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선미 씨(42세)는 요즘 걱정이 태산 같다. 여섯 살 난 아들 태민이 때문이다. 태민이에게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시름은 하루하루 깊어가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그녀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10년을 한결같이 악착을 떨어서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장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뿐! 새집으로 이사한 지 3개월쯤 지났을까? 아들 태민이의 몸 여기저기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행복은 와르르 무너졌다. 아토피였다. 새집이 원인이라고 했다. 그런 그녀가 본지에 그 해결책을 물어왔다. 방법이 없을까? 그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흙집 짓고 사는 고제순 씨 별난 삶
강원도 원주 근교에는 색다른 것이 있다. 가을 단풍을 벽처럼 두른 아담하고 소박한 흙집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마알간 모습으로 서있다. ‘도대체 저런 집에는 누가 살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들어가보니 한 사람이 나온다. 이름은 고제순 씨(49세). 손수 지은 흙집이란다. 손수 집을 지어? 그 사연이 궁금하다.
철학박사… 홀로서기를 꿈꾸다!
강원도 원주 근교의 회촌마을에 손수 흙집을 짓고 사는 고제순 씨. 그의 이력은 남다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주인공이다. 당연한 수순처럼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의 본업이 되었다. 그러나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대학 강의를 그만두고 전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고제순 씨의 말을 빌리자면 “어느 날 문득 무언가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그것이 식(食), 주(住), 의(醫)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며, 쉬거나 자지 않고 살 수 없고, 몸에 탈이 나면 치유하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식, 주, 의는 분명 생존의 세 가지 기초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과연 이 세 가지 근본 요소에 대해 홀로서기가 가능합니까?
고제순 씨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 년간 제도권 교육을 받았고 박사 학위증까지 손에 쥔 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삶의 세 가지 근본 토대에 대해서는 자립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당혹스러운 현실이었다. 참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해온 것이 헛공부요, 헛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자각은 고제순 씨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어놓았다.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그 무력감이 쓸려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삶의 기초를 다시 세우자.’ 흙집 짓기를 결심하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고제순 씨.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명제였다. 그는 생각했다. 여전히 배고프면 그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도 모르고 돈으로 해결할 것인가? 또 오염된 공간에서 살고, 몸이 아프면 약국과 병원으로 쫓아가는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그러다가 먹고 살 만하면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에 걸려 평생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병원에 갖다주고도 결국 죽어가는 이웃들의 대열에 끼여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결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더 이상 삶의 근본으로부터 벗어난 비정상적인 삶, 조화롭지 못한 삶,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기는 싫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분명했다. 홀로서기 공부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무 말 없이 짐을 싸던 아내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래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그의 선택이 분명 우리 삶을 좀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비로소 찾아든 강원도 원주의 회촌마을. 고제순 씨의 홀로서기 공부는 회촌마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사짓는 법, 집짓는 법,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는 의학공부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가족의 보금자리로 마련한 것이 바로 흙집이었다. 하필 왜 흙집이었을까? 이 물음에 고제순 씨는 “흙은 그 자체가 생명체이기도 하면서 수많은 생명체를 양육하는 생명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무엇보다 흙집은 돌과 나무 등 주로 자연재료를 사용하므로 수명이 다해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지극히 생태적인 건축이라는 점에 이끌렸다.”고 말한다.
흙집이 가져다 준 건강
건축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고제순 씨가 직접 살림집을 지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의 스승이 되어주었던 건 자연의 세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새, 벌, 그리고 거미였다. 새, 벌, 거미가 주변의 자연재료를 이용해 보금자리를 만들듯이 그 또한 자연의 재료를 활용해 집을 지어볼 결심을 하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흙집의 건축 재료는 흙, 돌, 그리고 나무다. 인공재료, 화학재료는 철저히 배제했다. 기초도 시멘트 콘크리트 대신 크고 작은 돌과 모래로 물다짐을 하고 바닥에는 숯, 황토, 자갈을 깔았다고 한다. 나무 기둥 밑은 자연석 주춧돌로 기초를 놓았다. 집의 골격은 육송으로 세웠으며, 벽체는 흙벽돌을 찍어 쌓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자연을 닮은 집을 지었던 것이다.
