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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의 장수학시리즈] 한 번 화낼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이유

2017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동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화나는 일이 많은 세상이다. 병원에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거나 욱하는 성격 때문에 낭패를 본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가슴에 뭔가 치밀어 오르는 화끈한 느낌이나 가슴 쪽이 답답하고 잠이 안 오는 증상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세히 진찰해 보면 분노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으며 호소하는 신체 증상에는 아드레날린 과잉 분비와 코르티솔 만성 분비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사람들이나 집안 식구들에게 까닭 없이 화가 치밀고, 한 번 화가 치밀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기까지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칫 심장병으로 오인되기 쉬운데 이것은 아드레날린의 과도한 분비로 혈액순환이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고 활성산소를 대량 방출하기 때문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분노 증상 뒤 심각한 무기력 증상을 호소한다.

단 음식을 평소에 지속적으로 마음껏 먹던 사람이 고인슐린혈증 상태에 있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인슐린이 기능을 못 하는 인슐린저항성에 빠지면서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고가는 당뇨 프로세스와 유사하다.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코르티솔 만성 분비로 인한 부신기능 셧다운으로 위기 상황 후에 적절하게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번 화낼 때마다 우리 수명이 줄어들 만큼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데 있을 것이다. 왜일까?

화 혹은 분노의 정체

화나 분노라는 감정의 생리적인 기전은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은 눈앞의 위기를 이겨내도록 돕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뇌나 근육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스트레스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이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걱정에 휩싸여 사는 사람들의 체내에는 당연히 수시로, 또 반복적으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이런 상황을 ‘아드레날린 과잉증후군’이라고 한다.

평온한 기분을 유지하다 한두 번 바짝 긴장하는 일은 힘들지도 않고 그리 나쁘지 않겠지만 만사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지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지속적인 긴장 상태, 아드레날린이 쉼 없이 흘러나오는 상황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 그래서 아드레날린 과잉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만성피로, 무기력함, 두근거림, 짜증 등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몸속 아드레날린을 소진하고 방류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순간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혈관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질 때 많이 생긴다. 즉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으로 모이던 혈액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질 때 활성산소도 급격히 느는 것이다.

아드레날린 자체의 독성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아드레날린에 노출될 때 활성산소에 의해 야기되는 몸의 노화, 손상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화내면 빨리 늙고 병든다는 이야기는 정확히 과학적이다.

더불어 화를 내는 성격은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미워하는 감정은 걱정하는 감정처럼 에너지의 소모가 크다. 정신적 과로와 피로가 겹치고 혈당 소모가 크다.

이러한 몸의 위기상황을 이겨내고 신체리듬을 복구시키려 코르티솔이 무리하게 분비되다 보니 코르티솔을 만들어내는 부신피질에 피로가 온다. 결과적으로는 코르티솔의 과잉분비와 이에 따른 부신피로현상으로 비만, 당뇨, 우울증 등이 뒤따르고 종국에는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것이 부신피로증후군의 얼굴이다.

급작스럽고 파괴적인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와 만성적이고 무기력한 코르티솔 만성분비의 내 몸 파괴형 의학적 메커니즘 때문에 건강한 삶의 핵심 제안으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라’, ‘화 내지 마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필요 없는 스트레스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관계나 일을 중요시하는 우리들은 스트레스가 주는 소모적인 감정으로 적어도 하루 한두 시간은 불행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면 우리의 노화시계 역시 멈추거나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병원을 찾는 분노조절 실패 환자들에게 감정조절 10분 훈련법을 제안하곤 한다.

말 그대로 10분 감정조절은 감정이 생겨날 때 그 시간을 10분 늦추거나 조절하는 것이다. 우선 나와 스트레스 대상 사이에 항상 10분이라는 시간을 두라. 이는 특별한 마음 수련법이나 기분전환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스트레스 대상을 만났을 때 그 대상이 나에게 미칠 영향과 내가 입을 피해, 그리고 그 영향과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스트레스 대상을 냉정하게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떠올리며 스트레스 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도록 감정을 이탈시키는 것이다.

이는 명상의 형식일 수도 있고, 적극적인 시나리오 기법의 방식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스트레스 대상에 대해 벌이는 10분의 감정 조절이, 그러지 않는다면 겪을 심한 감정 동요나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여준다는 사실이다.

<화를 다스리는 10분 감정조절 훈련법>

● 분노의 순간 눈을 감아라.

● 참을 인을 10회 천천히 되새기자. 참을 인이라고 입으로 나지막이 내뱉어도 상관없다.

●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동작을 심장박동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하라.

● 눈을 뜨고 숨이 골라졌으면 아무 생각 없이 거닐기 시작하라.

