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21세기병원 신경외과 이규석 박사】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도 많이 든다? 바로 척추질환 이야기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공개한 ‘본인부담상한제와 산정특례 효율적 통합방안’ 보고서를 보면 연소득 10% 이상을 병원비로 쓴 가정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쓴 질병은 척추가 휜 병, 강직성 척추염, 등 통증 등 척추질환이었다. 이와 더불어 허리디스크도 진료비 지출이 높다고 나왔다.
또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0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입원의 경우 요추 및 추간판 장애(디스크)가 건강보험 보장률(환자의 전체 진료비 가운데 환자 자신이 내는 비용과 비급여 항목을 빼고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비 비중)이 40.7%로 가장 낮았고, 척추 관련 질환도 54.5%에 그쳤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가 내는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대로 못 움직여 불편하기는 짝이 없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병원비도 비싼 척추질환은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그 자세한 방법을 알아본다.?
여기저기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목아!’ 왜?
척추는 우리 몸의 대들보요, 기둥이다. 몸의 중심을 버티고 있을 뿐더러 척추를 타고 갈라진 신경은 팔과 다리로 뻗어나가 우리가 사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척추 곳곳에 문제가 생기면 온몸이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목, 등, 허리뿐 아니라 어깨, 팔, 손가락, 허벅지, 발목 등까지 영향을 미쳐 앉는 일, 걷는 일, 대소변 제어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1세기병원 신경외과 이규석 박사는 “일단 한 번 척추질환이 생기면 그 통증을 잊지 못해 좋아하는 운동이나 활발한 활동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척추를 평생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척추 건강은 삶의 질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지만 의외로 목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57명에게 고질병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무려 33%가 허리통증이 있다고 답했고, 다음으로 손목·목·무릎 통증 및 관절염(29.9%)을 꼽았다.
이규석 박사는 “청소년기 때부터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있고, 활동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척추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먹고 살기 바빠서 운동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또한 세상은 걷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점점 편해지고 있다. 운동하지 않고, 나쁜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이 오래 반복된다는 것은 곧 척추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탈 많은 목뼈와 허리뼈
척추는 목뼈, 등뼈, 허리뼈, 엉치뼈, 꼬리뼈로 구성된다. 그중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곳은 목뼈와 허리뼈다. 목에는 젊은층에서는 거북목증후군, 중·노년기에는 목디스크(경추 수핵 탈출증)가 잘 생긴다.
허리는 목과 달리 젊은층에서는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잘 생긴다. 중년 이후로는 허리 부위 척추의 구멍(요추강)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요추강협착증, 퇴행성변화에 의해 척추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흔하게 생긴다.
이규석 박사는 “이러한 질환들은 각 질환마다 증상과 원인 등이 달라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깨뼈 통증이 심하거나 한쪽이나 또는 양쪽 팔이 심하게 당기거나 저릴 경우 ▲숟가락, 젓가락질을 못할 정도로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경우 ▲다리가 심하게 당기고 저릴 경우 ▲10~20분 이상 오래 걷지 못하는 경우 ▲허리 통증이 심한 경우 ▲ 다리의 힘이 빠지고 감각이 이상해지는 경우 등이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생~척추를 튼튼하게 만드는 생활습관 7가지
다른 근골격계와 달리 척추는 퇴행성 변화, 즉 노화가 빠르다. 생활습관이나 자세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춘기 이후부터 허리디스크가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젊든 나이가 많든 척추를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걷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다면 말이다. 평소 척추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똑바로 앉아라!
바로 앉아 있는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 앉을 때는 서있을 때보다 허리의 하중을 50% 정도 더 받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90도로 허리를 펴고 앉는 게 좋다고 했지만 요즘은 권장 자세가 바뀌었다. 이규석 박사는 “90도로 앉으면 긴장이 되므로 100~110도로 등을 기대고 등받이에 엉덩이를 붙여서 앉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한 맨바닥보다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척추를 위한 좋은 습관이다.
2. 벽걸이 TV와 태블릿 PC를 조심하라!
벽걸이 TV를 볼 때는 목을 쭉~빼고 화면을 올려다 본다. 또한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죄인처럼 목을 깊이 숙이고 본다. 두 가지 다 목뼈를 병들게 하는 나쁜 습관이다. 화면을 볼 때는 눈높이에서 10도 정도 아래로 놓고 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준다.
3. 엎드려 자지 마라!
엎드려 자는 것은 허리와 목에 무리를 줘서 척추 건강에 해롭다. 또한 허리가 아프면 무릎 밑에 쿠션을 깔고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운동은 양쪽 운동을 해라!
이규석 박사는 “허리에는 몸의 한쪽을 쓰는 운동이 아닌 걷기, 수영(배영, 자유영), 등산 등과 같이 양팔, 양다리를 함께 쓰는 운동이 좋다.”고 설명한다. 척추에 있는 디스크는 위에서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옆으로 비트는 힘에는 약하다. 따라서 야구, 골프, 테니스 등 옆으로 비트는 운동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허리 근력을 충분히 키워 놓고 해야 한다. 그래야 부상을 예방하고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5. 담배는 당장 끊어라!
이규석 박사는 “담배는 뼈에 쥐약!”이라고 강조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뼈에서 디스크로 가는 영양분 전달을 차단한다. 디스크는 원래 젤처럼 말랑말랑하고 색깔도 하얘야 정상이지만 담배를 많이 피우면 디스크가 과자 부스러기처럼 탈수가 되어 노래지고 심하면 검게 변한다. 담배는 지금 바로 끊어야 한다.
6. 쪼그려 앉지 마라!
쪼그려 앉아서 빨래를 하거나 일을 해도 척추에 부담을 준다. 가급적이면 쪼그려서 하는 일은 하지 말고 어쩔 수 없다면 중간 중간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자주 해준다.
7.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라!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고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배나 팔에 살이 붙을수록 척추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살이 찌면 디스크, 허리 통증 등이 생기기 쉽다. 이규석 박사는 “비만이라면 식이 조절과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하고, 너무 말라서 허리 근력이 떨어졌다면 평소에 허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똑똑한 허리 디스크 수술 접근법>
허리 디스크는 수술이 꼭 필요한 질환이 아니다. 이규석 박사는 “수술이 필요한 디스크 환자는 10명 중 2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4~6주 정도의 보존치료 경과를 지켜본 다음 필요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존적인 치료란 휴식, 운동, 약물치료, 물리치료, 신경성형술 등이다. 디스크 수술이 당장 필요한 경우는 통증이 극심해서 잠을 못자고 강한 진통제로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을 때, 진행성 마비가 있을 때, 대소변 장애가 있을 때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스크 환자들이 많아지고,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을 권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술은 대부분 보험 적용이 안 되어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규석 박사는 “디스크 진단을 받고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병원을 한 군데만 갈 것이 아니라 최소한 2~3군데를 가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과도한 병원비 지출을 막고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규석 박사는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 21세기병원 의무원장이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척추전방전위증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