그런 덕분이었을까? 이렇게 지어진 그의 흙집은 그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건강이라는 선물이었습니다. 회촌으로 들어가기 전 시내 아파트에 살 때는 늘 피로하고 아무리 잠을 자도 몸이 찌뿌듯하면서 머리도 맑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아토피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서 살았었죠. 아마도 제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몸이 좋지 않았던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돌 하나, 흙 한 줌 한 줌으로 정성들여 지은 흙집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몸은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던 것이다. 아토피의 가려움증이 잦아들었다. 머리가 무겁고 늘 피로하던 증상도 언제부턴가 말끔히 없어져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집 하나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해본 일이었다.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흙으로 만든 집은 생명을 살리는 집이었고, 우리 몸을 치유시키는 집이었던 겁니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지침도 돌려놓았다. 우리가 사는 집의 중요성을 몸소 자각한 그는 ‘흙집 짓기 학교’를 열었던 것이다.
흙집 짓기 학교를 열다
“사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여겼어요. 건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건축 경험도 많지 않은 제가 흙집 짓기 학교를 연다는 것은 세상이 웃을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점점 늘어나는 것은 환자요, 약국이요, 병원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잘못된 주거생활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성냥갑 같은 아파트는 매년 늘어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우리 몸이 좋아하는 흙집 짓는 법을 알려주리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집에서 살게 하리라. 흙집 짓기 학교는 그런 그의 꿈의 산물이다. 최소한 하루 8시간 이상 우리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집. 그 집에 생명에너지가 넘치도록 하고 싶다는 고제순 씨의 꿈이 집약돼 있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흙집 학교는 우리 삶의 토대가 되는 가족의 보금자리를 가능한 한 손수 지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흙을 구하는 일부터 손수 황토벽돌 찍기, 주춧돌 놓기 등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내 몸에 좋은 흙집을 지을 수 있게 도와준다.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는 데 흙집은 누구나 지을 수 있어요. 건축 경험이 전혀 없는 저 같은 먹물도 그것이 가능했으니까요.”
고제순 씨는 당부한다. 집은 생명을 살리는 집이 되어야 한다고. 그런 집을 만드는 데 있어 흙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고. 흙은 그 자체가 생명이면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란다. 흙은 풀, 나무, 벌레, 곤충,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란다. 흙은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는 생명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우리 생명을 살리는 흙을 떠난 삶에서 건강하기를 바라거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는 게 고제순 씨의 생각이다. 오늘도 흙집 짓기를 알리는 일에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흙집지기 고제순 씨. “도심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생명에너지가 농축돼 있는 좋은 흙을 개어 벽에 다시 바르거나 얇은 황토벽돌로 벽을 다시 한 번 더 붙이면 시멘트의 독성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고 조언한다. (흙집 짓기에 관심 있는 분은 인터넷 카페 ‘흙처럼 아쉬람’을 참고하면 직접 짓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고제순 씨처럼 직접 흙집을 지어 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사람을 공격하는 집에서 살 수는 없는 일! 오늘 당장 우리 집을 안락한 보금자리로 꾸미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활용해보자.
1. 환기는 절대 필수!
우리 집의 공기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기를 잘하는 것이다. 환기는 실내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배출시키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 사이가 좋으며 적어도 하루 2회 정도는 30분씩 꼭꼭 환기를 시키도록 하자. 집안을 환기시킬 때는 장롱과 신발장, 싱크대문까지 열어놓도록 하자.
2. 우리 집에 천연소재의 옷을 입히자.
천연벽지와 천연바닥재로 우리 집에 옷을 입히면 휘발성 유해가스의 방출량을 최소화로 할 수 있다.
3. 집안 곳곳에 녹색식물도 좋아요!
공기 정화를 위해서는 야자나무류와 고무나무류를 두는 것이 좋다. 바닥재나 페인트 등에서 방출되는 벤젠을 없애기 위해서는 팔손이나무를 배치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산세베리아는 음이온을 방출하므로 침실에 두면 좋다. 셀륨이나 아디안텀 같은 식물은 실내에서 키우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
4. 소파는 없애는 게 좋다.
대신 천연 목재로 만든 소파와 의자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 몸에 더 좋다.
5. 숯 활용도 적극적으로~
숯의 미세한 구멍에는 유기물의 분해력이 뛰어난 방선균이 살고 있다. 따라서 실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유해물질과 악취 제거에는 아주 좋다. 숯의 양은 평당 2kg 정도가 적당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씻어 건조시킨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6. 요리할 때는 반드시 환기팬을 튼다.
가스레인지로 요리할 때 연기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등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요리를 할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거나 후드팬을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