● 이제 자리를 잡고 서거나 앉아서 상처받지 않고 분노의 순간을 잘 넘긴 자신을 칭찬하라.

● 10분이 지난 후에 분노를 야기했던 순간이나 대상에 대해 조용히 응시하라. 만약 해결해야 할 대상이면 분노를 반감시킨 그 상태에서 해결의 수순을 밟아라.

화·분노 해독제 세로토닌 높이는 생활 4가지

화나 분노의 감정을 조절해주는 몸속의 해독기제는 세로토닌 호르몬이다. 세로토닌 호르몬이 높으면 화나 분노가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상황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행복감과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치료제 역시 이 세로토닌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약물들이다. 모든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 증강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세로토닌의 저하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화나 분노를 조기에 진압하는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높이는 생활법은 다음과 같다.

1 세로토닌은 육식을 사랑한다

세로토닌을 사랑한다면 육식하라. 물론 지방을 먹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은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해주어야 양질의 세로토닌이 풍부하게 생성된다.

단백질은 근육, 피부, 뼈, 머리카락 등의 신체조직을 구성할 뿐 아니라 효소, 호르몬, 항체를 생산해 체내물질 균형을 이루는 성분이다. 특히 세로토닌, 멜라토닌, 엔도르핀과 같은 각종 호르몬의 주원료가 단백질이다.

따라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다양한 호르몬 이상을 겪을 수 있다. 실제 과학적으로 단백질 부족은 우울증을 유발한다. 또 필수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에서 얻을 수밖에 없으므로 과식하지 않는 선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우유, 달걀 등의 동물성단백질을 잘 공급해야 한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기름기를 뺀 육식은 건강을 위해 권장할 사항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잣이나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와 아마씨나 햄프씨드 등의 씨앗류 음식에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질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바나나는 좋은 세로토닌 재료이다.

2 땀 흘리고 숨찬 운동을 세로토닌은 좋아한다

걷기는 최고의 운동요법이다. 활기차게 걸으면 발과 온몸의 신경들이 골고루 자극되어 뇌에서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안정 호르몬들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행복한 느낌을 만들고, 세로토닌은 안정감을 준다. 또 걷기는 주로 외부에서 날씨가 좋은 때 실천하기 때문에 햇볕을 쬘 수 있어 멜라토닌 분비 기능도 향상된다. 낮에 햇볕을 쬐어야 밤에 멜라토닌이 더 잘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아시다시피 대표적인 항우울제이다.

만약 걷는 곳이 숲이나 나무가 많은 녹지라면 금상첨화다. 자연의 초록빛은 우리 뇌파를 가장 안정시키는 색깔이다. 또 숲의 불규칙한 모양의 사물들 역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중에 힘들다면 주말이라도 산과 들로 나가라.

3 스트레스호르몬은 세로토닌과 경쟁한다

스트레스호르몬 코르티솔은 세로토닌을 소진시키거나 기능을 약화시킨다. 스트레스를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에 도움이 되는 학습, 독서, 명상, 취미생활 몰입 등에 시간과 여유를 할애해야 한다.

부정적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상쇄하는 일 못지않게 마음속에 긍정적인 마음을 채워 부정적 심리들이 들어설 자리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일이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기, 남 배려하기, 자주 웃기, 충분한 스킨십, 서로 칭찬하기와 같은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일상생활에서 배양한다.

4 잠은 세로토닌의 품질을 좌우한다

최고의 세로토닌 강화법은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잠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얕은 잠 몇 시간보다 깊은 잠 한 시간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 많은 불면증 환자들이 ‘스트레스→ 불면증→ 잠을 자야 된다는 불면스트레스→ 각성중추각성→ 불면증 심화의 불면 악순환 회로에서 허덕이는 이유이다.

천천히 수면시간의 양과 질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 억지로 잘 필요는 없다. 잠자기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면 수면의 질은 더욱 나빠진다. 잠을 자려고 억지로 노력하기보다는 적절한 야외활동이나 신체활동을 하면서 수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쾌적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수면 중에도 코호흡을 해야 한다. 코로 호흡을 하면 각종 바이러스나 오염물질이 코 점막이나 코털, 코 안 분비물에 의해서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그만큼 감기에 덜 걸리게 된다. 침실 온도는 20~25도 정도가 적당하다.

방안 공기가 너무 차거나 너무 따뜻한 경우에도 수면을 방해한다. 수면양말을 이용한다면 가슴까지 이불을 덮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쾌적한 수면을 원한다면 환기도 중요하다. 침실에 산소가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약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을 꽉꽉 닫아두는 습관은 오히려 편안한 숙면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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