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감염내과 홍성관 교수】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흔했던 병! 바로 결핵이다. 후진국 병이라고도 불리는 결핵이지만, 우리나라는 ‘OECD 결핵 4관왕’이다.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다제내성결핵(여러 약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딘 결핵) 환자 수에서 모두 1위이다. (세계보건기구, 2012) 또한, 최근 몇 년간 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까지 결핵이 집단 발병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결핵 예방의 날에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인구 10만 명당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이는 것을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병이든 예방이 최선이다. 결핵주의보의 빨간불을 잠재울 결핵 예방 및 대처법을 알아보았다.?
결핵균에 감염되면 다 결핵 환자?
잘 알고 있듯이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감염된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감염내과 홍성관 교수는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비말핵)이 나오는데, 그 속에 들어 있던 결핵균이 공기 중에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이 호흡할 때 폐를 침범하고 이로 인해 폐결핵이 발생해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 결핵”이라고 설명한다.
결핵을 소위 폐병이라고도 하기에 폐결핵을 떠올리기 쉽지만, 결핵은 폐결핵 이외에 림프절 결핵, 결핵성뇌수막염, 복부 결핵, 속립성 결핵, 골 및 관절 결핵, 비뇨생식기 결핵, 결핵성 심낭염, 피부 결핵 등이 있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서 병이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결핵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전염성이다. 그렇다면 결핵균에 감염되면 다 결핵 환자가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홍성관 교수는 “결핵균을 함유한 비말핵이 폐에 감염된 후 바로 발생하기도 하고, 약 1~2년간 잠복 감염 상태로 있다가 결핵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약 10% 정도에서 결핵 질환이 발생한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잠복 상태에서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는 데는 각 개인의 선천적인 감수성과 면역력, 나이 등이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하기 쉽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다른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운동과 영양 섭취로 면역 상태 잘 유지해야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나 생기던 병으로 여겼던 결핵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중고교와 대학교 등에서 집단 발병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일명 ‘후진국병’이라는 결핵이 요즘 들어 다시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성관 교수는 “아직도 결핵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환경 공해문제, 젊은층의 각종 스트레스, 단체생활의 증가, 감염에 취약한 면역억제 상태 환자의 증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마도 과거에 높았던 유병률로 인해 아직도 잠복감염의 빈도가 높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학업 등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 불규칙한 식사나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잠복하고 있던 결핵균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고, 결핵에 걸리기 쉬운 환경인 밀폐되고 환기가 잘 안 된 강의실이나 교실, PC방 등에서 결핵균이 전염돼 집단 발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결핵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홍성관 교수는 “결핵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조기 발견과 격리, 그리고 적절한 치료”이며 “여기에 예방접종과 잠복결핵 감염인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결핵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또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해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해야 한다. 홍성관 교수는 “특히 각 개인은 평소에 꾸준한 운동을 하고, 적절한 영양 섭취를 통해 면역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하며,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럴 때 결핵을 의심하라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각혈 등이 결핵하면 떠오르는 증상들이다. 하지만 결핵은 크게 폐결핵과 폐외결핵(폐 이외의 장기와 조직에서 유발된 결핵)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폐결핵의 경우 |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도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이며, 그 외 체중감소·야간 발한·발열·각혈 등이 생긴다. 진행된 결핵이나 흉수를 동반한 경우에 호흡곤란이 발생하며, 결핵성 흉막염이 발생하면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결핵을 의심해보고 이에 대해 검사를 해야 한다.
폐외결핵의 경우 | 결핵균이 침범한 장기의 국소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국소 증상 중에서 감염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폐외결핵은 흉막, 림프절, 복부, 골 및 관절, 중추신경계, 비뇨생식기, 기도, 심낭 순으로 많이 발생하며, 이러한 장기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전신증상 중에는 발열이 가장 흔하고 전신 무력감·식욕부진·체중감소·발한 등의 증상이 있다.
치료제의 꾸준한 복용이 치료의 관건
“결핵은 약만 잘 먹으면 된다.”고도 하고 “결핵은 약 먹기가 고되다.”는 말도 있다. 홍성관 교수는 “결핵균은 다른 세균들과 달리 대부분의 항생제에 듣지 않고 치료 방법 또한 일반적인 세균 감염과 다르기에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가지의 항결핵제들을 적절히 병합해 정해진 기간에 꾸준히 복용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핵 치료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핵균이 항결핵제에 대해 약제 내성을 갖는 것이다. 약제 내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개 병합 치료가 아닌 단일 약제만을 복용하거나 적은 용량을 복용하는 경우, 그리고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등이다.
결핵균은 세포 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박멸이 쉽지 않다. 또한 항결핵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여러 약을 동시에 처방한다. 이렇게 처방한 약을 장기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결핵 증상이 호전됐다 싶어 임의로 약을 끊으면 결핵균이 여러 약제에 내성을 갖게 돼 치료는 더욱 더뎌진다.
따라서 결핵 치료 시에는 전문의가 완치 진단을 할 때까지 약을 끊지 말고 꾸준히 복용해야만 한다. 또한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약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약제에 의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홍성관 교수는 대한내과학회 우수 논문상을 받았으며, AIDS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감염관리실장, 감연내과장으로 감염내과에서 감염, 발열질환, 불명열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