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수희 기자】
강한 카리스마 속에 부드러움이 녹아 있는 남자, 2001년은 연기 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인정받겠습니다.
연기자, 제작자, 연극영화과 학과장….. 요즘 탤런트 조경환이 갖고 있는 직함들이다. 그러나 조경환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함은 역시 연기자인 듯, 그 역시도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든든하게 우리의 안방을 지켜주는 탤런트 조경환, 그를 만나 최근 근황을 들어봤다.
생활 속에서 묻어 나오는 연기 인생
MBC 공채 1기로 데뷔해 올해로 32년 째 연기생활을 맞는 탤런트 조경환, 그에게 연기란 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묻어 나와 도저히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터뷰를 위해 MBC 분장실에서 기다리던 중 조경환이 나타나자, 탤런트 안재욱, 고수, 송해교, 김승욱 등 후배들이 모여들며 반갑게 인사를 해오기 시작했다. 그도 호탕하게 웃으면서 후배들을 맞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도저히 무서운 선생님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사실 기자가 처음 그를 대했을 땐, 요즘 그가 촬영하고 있는 MBC-TV 엄마야 누나야(토∼일 저녁 7시 55분)에서의 따스하고 인간적인 장학수가 느껴졌다. 그러나 차츰 대화를 나누면서 때에 따라서는 호랑이 선생님의 모습, 수사반장에서의 형사의 모습, 왕과 비에서의 카리스마 짙은 김종서의 모습이 느껴져 “아∼ 역시 대 배우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대표적인 출연작은 회심곡, 신부일기, 해바라기, 첫사랑, 호랑이 선생님, 수사반장, 왕과 비, 무풍지대, 허준 등으로 그 수를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며 대부분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역시 20여 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수사반장이라고.
현재 출연하고 있는 ‘엄마야 누나야’는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봐야했던 한 가정을 통해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을 조명해 보는 드라마다. 여기서 조경환은 극중 장학수역으로 겉으로 많이 드러내진 않지만 다정다감한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경환은 32년간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했지만 아직 ‘왕’이 되어보지 못해 아쉽단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왕’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활하다가 결국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자멸해버리고 마는 인물을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그 특유의 강렬한 눈을 빛낸다. 연기자로서의 욕심, 열정이 느껴지는 모습. 역시 강렬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 이유가 다 있었다.
제자들을 가르칠 땐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은 전주 우석대 연극영화과 학과장으로 연기자의 꿈을 키워 가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주와 서울을 오가느라 바쁘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제자들은 바라보고 있노라면 흐믓하기만 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땐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처럼 다소 혹독하게 대하기도 한단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감성적인 면이 많아 때로는 해이해지고, 나태해지기도 하죠. 그런 면은 미리부터 따끔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연기자로서 프로가 되려면 연기 뿐 아니라 자기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통제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그에게는 많은 제자와 후배들이 따른다. 요즘같이 삭막한 때에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하다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진정 가슴으로 대하고 사랑으로 이끌기에 가능한 것.
30여 년이 넘는 연기 생활, 강산이 세 번도 넘게 변했을 시간이지만 그의 연기관은 언제나 같다. 바로 ‘인간적인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그가 교육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것도 ‘인간미’이다. 그래서 항상 연기자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기자는 삭막하고 기계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을 함께 나누며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그도 강단에 서기까지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혹시 요즘 아이들이라 자유분방하고 너무 자기 세계가 강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던 것. 하지만 그런 부담감은 아이들은 만나면서부터 깨끗이 가셨다고. “처음엔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학생들을 대하고 보니 맑고 순수해서 좋았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백지와 같은 상태, 아직 세상사에 찌들지 않은 제자들에게 아름다움만을 담도록 가르치려 합니다.”
그의 말에서 제자 사랑이 느껴진다. 그는 이런 제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기도 한다.
“제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은 더욱 가까워지고, 어떤 부분에 있어선 삶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남자는 술자리에서 더 진한 우정을 느끼기도 하지 않습니까?”라며 슬쩍 웃어 보인다.
1999년 말에는 우석 레퍼토리를 창단하고 기성 배우, 제자들과 함께 공연을 갖기도 했다. “기성배우와 제자들이 함께 무대 위에서 공연한 것은 무엇보다 제자들에게 뜻깊은 자리가 되고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론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은근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을 자랑한다.
연기는 행복입니다
너무나 단단해 보이는 그이지만 때로 너무 쓸쓸한 기분이 들 때는 여느 범인(凡人)처럼 술을 즐긴다. 술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또 술로 기쁨을 부르고…
그러나 그에게는 언제나 연기가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에게 있어 연기는 바로 삶의 목표요, 희망이요, 행복인 것이다. 그렇듯 소중한 것이라 한번도 연기자가 된 것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물론 때로는 공인이기에 힘들고 아파도 남들처럼 비틀거리지 못하고 모두 견뎌내야 했던 적도 있었을 게다. 사림이기에 한번쯤 비틀거릴 수도 있었으련만…… 하지만 그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연기로 표현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서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선 굵은 연기자로 기억되는 것은 아닌지.
현재 그는 미대 4학년에 재학중인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74년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부인과 사별한 지는 12년이나 됐다. 12년간 딸을 키우면서 처음엔 너무 힘이 들었다고 한다. 남자 혼자 키우려다 보니 서툴고, 버거운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고.
그에게 있어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 그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딸애에게는 그 애의 인생이 있는 거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기쁘게 보내려고 합니다. 미리부터 쓸쓸해질 것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일이 있고 인생의 목표가 있고 도전해야할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 알고 보면 욕심 많은 남자입니다.” 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하지만 ‘휭~’하니 가슴속에서 부는 바람은 그도 어쩌지 못하리란 생각에 앞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계획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웬걸, “이젠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글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의 단호한 대답에서 혹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니라고. “처음 5년간은 아내를 많이 그리워했지만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그저 옛 추억처럼 느껴져요. 물론 때때로 그리운 맘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겠지만… 암튼 전 혼자가 편합니다.”라고 말한다.
30여 년간 운동으로 다진 건강, 최근 20kg 감량도
50이 훨씬 넘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훨씬 정력적이고 탄력적으로 보였다. 역시 평소에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 신경을 쓰고있다는데 건강식품, 보약 등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단다. 대신 데뷔 이전부터 매일 헬스를 해왔다고. 그래서일까? 특기가 보디빌딩이라고 한다. 물론 술을 워낙 좋아해서 배가 조금 나오기는 했지만 최근 2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자랑이다.
그렇게 건강한 그이기에 일에서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국민영상엔젤클럽이란 일종의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국민영상엔젤클럽은 일종의 벤처로 마음에 맞는 몇몇이 모여 따뜻하고 정겨운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모임으로 2001년에는 연기자, 교수를 넘어서 제작자로서도 인정받는 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꼭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이 대단하다.
현재 진행중인 드라마, 영화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그,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탤런트 조경환, 남들은 한 마리도 잡기 어려워 힘들어 하지만 어쩐지 그는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연기면 연기, 교육이면 교육 언제나 우리에게 완벽함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언제까지 연기자의 모습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항상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