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무한 (작가, 블로거 노멀로그 운영자)】
솔로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어장관리’일 것이다. 차라리 “안 생겨요.”를 외치며 연애에 실패하는 것은 술 한 잔으로 달랠 수 있지만 뭔가 잘 될 것 같으면서도 가까워지지 않고 멀어지지도 않은 채 희망고문을 당하는 것은 어정쩡한 위치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처럼 체인 빠진 자전거를 타듯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상황, 이제 정리해보자.?
PART 1. 그 여자의 어장관리서 깔끔하게 탈출법
어장관리를 당하는 솔로부대 남성대원이 있다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분명 딱딱한 마음을 녹이는 글이지만 그보다 먼저 가슴에 새겨 넣어야 하는 말은 바로 이 슬로건이다. “좋은 동생 많아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연애에서 먼저 반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먼저 반한다는 것’이 ‘맹목적인 헌신’으로 변했을 때 그 대가로 감당해야 할 시련은 너무 크다. 게다가 스토커와 별반 다름없는 집착으로 변했을 때에는 감당할 수 없이 일이 커진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래의 매뉴얼을 읽어보도록 하자.
유통기한이 지난 메시지는 지우자
“그녀가 분명 절 좋아했었대요. 그런데 제가 너무 늦어서, 자긴 마음을 접었다고 하네요.”
관계의 연장선을 어디서부터 그을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옛 메시지에 매달려 있는 것은 다 닳은 배터리를 갈아 끼우지 않은 랜턴 버튼만 만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짓이다. 예전에 아무리 큰돈이 들어있던 통장이라도 다 쓰고 나면 삼겹살 한 근도 살 수 없을 정도의 잔고만 남게 된다. 큰돈이 들어왔을 때의 예전 기록만 보며 자위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나 생각해주는 건 오빠밖에 없네.”
이 말에 또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말을 백 번 들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고객센터 상담원이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를 백 번 한다고 내일 당장 그 상담원과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에 다른 것을 채워라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적극 추천한다.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의 경우 온종일 그녀 생각만 하다 상사병으로 3개월을 보내기도 하고, 잠깐 쉬고 있는 경우 그녀에 대한 집착과 헌신의 마음도 커진다. 연애는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과 사귀지 못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커져 있을 경우, 문자를 보내놓고 답문이 올 때까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거나 뭔가 이상하게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해도 구애의 몸짓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마음에 그 사람이 가득 차서 숨도 한 번 크게 들이쉬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숨 잘 쉰다. 하루하루 혼자 상상해내고 만들어낸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마음의 집에서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들을 해주는 것은 그녀가 마음의 집에 들어오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녀도 오지 않았는데 혼자 음식부터 해놓고 조급해한다면 스스로 지치게 될 것이다.
PART 2. 그 남자의 어장관리서 통쾌하게 탈출법
보낸 문자는 먹어버리더니 지가 전화하면 수다 떠는 남자
이러한 부류의 어장관리자들에게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은 그와 함께 있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는 그가 정말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사람처럼 그 만남이나 연락 이후 이쪽에서 먼저 그에게 대화를 요청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그는 왜 지 맘대로 당신의 마음에 들락날락하는 걸까?
가장 원초적인 답을 먼저 적자면 그냥 ‘심심해서’라고 할 수 있다. 버스 안에서 마땅히 볼 책이나 휴대기기도 없고 지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다 보니 당신이 걸렸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말 바빠서 연락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굳이 답장이 없어도 될 만한 문자를 보내놓고 이쪽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따끔하게 그의 그런 행동에 대해 환기를 시키는 것이다. 대충 얼버무리며 어깨동무하고 넘어가고, 유야무야 ‘지금 뭐해?’ 같은 문자로 영업하는 분위기를 풍긴다면 그 부분을 꼬집어야 한다. 머리 싸매고 ‘이식히 뭐지?’라고 해봤자 바뀌는 것 없다. 음흉한 마음을 먹은 상대일수록 오픈하는 대화법에는 쩔쩔매기 마련이다.
남자는 다 늑대라고 스스로 말하는 남자
최근들어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쿨하다.’ 또는 ‘자유가 좋다.’며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연인처럼 스킨십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싶다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현상에 대해 ‘야동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쉬다 갈까?”라며 어둑한 곳으로 손을 이끄는 것과는 달리 좀 더 진화한 형태로 “어두운 곳에 가면 너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니 가지 말자.” 따위의 대사를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의 대답을 읽고자 떡밥을 던진다는 얘기다.
일례로, “여행갈까?”라고 떡밥을 던진 뒤 상대의 대답을 듣고 “그럼 1박2일로 가는 거다.” 따위의 유도심문을 한다는 얘기다.
물론 사귀는 경우라면 자연스러운 대화일 수 있지만 다 생략하고 무작정 입부터 맞추자는 것은 아무래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일이다. 그의 말이 진심을 고백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그저 달콤함만 내밀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밀고 당기기라는 착각을 버려라
어장관리를 당하는 솔로 여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그의 무관심이나 연락 없음마저도 밀고 당기기로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반한 상태에서 자존심까지 버린다면 그건 그냥 쉬운 여자가 되는 것이지 밀고 당기기의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장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 그의 행동, 표정, 눈빛 모든 것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관계로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하겠지만 이제 그만해도 좋다. 사귄다는 것은 둘이 손을 반씩 내밀어 맞잡는 것이지, 내밀었다 뺐다 하며 약 올리는 장난이 아니다.
특히 여중-여고-여대를 거쳐, 남자를 1g도 찾아볼 수 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솔로여성들은 편의점 사내의 장난스런 멘트에도 ‘이식히 나한테 작업 거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거 아니다.
‘쉬운 여자’와 ‘나쁜 여자’가 있다면 ‘나쁜 여자’가 되는 편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왜 ‘쉬운 여자’와 ‘어려운 여자’가 아니고 ‘나쁜 여자’냐고? 남자들이 말하는 ‘나쁜 여자’는 ‘착한 여자’의 반대가 아니라 ‘어려운 여자’의 다른 말인 까닭이다.
무한님은 2003년 <케이군 이야기>를 필두로 인터넷 작가가 됐다. Daum 베스트 카페테리안, 드림위즈 베스트 작가 등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2009년 ‘무한의 노멀로그(normalog.com)’를 오픈한 그는 베스트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다 독자를 보유한 블로거인 노멀로그에는 한 달 평균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접속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솔로부대 탈출 매뉴얼>(경향미디어 刊 ) 중의 일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