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짱, 몸짱에 이어 이제는 ‘뇌섹’이 뜨고 있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뜻하는 ‘뇌섹남’이라는 신조어가 방송을 타더니 이제는 ‘뇌섹 시대’라며 두뇌를 계발하는 문제를 푸는 예능이 생길 정도로 ‘뇌섹’이 유행이다. 매일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해석하고 활용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상의 상태에서 두뇌를 활용하는 능력은 든든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뇌섹’이 뜨는 이유와 현대인의 뇌를 섹시하게 해줄 뇌 건강 관리법을 알아보았다.
뇌가 섹시하다?
‘뇌섹’은 ‘뇌가 섹시하다.’는 뜻이다. ‘똑똑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개성이 뚜렷한 남자’를 의미하는 ‘뇌섹남’에서 시작해 이제는 ‘뇌섹 시대’‘뇌섹녀’‘뇌섹 중년’‘뇌블리’등의 파생어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뇌섹’이 뜨는 이유, 뇌섹에 관심이 쏠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비만과 스트레스,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은 뇌섹에 대해 “얼굴, 몸매 등의 외적 매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이 가진 지적인 매력과 고유의 능력이다.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장점을 부각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바로 뇌섹인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흔히 ‘현대인은 이기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현대인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생각에 휩쓸리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많다. 비록 외모가 매력적이고, 스펙 또한 훌륭할지라도 결국 자신을 버리고 남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기에 급급하고, 혼자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고 생각하거나 결정을 내려 본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
유은정 원장은 “이렇듯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며 존재감 없는 삶을 살아온 현대인에게 ‘뇌섹남’이 워너비가 되는 것 같다. 즉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고유의 색깔을 되찾고 싶은 열망이 ‘뇌섹’이라는 단어에 열광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남의 눈치나 요구에서 벗어나지 못해 원치 않는 인생의 결정을 내려온 사람들에게 생각 깊고 개성 있는 사고로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자존감 높은 사람(뇌섹인)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뇌를 섹시하게?!
얼짱, 몸짱에 이어 뇌섹이 뜨는 것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에 이어 지적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몸매가 착하다.”는 말이 몸매가 좋다는 의미이듯 “뇌가 섹시하다.”는 간단히 말해 ‘지적이고 생각과 사고가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어느 정도 총명하고 명석한 두뇌가 뒷받침되겠지만, 단순히 지능이 높은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 것이다.
뇌섹남으로 꼽히는 이들에는 김갑수, 손석희, 김태훈, 유희열 등이 있다. 뇌섹남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낸시 랭은 “뇌섹남은 똑똑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 주변 사람의 문제도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서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를 뇌섹남으로 꼽았다.
또한, 뇌섹남으로 불리는 이들도 뇌섹을 설명하는 데 있어 지적 능력과 함께 배려, 사려, 유머 등을 꼽는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뇌섹인이란 지적인 능력에 따뜻한 인간미까지 갖추어서 자신의 능력을 자기만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뇌가 섹시해질 방법은 뭘까?
유은정 원장 역시 뇌섹남으로 김태훈 씨를 꼽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뇌가 섹시해질 방법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유은정 원장은 “개인적으로 볼 때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는 바쁜 일상에서도 ‘개인 시간’을 의도적으로 챙기는 사람이다. 하루를 쫓기듯이 사는 사람이 어떻게 섹시할 여유가 있겠는가? 혼자서 사색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지적일 수가 있을까? 혼자서 놀 줄 모르는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라며 여유와 휴식과 놀이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도 뇌섹인? 뇌섹인 따라잡기 8계명
현대인은 바쁘다. 할 일이 많다. 그래서 현대인의 뇌는 온종일 멀티태스킹에 혹사당하고 있다. 섹시한 뇌를 위한 여유나 휴식 등을 챙기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또한,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문자를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게임이나 앱 쇼핑을 한다. 제대로 쉬는 방법에 영 미숙하다. 섹시한 뇌는 뇌를 너무 혹사하지 않는 것, 즉 여유와 휴식 그리고 놀이 등이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뇌섹인 따라잡기를 시작해보자.
1 푹 잘 자기
컴퓨터도 장기간 켜두면 뜨거워지고 과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반드시 전원을 꺼주어야 한다. 기계도 이러할진대 우리 뇌는 어떨까? 두말하면 잔소리! 뇌 또한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유은정 원장은 “뇌의 휴식은 숙면”이라고 말한다. 너무 늦지 않은 밤 10~11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하루 7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 잠이 부족할 때 낮에 30분 이내의 낮잠을 자면 피곤도 사라지고 집중력이 회복된다.
