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대비한 다이어트 열기가 뜨겁다. 올해도 무척 다양한 다이어트법이 소개되면서 다이어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 중 최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갈색지방’이다. 지방이라고 하면 삼겹살 등에서 볼 수 있는 백색지방을 떠올리기 쉬운데 갈색을 띤 지방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갈색지방이 체중감량에 영향을 끼치며,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하면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다는 희소식이 알려지면서 갈색지방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애물단지인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해 다이어트에 성공할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백색지방 vs 베이지색지방 vs 갈색지방
애물단지 지방.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지방세포는 크게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으로 나뉜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백색지방, 베이지색지방, 갈색지방으로 나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지방이 우리 몸에서 하는 기능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백색지방은 은행에 저축하듯 에너지를 저축하는 지방이고, 갈색지방은 난로나 보일러처럼 에너지를 태워서 힘이 나게 하는 지방”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백색지방조직 안에서 갈색지방세포와 유사한 지방세포인 베이지색지방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평소에는 백색지방처럼 존재하다가 일정한 자극을 받으면 갈색지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에너지를 쌓아두는 창고, 백색지방
백색지방은 에너지 저장창고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원시시대에는 에너지를 비축해주는 백색지방이 좋은 지방이었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현대인에게는 먹은 만큼 에너지를 쌓아두는 백색지방이 건강의 적이다. 게다가 이런 백색지방에서는 나쁜 호르몬이 나온다. 백색지방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주로 배, 허벅지, 팔뚝 등에 있는데 특히 복부의 내장지방에서는 나쁜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온다. 이것이 내장지방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칼로리를 연소하는 갈색지방
우리 몸의 어깨, 등, 겨드랑이 등에 존재하는 갈색지방은 쉽게 말해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난로 같은 지방이다.
안철우 교수는 “우리 몸은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항상성)하려고 한다. 추울 때 몸이 덜덜 떨리는 것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항상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갈색지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갈색지방은 인간이 난방시설을 이용하게 되면서 유아기 때만 존재하다가 성인이 되면 퇴화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영상기법(PET-CT)의 발달에 따라 성인도 갈색지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안철우 교수는 “갈색지방이 있는 사람들은 추울 때 갈색지방이 활성화돼 열을 발생함으로써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갈색지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특히 비만인 사람에 비해 마른 사람에게 갈색지방세포가 현저하게 많이 나타나기에 비만과 갈색지방세포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극을 받으면 갈색지방처럼~ 베이지색지방
성인에게도 갈색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성인의 갈색지방이 완전한 ‘갈색’이 아니라 실제로는 ‘베이지색’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성인의 갈색지방이 백색지방의 갈색화에 의해서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철우 교수는 “백색지방 내에서 갈색화하면서 갈색지방처럼 역할을 하는 게 베이지색지방이다. 즉 베이지색지방은 백색지방과 같으면서 결국은 열 소비를 하는 착한 지방”이라면서 “결국 갈색지방을 늘리자는 움직임은 어떤 의미에서는 백색지방을 활성화하자는 움직임과 일맥상통할 수 있으며, 베이지색지방을 늘리는 것이 건강의 측면에서도 유익하다.”고 말한다.
갈색지방·베이지색지방 활성법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챘을 것이다. ‘체중감량도 하고 건강도 증진하려면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하면 되겠네.’
하지만 잠깐! 백색지방이 많은 사람 중에는 자신의 백색지방을 모두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안철우 교수는 “백색지방 세포 중 일부가 갈색지방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백색지방이 베이지색지방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백색지방 안에 베이지색지방이 있는데 이 베이지색지방이 외부의 신호가 없을 때는 열 생산을 안 하다가 특정 신호에 의해서 갈색지방처럼 열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백색지방 안에 있는 베이지색지방이 갈색지방처럼 열을 내도록 신호를 주는 것이 베이지색지방 활성법이다. 그 방법을 묻는 질문에 안철우 교수는 3가지를 추천한다.
1 쿨(Cool)하게 지내자.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을 활성화하는 전략 중 하나는 서늘한 곳에 있는 것이다. 서늘한 곳에 있으면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기 위해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한다. 따라서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게 지내거나 서늘한 곳에서 운동하면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할 수 있다.
2 캡사이신, 캡시노이드가 많은 매운 음식을 먹자.
고추, 강황, 마늘, 생강 등 매운 음식도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한다. 안철우 교수는 “고추에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있는데 이것이 신경계에 신호를 주어 갈색지방을 만들어내게 한다.”고 말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것도 캡사이신이 갈색지방을 활성화해 열이 발생해서 땀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캡사이신이나 캡시노이드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될 수 있다.
3 저강도의 하체 근력운동을 하자.
운동도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한다. 특히 저강도의 하체 근력운동이 고강도의 근력운동보다 더 많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체운동보다 하체운동이 더 좋은 이유는 하체운동을 할 때 허벅지에서 나오는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아이리신은 베이지색지방이 갈색지방처럼 열을 내도록 스위치를 켜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리신은 근육, 특히 허벅지 근육에서 분비되므로 빨리 걷기나 스쿼트 등과 같은 하체 근력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매운 음식을 먹고 서늘한 곳에서 저강도의 하체 근력운동을 하면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안철우 교수는 “다양한 호르몬과 다양한 지방, 그중에서도 갈색지방, 베이지색지방을 발견한 것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대사적인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갈색지방, 백색지방, 아이리신 호르몬을 연구하면 새로운 건강 전략이 세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다.
안철우 교수는 연세대 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객원 교수를 지냈다. 다수 언론 및 방송 매체에서 대중에게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혈관대사연구소장, 융합의학센터 소장, 내분비내과 교수로서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골다공증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