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
요즘 들어 짜증이 부쩍 잦아진 직장인 N 씨.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싫다.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서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도 “맞아, 맞아. 나도 저 기분 알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가? 혼자일 땐 부족함 없이 만족하면서도 남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진짜 이유, 그것은 바로 당신의 ‘욕심’ 때문 아닐까?
남보다 못나 보이는 건 ‘당신의 욕심 때문’
어느 가요의 노랫말처럼 더 비싼 침대에서 잔다고 더 좋은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더 비싼 시계 찬다고 시간이 더 남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들이 나보다 더 잘나 보인다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욕심’ 때문이다.
물론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 있는 욕심, 이럴 때 욕심은 “바라는 마음” 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의 실제적인 의미는 자기실력보다 시험을 더 잘 보고 싶은 학생,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이상적인 배우자를 꿈꾸며 나이만 먹어가는 노총각과 노처녀 처럼 “정당한 것 이상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욕심이 지나치면 병!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욕심을 “자기 노력의 결과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보통 우리가 지향하는 욕심에 대한 기준은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를 바탕으로 한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이다. 그것이 올바른 욕심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벗어난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욕을 부리면 반드시 나쁜 결과가 기다리게 되어있다. 알아들을 만큼 설명해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의 특징이다. 이런 경우 쓰디쓴 실패를 맛보는 결과를 봐야지만 자신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것을 인정한다.
박용천 교수는 “사람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욕심을 조절하게 되고 나름대로 욕심의 기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욕심이 지나칠 때 우리는 좌절을 맛본다. 그리고 몇 번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욕심이 노력하지 않고 바란 헛된 것이었다.”며 자연스럽게 욕심을 줄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지속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기꾼 등 범법자가 되어 법의 신세를 지거나 망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현실에서 욕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상 속에서라도 욕심을 이루려고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데, 보통 사람들은 잠자는 중 꿈속에서 그런 상상을 이루고 잠에서 깨어나면 현실로 복귀하지만 욕구를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은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꿈속의 공상에 빠져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는 ‘망상’의 상태가 된다.”라고 부연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도 망상과 현실의 중간단계에서 오락가락하며 욕심이 줄어들면 편하고, 욕심이 많아지면 괴로워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라고 덧붙인다.
내가 가진 마음, 욕심일까 정당한 대가일까?
“욕심내서 공부해라.”
“욕심 부리지 말고 해라!”
당신은 두 문장에 나타난 욕심의 의미에 대해 구분할 수 있는가? 단어만 보면 똑같은 ‘욕심’이라는 글자이지만 두 문장의 의미는 다르다.
전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하여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서 바라는 마음, 즉 소망을 갖고 목표를 세우라는 좋은 의미이다.
반면 후자는 “필요 이상의 바람을 버려라.”라는 뜻으로서 과욕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이다.
박 교수는 “어쩌면 우리의 불행은 욕심과 정당한 노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당한 목표와 지나친 욕심은 어떻게 구별할까? 그것은 현실을 얼마나 직시했느냐에 달려있다.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옳게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계획을 세운다면 목표는 이루기 힘들고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정당한 목표대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것이다.
부당한 욕심을 잠재울 ‘3단계 마음 훈련법’
누구나 있는 욕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잘 다스릴 줄 알고 어떤 사람은 잘 다스리지 못한다. 이는 천성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원인이 좌우한다.
어린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우 과자를 제시하고 과자를 지금 먹으면 그것 하나만 먹게 될 것이고, 5분 뒤 선생님이 다시 왔을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2개를 줄 것이라고 했을 때 감정을 잘 조절하는 아이는 2개의 과자를 먹을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1개의 과자를 먹을 수 있었던 외국의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듯 욕심을 제어하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주장이 있다.
또 하나는 환경이다.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교육과 학습에 의해 욕심을 제어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게 되는 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관계이다. 부모와의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통해 인간은 욕심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만약 자신의 천성과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도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어떤 문제도 언제나 그 해결책을 동반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신의 욕심을 잠재우고 싶다면…
♣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욕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행동으로 옮긴 후 후회하는 일이 많다. 박 교수는 “실제로 욕구가 치솟을 때 그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알 수 있다.”며 천천히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 당신의 욕구가 현실에 타당한가 판단하라!
어떤 욕구가 올라오는지 파악했다면 문제는 조금 더 쉬워진다. 자신의 욕구가 현실에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인지 판단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면 주위의 가까운 지인과 의논해 보자. 바둑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경기 흐름을 더 정확하게 읽듯이 오히려 자신보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 자신의 욕구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자신의 욕구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용천 교수는 의외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오히려 생각이 떠오르도록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세요.”라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 내가 이런 욕심이 있구나!’라며 그 욕심의 모든 것을 샅샅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때는 이것이 몹시 힘들고 괴롭지만 이것이야말로 욕심을 없애는 지름길”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어떤 때는 없어진 듯 잠잠하다가 어떤 때는 불쑥 고개를 쳐들고 다시 나타나지만 그럴 때마다 계속 떠올려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에 점점 그 강도가 약해지고 결국에는 별 것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