일 수는 있다.”고 말한다. 가정과 직장의 실내공기는 구성원이 줄일 수 있다. 대기의 독소는 마스크로 가릴 수 있다. 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폐를 덜 지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밖에 운동부족, 영양부족으로 산소 공급이 충분히 되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폐렴, 독감, 결핵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려 폐를 아프게 할 수 있다. 물론 치료 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자주 걸리면 서서히 폐 기능이 떨어지니 조심한다.
최천웅 교수는 “감염성 질환을 제외하고 만성적 폐질환은 치료해도 건강한 폐로 되돌릴 수 없다.”며 “재생되는 장기가 아닌 만큼 반드시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폐를 활짝 웃게 하는 5가지 주문
1. 담배연기를 멀리한다 흡연자는 담배를 끊어야 하고, 비흡연자는 흡연자에게 금연을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대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항산화제와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긴다는 사람이 있다. 최천웅 교수는 “이런 사람은 운동 능력이 좋아지니 폐가 건강해진다고 착각한다.”며 “운동 능력을 키운 것이지 폐활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흡연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방법은 없다. 폐를 구할 방법은 금연뿐이다.
2. 필요한 날엔 마스크를 쓴다 날씨가 추울 땐 찬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시면 좋지 않다. 보온용 마스크로 기관지와 폐를 보호한다. 황사가 불어올 땐 황사 전용 마스크를 쓴다. 일반 마스크로는 미세먼지를 거의 거르지 못한다.
3. 실내공기를 정화한다 먼지가 켜켜이 쌓이지 않게 자주 청소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해 주는 데 탁월한 공기청정기를 들여 놓아도 좋다. 다만 필터를 규칙적으로 갈아 주어야 한다. 집 안에 식물을 기르는 것도 추천한다. 식물이 산소를 내뿜어 공기 중에 공해 요소를 제거해 준다.
4. 숨을 깊게 쉰다 깊이 숨 쉬면 산화질소를 폐로 운반하는 과정이 원활해진다. 폐의 산소포화도가 98%에서 100%로 증가해 폐와 혈관 기능이 좋아진다. 몸을 이완시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아침 일찍, 잠자리에 들기 전, 10회씩 깊은 숨을 쉰다. 이밖에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깊이 숨을 쉬도록 한다.
5. 항산화 음식을 먹는다 물론 폐를 회복시켜 주는 특효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몸의 염증,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측면에서 권장한다. 녹황색 채소와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자주 먹는다.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코와 입의 점막이 촉촉해야 숨을 원활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천웅 교수는 동수원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을 거쳐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진료 중이며 경희의료협력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대한 내과학회 정회원,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