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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 궁금증 대해부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

사례1. H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김종훈 씨(38세·서울 강동구 상일동)는 2년 전부터 아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산다. 조루증으로 ‘고개 숙인 남자’가 된 탓이다. 국소마취제(일명 ‘칙칙이’)를 애용할 때마다 아내는 “감각이 둔해진다”며 불만스러워했다. 뱀과 사슴피까지 먹었지만 별 무소득이었다. 조루 스트레스로 발기부전이 생겨 급기야 정상적인 성관계가 불가능해졌다. 가끔 친구들이 술집에서 “오늘 아침 밥상이 진수성찬이었어….” “우린 신혼 못지않다”며 자랑할 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사례2. ‘취업 백수’에서 탈출해 당당히 대기업 신입사원이 된 정현수 씨(30세·경기 구리시). 그에겐 1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정씨는 여자친구가 ‘사인’을 보내도 데이트를 기피하는 ‘초식남’이다. 요즘은 결혼 후가 더 걱정이다. 나이가 6살이나 차이 나서 부담스럽다. “직장은 잡았지만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주지 못하는 내 처지가 한심해요.” 정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20~30대 환자 비율 25%→39%

조루로 고통을 겪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대한남성의학회가 지난해 4월 19세 이상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루증 유병률 조사 결과 자신을 조루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27.5%에 달했다. 50대 이상이 36.8%로 가장 많았고 40대(30.7%), 30대(24.6%), 20대(23.4%) 순이었다. 5분 내 사정하는 남성은 31.5%로, 이중 2.5%가 1분 미만이었다. ‘59초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이들이다. 대한남성의학회는 성인 남성 약 1700만 명 중 500만 명 이상이 조루 증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루증은 성관계 시 ‘성기의 질내 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IELT)’이 심각하게 짧다고 느끼고, 사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이런 문제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경우 진단되는 질환이다.

세계적인 성의학 전문가인 웰딩거는 조루 기준을 2분 미만으로, 세계성의학회(ISSM)는 1분 이내로 정의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한국 남성의 조루 유병률은 외국과 비슷하나 연령이 올라갈수록 조루증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판되기 시작한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는 어떤 변화를 가져 왔을까? 얀센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에 이어 ‘제2의 성혁명’을 일으킬 약물로 주목받았다.

한국얀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프릴리지 출시 이후 1월말 현재 7만여 명이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0대 환자 비율이 기존 25%에서 39%로 늘었다.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비뇨기과의원 2000여 곳을 대상으로 조루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초진환자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얀센측은 밝혔다.

김 교수는 “약에 대한 치료만족도가 비교적 긍정적”이라며 “발기부전처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습관이 안 돼 있어 환자들이 조심스럽게 먹는 편인데, 특히 젊은 환자들은 약물 의존성이 생길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정시간 1분 이하 남성, 만족도 높다

병원을 처음 찾는 조루증 환자는 프릴리지 1(3알)~2팩을 처방받는다. 김 교수는 “효과를 보이는 환자 대부분은 처음 복용 때부터 조루 증상이 개선된다.”며 “사정 시간이 1분 이하이던 남성들이 1~2분 사이 남성보다 약효와 만족도가 높다. 효과를 못 느껴 약을 중지할지 여부는 적어도 6회 이상 복용 후 판단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성관계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한 번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첫 복용에서 효과가 없던 환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2~3회 복용부터 효과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프릴리지는 세로토닌이 뇌의 사정중추에서 단기간 증가되도록 만드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해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조루는 중추의 과민성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릴리지 이전엔 중추에 작용하는 약이 없었다. 성기를 무디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피부과 수술에 쓰이는 마취제도 활용됐다. 한약제를 이용한 SS크림이라는 마취제가 개발되기도 했다. 중추 문제라는 게 알려지면서 다른 약도 사용됐다. 항우울제(SSRIs, MAOIs, TCAs), 진통제(트라마돌) 등이 조루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릴리지는 60mg이상 복용 시 부작용(오심 구토)이 심하다. 30mg 복용 시 효과가 없는 경우 60mg까지 늘릴 수 있다. 그 이상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하므로 권하지 않는다. 기립성 저혈압 환자는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이 혈관 확장 효과가 있기 때문에 빈혈 증세와 비슷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부 환자들은 프릴리지를 정력제처럼 성기능 강화를 위해 먹는 약으로 오인하거나 의사와 상의 없이 과다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약에 비해 치명적인 부작용이 적지만, 의사와 상의해 복용 여부와 용량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릴리지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닮은 점이 많아 ‘제2의 비아그라’로 불린다. 김 교수는 “두 약물이 각각 발기부전과 조루증 치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치료법에서 혁신을 이룬 첫 약제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중년 남성의 성 담론을 양성화시켰다. 프릴리지는 비뇨기과를 찾기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남성들이 병원에서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것으로 기대된다.

‘프릴리지 = 만병통치약’ 아니다

발기부전과 조루증은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다. 둘 다 성기능장애에 속하지만 조루증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길 수 없을 만큼 사정이 빠르게 일어나고, 발기부전은 발기 자체가 잘 되지 않아 성관계를 할 수 없다. 발기부전 환자는 약 200만 명에 이른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당뇨, 고혈압 등 성인질환과 관계돼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프릴리지는 조루증에만 효과가 있고, 발기부전 치료 효과는 없다. 다만 일부 조루증 환자들은 발기부전과 조루를 감별하지 못해 여태껏 발기부전 약만 먹다 프릴리지 복용 후 효과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발기부전과 조루를 함께 가진 남성들은 두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도 상관없다.

프릴리지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성기능 장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2차성 조루라고 부르는 다른 비뇨기계 질환으로 인한 조루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조루 증상이 사라진다. 이때 프릴리지를 먹으면 당장 효과가 있더라도 올바른 치료법은 아니다.

김 교수는 “조루로 다른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조루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더 많은 질환에 시달린다.”며 “조루 치료를 하면 건강 상태가 훨씬 개선되고, 부부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에 가기 망설이다 근거 없는 민간요법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루를 잘 이겨내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성 파트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편안한 마음으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는 곧 스트레스가 조루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조루증 예방을 위해 평소 침대에서 사정을 참거나 사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끝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강조했다.

김세웅 교수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학술상, 대한전립선학회 학술상 등을 받았다.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 대한전립선학회 협력이사 등을 맡아 진료 및 학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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