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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간경화 이겨낸 권정기 씨 체험담

2010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행복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꾸준한 관리만이 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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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에서 간경화, 그리고 간암…. 간염이 두려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면서 목숨을 앗아가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러한 진행을 차단하는 것이다. 만약 그 방법이 궁금하다면 권정기 씨(38세)의 사연에 관심을 가져보자.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B형 간염과의 끈질긴 악연. 설상가상 간경화로 진행되면서 삶의 고비고비에서 참으로 힘든 세월을 살아낸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오늘은 웃는다.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 노하우는 과연 뭐였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헌혈을 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B형 간염 보유자로 나왔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족력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B형 간염 보유자였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별다른 증상도 없었고, 그런 병이 있나보다 했다.

그러나 고 3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학 입시 관문을 뚫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무리를 해가며 공부를 했다. 그런 때문이었을까?

대학 합격은 했지만 권정기 씨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간수치가 1000단위까지 올라가는 극도의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걱정이 됐다. 그래도 버텼다. ‘어떻게 들어온 대학인데….’ 이를 악물고 학교 수업을 받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못했다. 그해 5월 눈물을 머금고 휴학계를 냈다. 병원에 가 봐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무조건 쉬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처방해준 것이 소화제였어요. 간염이 있으면 간세포가 많이 파괴되면서 간이 붓습니다. 그렇게 되면 위장을 압박하게 되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주로 소화제를 처방해주죠.”

소화제 처방을 받고 아픈 몸을 이끌고 고향 포항으로 내려간 권정기 씨.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소화가 안 되니 잘 먹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더럭 겁이 났다. ‘이러다 간세포가 모두 파괴되어 죽는 건 아닌가?’ 하는 극도의 불안감도 엄습했다. 무엇보다 한창 나이에 간염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은 그를 더욱 옥죄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 좋다는 한약을 다 써 봐도 별 차도를 보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분이 권해준 것이 있었다.

“녹즙이었어요. 자기 딸이 녹즙을 갈아먹고 죽을병에서 되살아났다며 한 번 먹어보라고 그러더군요.”

귀가 솔깃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우선 녹즙기부터 샀다. 그리고 녹즙 재료를 구했다. 신선초, 케일, 돌나물, 민들레, 비트, 쑥으로 녹즙을 갈아서 먹기 시작했다. 하루 세 번 식전에 꼭꼭 마셨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권정기 씨는 깜짝 놀랐다.

“이상하게 몸이 가뿐해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으니까요.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황달기로 누렇게 뜬 얼굴은 점점 제 색깔을 찾기 시작했고, 밥도 잘 먹게 되면서 몸무게도 정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살맛이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실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세 번 신앙처럼 녹즙을 갈아 마셨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그의 몸은 다시금 건강을 회복했다. 간수치도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비활동성 간염 보유자로 통보를 받던 날, 그는 복학신청을 했다. 그것은 1992년, 그의 나이 스물한 살 때의 일이었다.

복학,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시련

건강을 되찾으면서 새롭게 시작된 대학생활. 하지만 그 행복은 길지 않았다. 대학 4학년 졸업반이던 시절,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무리한 탓이었다. 또다시 건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갑자기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오줌에 붉은 피까지 섞여 나오자 부랴부랴 병원에 갔습니다.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했더니 간수치가 또다시 1000단위로 치솟아 있더군요.”

나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신학대학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픈 몸을 이끌고 공부를 했고, 바라던 신학대학원에 진학은 했지만 곧바로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만신창이가 된 몸.

“그때 불현듯 떠오른 것이 녹즙이었어요. 살만해지자? 주방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녹즙기를 꺼내서 다시금 녹즙을 짜기 시작했어요.”

녹즙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년 정도 꾸준히 실천했을 때 그의 몸은 다시금 건강해졌다.

“녹즙만 들어가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이 회복되다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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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진단을 받고…

몸이 회복되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권정기 씨.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기에 녹즙을 짜 먹을 수 없는 여건이 못내 아쉬웠지만 믿었다. ‘하나님이 지켜주시니까 이젠 다시 간수치가 올라가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런 덕분이었을까? 무사히 신학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전임전도사로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생활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종종 새벽기도회도 인도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문득, 오른쪽 옆구리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대개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푹 쉽니다. 그런데 며칠을 푹 쉬어도 묵직한 통증이 가시지 않는 거예요.”

