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달래한의원 김달래 원장】
한방에서 보는 옻의 효능
옻의 한약명은 건칠이다. 옻나무는 성질이 뜨겁고, 강한 알레르기 작용을 유발한다. 그래서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한방에서 사용을 기피하는 약재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옻이 많이 나는데 비해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런 부작용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꿈에 옻나무만 보아도 옻이 오르기도 한다. 어떤 정신과 의사가 쓴 글을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두드러기를 유발한 실례가 있다.
삼십대의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가 몹시 나빴는데, 시어머니 앞에만 가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진료중인데 며느리가 갑자기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면서 “아마도 밖에 시어머니가 왔나봐요.”라고 해서 웃으면서 무시했는데 점점 두드러기가 심해져서 진료실 문을 열고 확인해보니 정말로 시어머니가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물론 옻은 몸이 찬 사람의 정력보강, 소화장애, 아랫배 냉증, 여성들의 부인병에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옻을 사용할 때는 한의사와 상의해서 소량씩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2년 7월 3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옻닭을 먹은 171명 가운데 32%인 55명이 온몸에 발진과 물집이 생기는 전신성 접촉성 알레르기를 앓았던 것으로 발견되었다. 옻닭은 허약자나 속이 차가운 사람이 닭 속에 옻나무 가지를 넣고 삶아서 먹는데 주로 양기가 약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실제로 옻닭을 먹고 나서 효과를 느낀 사람은 전체의 7%인 것으로 밝혀졌다.
옻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처방은 익다산(益多散)이 있다. 이 처방은 상당히 과장되어 있으나 옻의 효과를 드러낸 처방 가운데 하나이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하나의 얘기에 지나지 않지만 시사하는 바는 있다.
익다산은 생지황, 계심, 감초, 백출, 말린 옻 5가지로 이루어진 처방이다. 어떤 사람이 30살이나 어린 부인과 살고 있었는데, 나이 80이 되어 정력이 약해지자 친척으로부터 이 처방을 받았으나 약을 먹기도 전에 병에 걸려 죽었다. 그 집에 ‘익다’라는 75세 되는 하인이 있었는데 병에 걸려서 허리가 굽고, 머리는 희고, 등을 구부리고 옆걸음으로 걷곤 했습니다. 부인이 하인을 불쌍히 여겨 약을 익다에게 주었는데, 20일이 지나자 익다의 허리가 펴지고, 백발은 검게 변했으며, 얼굴에 윤기가 돌아 30대의 남자처럼 보였다.
하루는 익다가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취하게 되었는데 2명의 하녀와 교접을 하였고, 마침내 그 부인과도 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며 2명의 아이를 낳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부인은 하인과 관계를 갖는 것에 수치심을 느껴 익다를 죽이게 되었는데 정강이를 꺾어보자 누런 골수가 가득했다고 한다.
옻은 성질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운을 잘 통하게 하여 뭉친 피를 풀어주고, 살균작용을 한다. 그래서 어혈로 인한 각종 증세와 월경이 멈췄을 때, 심하게 체했을 때 약으로 쓴다.
단 몸이 차고 맥이 느리거나 약한 사람은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주로 소음인 체질에 많고, 옻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는 경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름철에 옻이 좋다?
사람의 신체기능은 여름철이 되면 피부쪽 혈관을 넓혀서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온을 조절하고, 겨울이 되면 피부쪽 혈관에 혈류량을 줄여서 체온을 보호한다. 여름철에는 그래서 위나 장 같은 몸속의 장기들은 상대적으로 차갑게 되고, 차가운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배탈이 나고, 복통 설사를 하게 된다.
이럴 때 옻닭, 삼계탕, 보신탕 등의 양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력이 높아지고 몸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여름철 삼복더위에 옻닭과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을 먹게 되었다.
옻순으로 옻부침개를~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는 몸이 차고 아랫배가 냉할 때, 양기가 약한 사람의 보약으로 닭과 옻을 넣고 죽을 끓여 먹는다. 식용으로 쓸 때는 이처럼 반드시 닭과 함께 삶아 먹어야 하며, 용량은 1회 80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닭죽 이외에 몇 가지 음료로 개발되었다. 또한 봄철에 옻순을 따서 밀가루에 반죽해서 전을 부쳐먹기도 한다. 옻부침개는 두릅전이나 파전보다 구수하고 부드러워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잊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옻순은 4월 25일부터 5월 5일 이전에 장갑을 끼고 채취해야 하며, 순의 길이가 15Cm 이상 된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옻순에 들어 있는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은 공기 중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산화되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옻순은 길이 2~3Cm 정도 크기로 잘라서 차가운 물에 24시간 정도 담가 두었다가 건져내고, 응달에 약 3일 정도 말린 다음 부침개를 부쳐 먹으면 옻 탈 염려가 줄어든다.
옻이 잘 오르는 사람이라면?
옻나무의 잎, 껍질, 줄기 속에는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이 들어 있다. 약재로 쓸 때는 옻나무 껍질에 흠을 내서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수지를 모았다가 말려서 쓴다. 수지 속에 들어 있는 우루시올(Urushiol)은 페놀성 물질이고, 피부에 닿으면 옻이 올라서 피부가 부풀어오르고 가려운 피부염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목이 부어서 호흡곤란이 되기도 한다.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은 간경화나 고열, 피부자반, 오한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한다.
몸에 열이 많아서 더운 것을 싫어하고, 밥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는 사람, 옻 올랐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먹으면 안 된다.
일단 옻이 오르면 알레르기 치료와 동일하게 하면 된다. 가벼우면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취하면 되고, 심해서 호흡곤란이 오면 응급실에 가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옻이 올라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