2 틈틈이 멍하니 있기
시쳇말로 ‘멍 때리기’라고도 하는 멍하니 있기는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아이가 멍하니 있으면 좋지 않게 여겨 혼내곤 했다. 하지만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겐 오히려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멍하니 있는 것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멍하게 있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IQ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유은정 원장은 “몸의 이완이 근육 스트레칭이라면 정신의 이완은 멍 때리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멍하니 휴식을 취할 때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트(휴지 상태 네트워크 DMN, Default Mode Network)라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때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되고 뇌는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한다. 또한, DMN이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생기고 특정 수행 능력도 향상된다. 유은정 원장은 “55세 미만에서 자꾸 깜빡깜빡하거나 기억력이 예전과 달라졌다면 치매라기보다는 뇌를 우선 (멍하니) 쉬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3 뇌를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 만들기
뇌를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 즉 깜짝 이벤트(예상치 않은 즐거운 일)를 만들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같은 길로 퇴근한다면 때론 다른 길로 가본다거나 귀가 전에 직장에서 지친 뇌를 식힐 겸 한강둔치나 집 근처 공원에 들러보자. 심호흡을 하고 햇볕을 쬘 수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유은정 원장은 “이때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비타민 D가 생성돼 평온한 마음으로 휴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4 자기만의 취미와 놀이 찾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바로 대답하기 어렵다면 이번에 적극적으로 취미를 가져보자. 유은정 원장은 “취미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쉴 때 무엇을 하면 재충전이 되고 행복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꼭 잘할 필요는 없는, 즐길 수 있는 놀이면 된다.”고 말한다. 악기 연주나 뜨개질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취미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취미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5 ‘바쁨 강박’내려놓기
바쁘게 지내야 잘 나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스케줄을 빽빽하게 채워 넣어야만 안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대인들에 대해 유은정 원장은 “바쁨 강박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섭리를 무시하고 생활리듬을 깨뜨리기 때문에 하루 세끼 식사, 충분한 숙면이라는 기본원칙마저도 무너뜨린다.”며 “매끼 양질의 음식을 챙겨 먹고 제철음식을 요리해보며 사계절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는 사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6 뇌의 한계 인정하기
무슨 일이든 척척 잘해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만능인이 되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해보자. 유은정 원장은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빠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살고 있다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잠시 짬을 내어 쉬었다 가야 한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둘러 전진만 한다고 인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유은정 원장은 “뇌섹 건강법은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할 줄 알고, 잊어야 할 것은 잊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7 자신에게 상 주기
바쁘게 무언가를 쫓아가려다 보면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게 된다. 그러다 성과를 이루더라도 기뻐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더욱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때에 맘껏 기뻐하고 시간을 내어 자기 자신에게 칭찬을 좀 해주자. 유은정 원장은 “내가 나를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에게 그런 대우를 하겠는가?”라며 “늘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해주고 작은 상을 주라.”고 말한다. 누군가 꼭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만큼은 나 자신을 귀하게 대하고 존중해주고 잘한 것이 있으면 칭찬도 하고 상도 주자. 왜? “나는 소중하니까!”
8 목욕을 즐기자
유은정 원장은 뇌 활용법으로 목욕도 추천한다. 유은정 원장은 “목욕은 오감을 자극하기에 가장 좋은 뇌 건강법”이라고 말한다. 목욕은 온종일 긴장돼 있던 근육을 이완하고, 체온을 높여 순환계를 돕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위해 향이 좋은 입욕제 또는 향초를 준비해도 좋다.
뇌를 자극해줄 달달한 차나 와인 한 잔도 몸과 마음에 숨 돌릴 시간을 허락해줄 것이다. 부드러운 비누거품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닦아내며 내 몸을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어도 좋고,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온종일 이성과 씨름한 뇌에 감성의 선물을 하는 것도 좋다.
유은정 원장은 “눈을 잠시 감고 온종일 ‘감사’할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마음의 온도마저도 훈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뇌섹을 설명하는 여러 말 중에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것이 있다. 뇌섹이 두뇌의 총명함이나 명석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적인 능력과 함께 배려와 사려 그리고 유머 등 인간애적인 마음이 함께 할 때 진정한 뇌섹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이러한 마음을 키워나가기 위해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여유와 휴식과 자신만의 놀이 등을 갖는 것이 진정한 뇌섹인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