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활성산소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과거엔 활성산소, 즉 프리라디칼(free-radical)이라 하면 전문가들만이 아는 용어였지만 지금은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많은 질병에 이 단어가 빠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질병·질환의 원인이 활성산소라고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화학물질의 범람 속에서…
흔히 유해산소라고 불리는 활성산소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체내 유해세균을 공격해 없애는 살균력이 뛰어나며 다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과다 생성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오늘날 우리들의 주위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반듯한 건축물과 콘크리트, 아스팔트길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초점을 건강에 맞춘다면 문제가 많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무한 편리함을 안겨다 주었지만 역시 초점을 건강에 맞춘다면 없어져야 할 도구다.
대기오염을 부채질하는 공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도시에서 매연과 미세먼지, 농촌에서 농약과 화학비료·제초제, 그리고 바다에선 수은·납 등의 중금속 오염과 방사능 오염 등 주위환경은 온통 위험천만의 물질들뿐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화학물질이다. 우리 생활의 편리와 편익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우리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활성산소를 과잉 생산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 스트레스가 겹치게 되면 심각한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즉 세포막과 DNA가 손상돼 암·뇌졸중·당뇨병을 비롯한 만성퇴행성 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항산화 생활의 3가지 원칙
항산화 생활이라는 것은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주거나 혹은 발생하지 않게 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방법은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신적인 측면이다. 만 가지 질병·질환은 내 마음 안에 있다. 그만큼 마음의 상태, 심리상황 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심의(心醫)를 최고의 의사로 평가하는 것은 질병 치료에 있어서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평정, 평안, 평온상태가 되면 면역력이 증강될 뿐만 아니라 체내의 호르몬 등 다양한 물질이 활성산소량을 조절하여 질병이나 질환 상태로 들어가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첫 번째 과제가 마음 챙김 프로그램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요가, 명상, 체조, 여행 등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최고의 명약은 나눔, 베푸는 것이다. 봉사활동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둘째는 물질적인 측면이다. 필자는 대개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밥상을 주로 언급한다. 밥상차림에 신경을 써서 다양한 항산화 물질을 체내 공급하면 비록 활성산소가 과잉 생산된다 해도 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럼 식품 속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SOD(생리활성효소)가 항산화물질이다. 그런데 이 물질은 나이가 들면서 생성량이 줄어들며 결국엔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결국 외부에서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물에 함유된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는 카로티노이드, 유황화합물, 폴리페놀류, 비타민류 등이 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C·E가 항산화 비타민으로 분류된다. 키위, 딸기, 레몬, 파슬리 등에 비타민 C가 많다. 비타민 E는 장어, 참기름, 올리브유, 아몬드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색이 진한 채소·과일에 많이 함유된 물질이 카로티노이드다. 당근, 시금치, 호박, 브로콜리 등에 함유된 α·β-카로틴, 토마토와 수박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 고추의 붉은 색소인 캡사이신 등이 대표적인 카로티노이드로 분류된다.
유황화합물은 자극적인 맛과 향이 어우러진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식품이 마늘, 양파, 양배추, 파, 무, 순무, 브로콜리 등이다. 이들 식품엔 대체로 휘발성 방향물질이 함유돼 있으며, 이것이 가장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분류된다. 항산화작용에 의한 항암식품의 으뜸으로 마늘을 지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생마늘을 갈았을 때 생성되는 휘발성 물질(유황화합물)이 암 예방 효과가 있으며, 이를 가열했을 때 2차로 생성되는 물질을 ‘아오엔’이라고 하는데 이 물질은 동맥경화 예방에 유효하다.
플라보노이드를 포함하는 폴리페놀류도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꼽힌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가지와 적포도주의 안토시아닌, 녹차의 카테킨, 울금과 강황의 커큐민, 양파와 사과의 퀘르세틴, 대두와 더덕, 인삼의 사포닌, 생강의 시네올, 메밀의 루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밖에 항산화 물질은 아니지만 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물질은 많다. 발암유전자 작용을 억제하는 리모닌이란 성분은 감귤류에 많은 테르페노이드계 물질이다.
비타민 E와 함께 섭취하면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셀레늄은 곡류와 버섯, 마늘, 어패류에 많이 함유돼 있다.
리그닌, 이눌린, 키틴·키토산 등의 불용성 식이섬유는 채소, 곡물, 과일, 새우, 게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항암물질이다. 펙틴, 만난, 알긴산, 후코이단등의 수용성 식이섬유도 채소, 곡물, 과일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항암물질이다.
유전자 손상을 예방하는 엽록소까지 포함한 이런 물질들은 직·간접적으로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암 치료 시에도 이런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 중심의 밥상을 차릴 것을 권하고 싶다.
셋째는 물리적인 측면이다. 운동으로 대표되는 물리적인 측면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흔히 건강하게 살려면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한다.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라고 하는 메시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운동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 아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건강한 운동은 주로 유산소 운동이다.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나 호흡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 모두를 제한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아주 많이 발생시키는 운동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이 중요하다. 가벼운 조깅을 한다거나 산책을 하고 체조를 하고 들숨날숨 호흡법을 익혀 적용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항산화 생활로 세 가지를 지적하였다. 오늘날 질병·질환의 90%가 활성산소 과잉 생성에 따른 것이라는 보고는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암·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환, 아토피, 파킨슨병, 당뇨병, 뇌졸중 등을 예방하려면 항산화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암이 먼 나라에서 먼 이웃, 이제는 가까운 이웃에서 우리 가족에까지 침범하였다. 내 이웃, 내 가족의 문제가 되었으니만큼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평소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중심으로 밥상을 차려서 먹고, 이웃과 내가 즐겁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며, 적절하게 활동하면 그것이 최상의 항산화 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공식품을 최대한 줄이면 된다. 특히 육류 가공식품은 더 신경을 써야 하고, 밥상에서 화학물질(첨가물 포함)을 추방하는 노력만 적극적으로 해 나간다면 여러분은 충분히 항산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