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이윤수 & 조성완 비뇨기과 이윤수 박사】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때 사건의 본질보다는 몇몇 흥미거리의 소스를 가지고 온 국민이 관음증 환자로 몰리기도 했고, 또 관음증 환자처럼 행동하기를 서슴지 않았던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 수천 수백만 개의 눈이 오직 두 사람만을 향해 있던 시절 두 사람의 모든 것이 낱낱이 벗겨졌다. 내 얘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는 것, 이런 심리도 넓은 의미에서 관음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TV드라마, 영화, 연극, 소설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타인의 생활을 엿보며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는 나도 관음증 환자일까?
엿보기의 카타르시스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처음 그댈 보았지~~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보이는 상대의 모습, 창문으로 우연히 본 그 어떤 것… 등등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사람의 가슴은 콩닥콩닥, 두근두근 떨리는 것을 넘어서 남모를 희열을 느낀다면?
“뭐, 저런 변태 같은 ××가 있어.”라며 당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질 터.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남의 사생활에 간섭을 하거나 남의 생활을 엿보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슬쩍슬쩍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그들, 단순히 훔쳐보기의 스릴이 짜릿짜릿 찌릿찌릿하기 때문일까?
흔히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을 관음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 관음증은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변형된 성행위를 즐기는 것으로서 다른 사람의 벗은 몸이나 성행위 장면을 몰래 반복적으로 보면서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말하며 보통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관음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관음증 환자는 주로 젊은 남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관음증이 일어나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지만 자라온 환경이나, 청소년기 잘못된 성의식, 성호르몬 장애 등 그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것이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박사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수적인 성문화로 인한 성에 대한 이중 잣대가 ‘성은 드러내놓고 양지에서 즐기기 낯 뜨거운 것’이라는 인식도 관음증 환자를 양산하는데 한 몫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음증의 폐해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서 머뭇거리는 아가씨 B씨. 화장실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불안하다. 일단 화장실 여기저기를 이 잡듯이 둘러본 후 볼일을 보러 들어간 화장실 문에 ‘숭숭’ 구멍이 난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또 화장실 천장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후에 일단 안심한다. 그리고 볼 일을 본다.
화장실 한 번 이용하는 데 너무 유난을 떠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몇 해 전, 공공화장실에서 자신을 엿보고 있던 변태를 만난 뒤로는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이 같은 사전조사 후에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고 한다.
이윤수 박사는 “어쩌다 한 번 호기심으로 남을 엿본 행동을 보고 관음증 환자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적절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관음증 환자는 주로 남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성적인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 전까지 주변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또 본인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의에 의한 치료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우려한다.
혼자 집안에서 조용히 훔쳐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을 넘어 여탕이나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 설치하거나 남의 사생활을 인터넷에 올려 익명의 다수들과 공유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 등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만한 소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관음증이 심할 경우 정상적인 성행위에는 관심이 없어 상대 배우자와의 성관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조금 더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폰섹스나 포르노 등을 통해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따라서 이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본인뿐 아니라 상대 배우자의 성적인 만족감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인의 자각 없는 치료는 불가능
관음증 환자 스스로는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관음증 환자의 치료는 본인이 자각할 때 비로소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태적인 성욕구가 감소하면서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관음증 치료는 “환자의 자각을 바탕으로 환자의 환경에 따른 상담치료가 주된 방법이되, 독신남의 경우 이성친구나 성적인 대상을 찾을 수도 있고, 성적인 취향을 바꾸려고 노력을 기울이거나 자신의 주된 관심을 취미 등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윤수 박사의 설명. 물론 경우에 따라 성욕 감퇴제 등 약물 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종의 엿보기 심리인 관음욕은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씩은 가지고 있다. 때문에 관음증도 개인의 취향이므로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하거나 그것이 사회의 통념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그것은 경계하고 주의를 주어야 한다.
이윤수 박사는 “일반적으로 야한 동영상 및 포르노를 보는 것을 관음증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또 그것으로 성적인 만족감을 얻는다고 해서 덮어놓고 관음증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것들을 개인의 성적취향이라고 방관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몰입을 하다 보면 그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아도 제일 가깝게는 상대 배우자에게 또는 주변에 알게 모르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