은근히 걱정이 됐다. 두려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찾은 병원…. 그런데 초음파를 찍어본 의사가 이상한 말을 했다. 간경화 초기 같다는 진단을 내렸던 것이다. 초음파상 간이 거칠어져 있고, 혈소판도 적고, 비장도 비대돼 있다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해 본 일이었다.

“간경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 죽었구나.’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간경화는 술을 많이 마시면 오는 증상인 줄 알았지 B형 간염으로도 간경화가 될 수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요.”

자신의 무지를 탓해 봐도, 자신의 안일함을 탓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간경화 진단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돼 있었고, 병원에서 해줄 일도 별로 없었다.

암담한 현실, 방법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예고돼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권정기 씨가 또다시 붙잡은 것이 있었다. “녹즙이었어요. 건강이 회복되면 마음이 느슨해져서 그만두고, 그만두고 했었는데 그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회 주방 귀퉁이에서 녹즙기를 돌렸어요. 심지어 명절날 집에도 가지 않고 교회 주방에서 녹즙기를 돌리며 녹즙을 짰습니다.”

다시금 실패는 없다!

간경화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라 다시금 시작한 녹즙. 몇 년 꾸준히 하자 오른쪽 옆구리의 묵직한 통증도 점점 없어져 갔다. 다시금 살만해졌다. 검사 결과 간도 많이 매끈해져 있다고 했다. 또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목사 안수를 받고 더 바삐 살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난 2008년 6월 어느 날 아침, 권정기 씨는 깜짝 놀랐다.

입안에 흥건히 피가 고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잇몸에서는 쉴새없이 피가 났다. 또다시 시작된 건가?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른쪽 가슴에 다시금 나타난 묵직한 통증은 며칠을 쉬어도 풀리지 않았다.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대변색이었다. 회색변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어요. 그런데 혈소판이 9만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소리 없이 간경화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녹즙을 멀리하며 지낸 5년 세월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이때부터 그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철저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목숨 걸고 실천했던 식이요법은 다음과 같다.

* 하루 세 잔 녹즙 마시기
권정기 씨는 말한다. 녹즙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치료제라고. 무엇보다 간세포의 재생에 도움이 되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해주므로 간을 살리는 생명의 즙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하루 세 번 식사 전에 꼭꼭 녹즙 한잔씩을 마셨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신선초, 미나리, 케일, 돌나물, 비트, 쑥 등으로 즙을 짜서 한 번에 250~300cc 정도를 마셨다고 한다.

* 하루 두 번 콩즙 마시기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하루 두 번 콩즙 마시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콩즙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믹서기에 삶은 콩과 저지방우유를 넣은 후 갈아서 하루 두 번 식간에 마셨다고 한다.

* 현미잡곡밥 먹기
흰밥 대신 현미와 콩에 각종 잡곡을 섞어서 만든 잡곡밥을 하루 세 끼 먹었다.

* 달인 물 수시로 먹기
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가시오가피, 구기자, 오미자, 대추, 운지버섯, 황기를 넣고 달여서 물이 먹고 싶을 때 물 대신 꾸준히 마셨다고 한다.

그 덕분이었을까? 철저한 식이요법을 시작하고 15일이 지나자 회색변이 누런색으로 바뀌었다. 몸 상태도 서서히 호전되면서 가벼워졌다. 그래서 더 열심히 실천했다. 교회에 갈 때도 녹즙과 콩즙을 짜고 갈아서 냉온병에 담아 갔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팩으로 싸서 갈 만큼 온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제법 몸이 살만해지자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초음파상 간경화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혈소판도 15만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잇몸에 피도 안 나고, B형 간염은 비활동성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그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기쁜 건 수년간 그를 괴롭혔던 꽉 누르는 듯한 오른쪽 옆구리 통증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기분 나쁜 압박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권정기 씨. 그는 믿고 있다. 그것은 분명 지금껏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철저한 식이요법 덕분이라고. 그래서 오늘도 더 열심히, 더 정성껏 녹즙을 마시고, 콩즙을 먹고, 달인 물도 마시며 현미잡곡밥을 먹는다.

그러면서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간질환에 대한 공부다. 책도 읽고 논문도 보면서 다양한 간질환 정보를 습득하는 데 열심이다. 특히 이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사랑커뮤니티’라는 네이버 카페도 개설, 간질환 식이요법과 최신 간질환 정보를 올리고 있다.

개설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회원수가 1900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기쁘다는 권정기 씨.

그는 말한다. 간염은 절대 완치는 없고 극복만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오늘도 해이해지는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무질서해지려는 생활에도 제동을 건다. 꾸준한 관리만이 간염을 극복하는 지름길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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