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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섹스중독 & 섹스리스 어찌 하오리까?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강동우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

외화 ‘엑스파일’의 멀더 역으로 유명한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스스로 섹스중독증을 고백하고 재활원에 입소해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최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섹스중독 재활치료 소식도 알려졌다. 너무 밝히는 것만이 문제일까? 2007년 국내 유명 연예인 부부가 이혼소송에 휘말리면서 섹스리스 부부였음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일도 있다. 너무 굶주려도 문제라는 섹스. 쉬쉬하는 민감한 이야기를 속시원히 풀어본다.

PART 1 . “아니, 또 하자고?” 섹스중독증

사례 :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주부 서미현 씨(31세ㆍ가명)는 최근에 부부관계를 거부했다가 남편에게 손찌검을 당했다. 유독 섹스에 집착하는 남편 때문에 일주일 평균 20번 넘게 관계를 가져왔다. 남들은 신혼부부라 밤마다 깨가 쏟아지겠다고 부러워하지만, 그녀는 밤이 되는 것이 두렵다. 이제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흔히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중독자, 도박중독자, 약물중독자와 같이 ‘자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무절제하고 방탕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중독 중에도 섹스중독은 더 따가운 시선이 따라온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리나라에도 인구의 5% 정도가 섹스중독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동우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은 “섹스중독은 성적 충동을 억제할 수 없고 조절되지 않는 성과 관련된 과잉 욕구와 행동이 반복되는 상태”로 “단순한 쾌락 추구가 아니다.”고 밝힌다. 성욕이 유달리 강해서 섹스중독에 걸린다는 생각은 오해다. 개인차가 있지만 특정 중독현상이 있는 사람에게 다른 중독이 또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강동우 원장은 “섹스중독의 배경엔 밑 빠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소중한 사람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이를 양으로 채우려는 것. 중독자들의 정서를 보면 하나같이 자기 비난이 강하고 자책감이 많다.

자라면서 특정 성별의 부모에 대한 분노나 괴리감이 있을 경우나 일상적으로 정서불안, 열등감과 우울증이 심해 이를 풀기 위해 빠지는 경향이 있다. 조울증 환자는 기분이 급격히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순간에 섹스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과도한 성적 호기심이나 본인의 성기능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덮으려다가 성적 집착에 빠지는 일도 있다. 남자의 경우 성행위와 ‘강한 남성성’을 동일시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섹스중독 환자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섹스중독, 병인가?

미국 정신과의사들의 매뉴얼인 ‘정신병의 진단통계 매뉴얼(DSM)’에는 병으로 올라 있지 않다. 강동우 원장은 “그렇다고 방치하면 악화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중독도 그렇듯 작은 충동에 사소한 행동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과격한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중독도 처음부터 엄청난 돈을 쏟아 붓지 않지만 판돈은 금세 늘어난다. 섹스중독이 위험한 것은 자위중독을 제외한 섹스 대부분이 다른 사람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환자 본인의 문제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적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하려면 우선 중독에 빠지게 된 환자의 원인을 찾는다. 두려움, 불안, 우울증 등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고 심리치료를 진행한다. 환자가 평범한 성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우자와의 성관계 개선을 모색한다. 중독증상과 성충동이 심하거나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의 배경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환자의 증상과 원인이 다양해 치료기간이 제각각이고 재발률 편차도 크다. 강동우 원장은 “재발률을 줄이려면 정신과적 전문성과 성의학 전문성을 두루 갖춘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PART 2 .“뭐야, 그냥 자자고?” 섹스리스

사례 : 결혼 5년차 최성환 씨(37세ㆍ가명)는 침대에 눕자마자 등 돌리고 잠을 청하는 아내가 불만스럽다. 주말에라도 부부관계를 가져볼까 다가가면 피곤하다고 최 씨의 손을 치우는 아내. 평소 부부싸움도 없어 남들은 잉꼬부부인 줄 알지만, 이제 부부사이 같지도 않게 느껴진다.

2005년 한국성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50대 기혼 여성의 22.2%가 성관계 월 1회 이하인 섹스리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섹스리스 등 성문제로 이혼을 생각한 여성도 14.5%나 됐다.

강동우 원장은 “부부에게 있어 성행위는 두 사람 사이의 열정과 친밀감을 확인하고 강화시키는 필수요소”라면서 “섹스를 뺀 채 오누이같이 우정만 쌓는 부부는 행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성행위를 피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도 이에 따른 모멸감, 분노 등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불안정한 부부 사이는 두 사람을 넘어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에드워드 라우만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1965~1985년 출생한 이른바 ‘X세대’는 부모의 이혼을 많이 겪어 섹스리스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섹스 피하는 원인별로 해법 달라

치료는 원인에 따라 각각 다르다. 강동우 원장은 “섹스리스 중에는 배우자에게 감추거나 심지어 자신도 모르는 성기능장애가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말한다. 비만ㆍ당뇨 등으로 발기부전이나 조루에 빠진 남자들은 은근히 핑계를 대며 성행위를 피한다. 예전만 못한 자신의 성기능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걱정해 성관계를 미루는 것. 성기능장애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는 두 사람의 갈등이 성행위를 막고 있는 경우다. 이때 섹스리스는 드러나는 결과일 뿐, 실제문제는 둘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이다. 갈등 해결 없이 섹스만 요구한다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성기능장애가 부부의 불화를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불화가 성기능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강동우 원장은 섹스리스 해결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 한 가지를 당부한다. 장기간 섹스를 하지 않은 커플이 다시 성행위에 돌입할 때다. 오랫동안 거사를 치르지 않은 만큼 섹스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적절한 성적 흥분에 도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는 차라리 계단을 오르듯 다음 기회로 미룬다. 억지로 오르가슴에 집착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은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힘들거나 쾌감이 덜 하기도 하고, 여성은 부족한 흥분과 애액분비 부족으로 쾌감보다는 성교통만 따른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더 섹스를 기피하게 될 수 있다. 강동우 원장은 “단번에 완벽한 섹스를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집착하면 더 큰 화를 부른다.”고 경고한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섹스를 위해

정서상 섹스를 쉬쉬 하는 우리나라다. 강동우 원장은 “자연스러운 섹스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섹스는 뇌를 자극하는 운동이므로 노화나 치매, 건망증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동반하므로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자아 존중감, 자기애의 상승작용, 친밀감 등으로 얻는 정서적 안정이 삶에 활력을 준다. 강동우 원장은 “우리 몸은 늘 소통을 원한다.”며 “성적 문제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균형 있는 성생활로 건강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강동우 원장은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 보스턴 의대 성의학 연수를 마친 후 현재 부부 성의학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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